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러 외무장관, 미국의 'PSI 북한선박 검색'에 반대

러시아, 중국보다 강도높은 대미 견제 나서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 제재와 관련, 유엔 결의안과는 별도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기초해 북한선박에 대한 해상검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강력비판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같은 러시아의 강력한 미국 견제는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대신 러시아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과 맞물려, 향후 북핵사태 전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지지(時事)통신> 등에 따르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 겸 국방장관 등과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 핵실험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 핵 대처방안과 함께 이란 핵문제 및 언론자유를 포함한 러시아 비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측의 비판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회담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기자회견도 예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나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인 대응이나 극단적인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미국과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라이스 장관에게 "북한과 미국 양측이 모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의 금융 문제는 양국간 협상을 끌어내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양측 모두 과도한 감정적인 대응이나 극단적인 제재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 14일 채택된 유엔 대북 제재결의에 추후 좀더 논의하고 구체화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고 말해, 미국-일본이 자체적으로 추진중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북한선박 해상봉쇄에 대한 반대입장을 시사했다.

실제로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쿠웨이트 <쿠나(KU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비확산체제 파괴를 위협하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측이 대북 금융제재를 푸는 것이 6자회담 재개의 관건”이라며 북-미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북한이 의견차를 해소하기 위해 유연성을 보여야 하는데 현재 미국측이 별개의 사안을 결합해 다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미국의 PSI 움직임을 비난한 뒤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가 북한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사전예방 조치로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라이스 장관은 라브로프와의 회담 직전 모두 발언에서 북한 핵실험을 국제평화를 심각히 위협하는 '도발'로 평가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갈등을 확대시킬 의도는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