삼성, 신속하게 MRO사업 철수...타기업들 "나 어떡해"
삼성의 IMK 지분 전량매각 선언에 타기업들 전전긍긍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은 MRO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삼성전자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IMK 지분 58.7%를 처분하기로 했다"며 "이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비핵심사업 철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으로서는 IMK가 공급하는 회사가 1만개가 넘고 취급 품목이 40만개가량 되기 때문에, IMK를 통해 자재를 구매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긴 어렵다"고 말해, 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IMK를 통해 골판 포장지 등을 계속 구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은 IMK를 어디로 매각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상생협력 정신에 기초해 관련 중소기업 컨소시엄 등으로의 매각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앞서 지난 5월25일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향후 IMK의 신규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신규 영업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이번에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사업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측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기업을 주타깃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해지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MRO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고위관계자 등은 그동안 사석에서 "신규 업업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철수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사업 철수를 주문해왔다.
IMK의 지분은 삼성전자·삼성물산 각 10.6%, 삼성전기 10%, 삼성중공업 7.2%, 삼성SDI 5.5%, 삼성엔지니어링 5.3%, 삼성코닝정밀소재 3.9%. 삼성에버랜드 및 제일모직 각 2.8%로, 지난해 매출은 1조5천억원 안팎이며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9천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MRO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리자,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내심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의 MRO 철수는 재계에서 이미 예상됐던 조치"라면서도 "삼성이 했으니 뒤를 따를 수밖에 없으나 아직 구체적 매각대상 등을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곤혹스럽다"며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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