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박 해상봉쇄를 골자로 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할 경우 무력충돌이 우려되는 만큼 한국 정부는 PSI가 아니라, 항만 등에서의 화물검색을 골자로 하는 CSI(컨테이너보안조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연락사무소의 피터 벡 소장이 조언했다.
그는 또한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의 "국지전 불사" 발언에 대해서도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국지적 충돌 가능성 높아져"
피터 벡 소장은 16일 저녁 <CBS방송>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PSI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일방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유엔 대북결의안을 통해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한국은 그러나 무력충돌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 CSI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 (PSI로 미국이) 예멘으로 가는 북한 선박을 검사하다 아주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다"며 "아무리 미국의 힘이 세더라도 그렇게 검사하면 위험하고, (PSI에 참여할) 시설이나 선박도 모자랄 것"이라면서 "PSI보다는 CSI 쪽이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이미 북한에서 오는 선박을 검사하고 있으며, 미국이 불충분하다고 한다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차 CSI의 유용성을 지적했다.
피터 벡 소장은 이날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국지전을 감수하더라도 한국이 PSI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야당으로서 마음대로 발표한 것 같지만 정부로서는 책임 있고 조심스러운 행동을 해야 한다”며 “PSI에 참석하는 것은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으며, 동맹국을 따라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한반도 위기 상황이 심각해질수록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 공 의원 발언의 가벼움을 꼬집었다
그는 또한 “국지적인 충돌 역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가능성이 있다”고, 최악의 경우 국지전 발발 가능성도 우려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 International Crisis Group) 동북아연락사무소 피터 벡 소장 ⓒ ICG
"북한 2차 핵실험 또는 유엔 탈퇴할 것"
한편 피터 벡 소장은 북한의 추후 행동과 관련,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직 몇 가지가 더 있으며 유엔에서 탈퇴할 수도 있고, 불바다 같은 협박도 할 수 있다”며 “인도나 파키스탄의 경우는 두 번이나 실험했으며, 북한은 유엔 결의안 때문에 계속 협박할 생각이 있는 것 같으며 특히 벼랑 끝 전술을 계속 하면서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2차 핵실험을 전망했다.
그는 대북 결의안의 효용과 관련, “중국이 제재를 시작한다면 한국이 제일 큰 딜레마에 빠질 것이며, 한국은 중국보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다음으로는 중국으로 중국도 진짜 경제 제재를 하기엔 딜레마가 크며 중국 정부도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건 상징적인 행동이었고, 아직 결정을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국제위기그룹은 국제 분쟁지역의 상황을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분쟁 방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는 기구로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백20여명의 전문가들이 세계 각 지역의 분쟁조사 및 연구에 나서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문제를 전담하는 피터 벡 소장은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2학년 때인 1987년 짧은 한국 여행 중 한국에 매력을 느껴 한국 전문가가 됐으며, 이후 한국어와 한국정치를 공부하고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도 근무하는 등 한국문화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에 정통한 지한파 전문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