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 물의를 빚고 있는 극우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또 초대형 망언을 했다. 이번엔 "경상도는 박정희, 전두환 등을 몰아낸 적이 있는데 전라도는 왜 김대중을 몰아내지 않고 있냐"는 요지의 ‘지역주의 망언’이다.
"민주당의 노선 전환은 모두가 감사할 일"
조씨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톱기사로 띄운 '민주당, 김대중 노선 거부!'를 통해 이같은 망언을 했다. 조씨는 전날인 19일 민주당의 "민족 대신 동맹이 중요하다"는 전날 민주당의 노선 전환을 격찬하는 것으로 문제의 글을 시작했다.
조씨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19일 '북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며 '북한과의 관계는 적이냐 아니냐, 미국과의 관계는 동맹이냐 아니냐 에서 찾아야 하는데 100년 전의 역사를 참고해 볼 때 동맹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고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며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밝힌 '남북경협이 우리 안보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며 민주당의 변신을 대환영했다.
지역주의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조갑제씨. ⓒ연합뉴스
조씨는 이어 본격적으로 '호남사람들'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조씨는 "민주당이 지지기반인 호남사람들의 민심을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호남사람들이 대북정책에 관한 한 김대중씨에 대해서 비판적이라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물은 뒤 "그렇다면 한국 민심구조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민심 동향과 상관 없이 민주당이 국익우선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 국민 모두가 감사할 일"이라며 민주당을 재차 격찬한 뒤, "지역구도를 넘어선 국익우선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어 "1997년12월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씨를 찍었던 사람들중 과연 몇 명이 그에게 반대한민국 활동의 면허증을 주었겠는가"며 "고향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것은 그 행위가 헌법정신에 위반되지 않을 때는 아무도 탓할 수 없다. 문제는 고향출신 정치인이 헌법에 위반된 행위를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본격적으로 호남의 선택을 압박했다.
"경상도 사람들은 세번 대승적 태도 보였는데, 호남은..."
조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경상도사람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호남사람들'과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세 번 대승적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며 "즉 경상도 출신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판단했을 때 맨 먼저 또는 가장 격렬하게 경상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바꾼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박정희와 관련, "1979년10월16~18일 부산 마산 시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야당 탄압에 항의하여 거리로 뛰쳐나와 부마사태를 일으켰다"며 "박정권은 비상계엄령과 위수령으로 대응했고, 권력층 내부의 갈등 속에서 박대통령은 동향인인 경상북도 선산 출신 김재규 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되었다. 이때 박대통령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야당 지도자도 부산 출신 김영삼이었다. 즉, 박대통령은 그의 강압정치에 반대하는 경상도 사람들에 의해 거세되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두환과 관련해선, "1985년 2.12 총선 때 경남 합천 출신 전두환 정권에 가장 선명히 반대했던 것도 부산과 대구였다. 당시는 한 지역구에서 2명의 의원을 뽑을 때였는데 부산에선 3명의 여당인 민정당 후보가 낙선하고, 대구와 서울에선 여당 현역의원이 1명씩 낙선했다. 이 이변이 2.12 총선을 민주화 흐름의 분수령으로 만들었다. 당시 서울에선 택시기사들이 부산사람들한테서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87년 6월사태 때 가장 대규모의 시위를 했던 곳도 부산이었다. 특히 6월18일의 부산 대시위는 시청을 함락시키기 직전까지 갔다. 다음날 전두환 정권은 경찰력에 한계가 왔다고 보고 비상계엄령을 준비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하고 6.29선언으로써 국민들의 여망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위의 세 사례들은 경상도 사람들, 특히 경남사람들이 민주주의냐 경상도 정권이냐의 기로에서 민주주의를 선택함으로써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가이익을 수호했음을 보여준다"며 "김대중씨를 지지해온 호남사람들의 선택은 더 쉬울 것이다. 그것은 '김대중이냐 대한민국이냐'의 선택 구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민주당의 결단이 김대중이냐 대한민국이냐의 기로에서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글을 끝맺었다. 요컨대 호남사람들이 나서 김대중 전대통령을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조갑제의 뿌리깊은 '경상도 우월주의'
조씨 주장은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감을 인정하더라도, 지역주의를 앞세워 호남인들에게 김대중 타도 운동을 벌이라고 독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의 과거 반군사독재투쟁을 앞세워 호남인들을 압박하는 형식의 논리는 상식밖의 저급한 지역주의 망언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또한 마치 과거의 범국민적-전국적 반군사독재투쟁을 경상도가 주도한 것인양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주장한 것은 경상북도 청송 출신인 조씨가 평소 얼마나 극심한 '경상도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함께 평소 "박정희 신도"라고 자처해온 조씨가 필요에 따라선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과 반박정희 투쟁을 "대승적 투쟁"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것은 조씨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논리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씨 망언은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급속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극우진영의 정신적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