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로펌의 대표주자 '율촌'
[김진원의 로펌이야기] <15> 해외 로펌과의 활발한 교류 업계 주목
로펌 업계에선 보통 외국 유학을 다녀오거나 재조경험을 살려 국제변호사 업무를 개척한 김흥한, 이병호, 김진억, 김영무, 이태희, 신영무, 김인섭 변호사 등을 1세대 주자로 부른다. 같은 이유로 이들이 세운 김 · 장 ·리법률사무소(나중에 바른과 합병), 중앙국제, 김 ·신&유(화우와 합병), 김&장, 한미(광장과 합병), 세종, 태평양 등은 1세대 로펌이라고 한다.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을 거쳐 국무총리실 경제조정관을 끝으로 87년 3월 동서종합법률사무소를 연 김찬진 변호사와 89년 10월 세방종합법률사무소를 설립한 윤호일 변호사도 1세대 로펌변호사로 불린다. 김찬진 변호사는 행정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국제변호사 사무실을 내 당시 화제가 됐다. 동서는 이후 강남으로 이전하며 이름을 법무법인 광장으로 바꾼데 이어 2001년 7월 한미와 합병했다. 김찬진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돼 정계에 진출했다가 지금은 법무법인 바른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방은 우방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법무법인 화백과 합쳐 화우가 됐다. 미 노틀담대 로스쿨 J.D.(법학박사) 출신으로 세방을 설립하기 전 미국의 '베이커&매켄지(Baker&McKenzie)' 에서 오랫동안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기도 한 윤호일 변호사는 현재 화우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후에 설립된 로펌들은 2세대, 또는 차세대 로펌으로 불린다.
우선 시기적으로 90년 이후 문을 열어 그 이전에 설립된 1세대 로펌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게 다르다. 또 이들 로펌을 연 이른바 2세대 주자들은 기존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활약하던 상당한 경력의 기업변호사 또는 함께 로펌을 열어보자고 뜻을 모은 재조 출신들로, 1세대 로펌과 달리 대기업의 오너쯤에 해당하는 '특출한 1인'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대신 공동의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1세대 로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호사들 사이에 적잖이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어 지금은 내부 운영 등의 시스템이 설립초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1992년 9월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법무법인 율촌(律村)이 대표적인 2세대 로펌으로 꼽힌다.
창립후 줄곧 대표를 맡고 있는 우창록 변호사가 먼저 깃발을 들었다. 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율촌으로 독립하기 전 김&장에서 13년간 회사법과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을 마치고 79년 김&장에 입사해 당시 김&장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입사순서가 몇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는 특히 노태우 정부때인 92년 현대 계열사에 부과된 1천억원 대의 법인세 소송을 맡아 100% 승소한 것으로 더욱 유명한 변호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대 측과 가까워진 그는 이후에도 현대 관련 사건을 많이 수행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때 우 변호사가 이끄는 율촌이 현대전자를 대리했다. 2004년 4월엔 현대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맡아 KCC의 적대적 M&A 공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우 변호사에 이어 '법률가의 마을'이란 뜻이 담긴 율촌에 합류한 사람으로는 같은 김&장 출신인 강희철 변호사와 윤호일 변호사와 함께 세방의 창립멤버로 참여했던 윤세리, 정영철 변호사, 아세아합동법률특허사무소(나중에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로 합병)에서 경력을 쌓은 한봉희 변호사 등이 있다. 우 변호사 못지않게 김&장, 세방, 아세아 등 기존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오랫동안 활약한 중견들이다.
율촌의 영어식 이름은 'WOO YUN KANG JEONG & HAN'. 사시 합격 순서대로 이들 다섯명의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 지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존 로펌에서 노하우를 익힌 준비된 변호사들이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보자고 뭉친 게 율촌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인데, 이들의 실험은 이후 엄청난 성공으로 나타났다.
97년 7월 법무법인을 구성할 때의 인원은 미국변호사를 합쳐 모두 1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채 안 된 2006년 10월 현재 율촌은 국내외 변호사만 1백명이 넘는다. 김&장에 이어 1세대 로펌인 광장, 세종, 태평양, 화우(가나다 순) 등과 함께 2위권을 형성하는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성장했다. 기존 로펌에 몸담고 있던 중견변호사들이 나와 세운 후발 주자가 기존 로펌을 위협할 만한 막강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개별 사건의 수임과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업계엔 벌써부터 '율촌 주의보'가 내려져 있을 만큼 율촌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동안 법률가의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외 변호사 100명 이상으로 성장한 율촌의 현재 모습은 성공이란 표현이 무색해 보이지 않는다. 율촌 보다 나중에 설립된 중소 로펌들 중엔 율촌의 경우를 참조하려 드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율촌이 후발주자들에게 빠른 성장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간략하게 말해 기존 로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지양하려고 했습니다." 거침없이 율촌의 성공 비결을 얘기하는 우창록 변호사에게 "장점 대신 단점이 더욱 고개를 드는 반대의 경우는 없었느냐"고 물어 보았다. 또 한번 그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서로 양보하면서 율촌을 키워 왔습니다."
율촌 사람들에 따르면 성장의 원동력은 '우수한 인재들'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있었다고 한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 같지만, 1세대 로펌에서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2세대 로펌으로선 양보와 협동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성공한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재우선의 경영철학도 율촌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율촌이 젊은 변호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는 등 우수한 인재의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해 왔다는 것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간되는 법률잡지인 <아시아로>(AsiaLaw)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가장 일하고 싶은 로펌'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율촌이 김&장과 함께 변호사의 급여수준(Salary Competitiveness)에서 국내 로펌 중 공동 1위를 차지해 경쟁 로펌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하나 규모의 성장 못지않게 주목되는 대목은 '우리는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는 표현속에 함축돼 있는 율촌의 전문화 전략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전문화에 접목시켜 경쟁력을 더욱 높여온 셈이다. 그러면서도 기업법무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다양한 업무분야로 영역을 넓혀온 게 율촌의 지나간 10년이다.
업무분야는 크게 ▲회사법 ▲금융 ▲조세 ▲소송 ▲지적재산권그룹 등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어 그 밑에 ▲M&A(인수 및 합병)팀 ▲공정거래팀 ▲부동산팀 ▲환경팀 ▲문화산업팀 ▲에너지팀 ▲관세통상팀 등 전문분야별로 여러 실무팀을 두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로펌에 비해 업무 그룹이나 실무팀이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분야마다 높은 수준의 전문화가 전제돼 있다고 율촌측은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우창록 변호사부터 이어지는 조세그룹을 율촌을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율촌의 간판 분야로 통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조세조에서 활약한 소순무 변호사가 이끌고 있으며, 지난 6월 중복세무조사에 의한 과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냈다. 또 올 4월엔 모 생보사를 대리해 매출 누락 등의 사유로 세무당국으로부터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법인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거래팀도 율촌이 오래전부터 내세우는 전문분야중 하나다. 지난 7월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서울고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기각결정을 이끌어 냈다. MS사가 윈도우를 판매하면서 미디어 서버, 미디어 플레이어, 메신저 건 등 3개의 상품을 결합판매한 데 대해 공정위가 위법이라고 판정, 분리조치와 함께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MS가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낸 신청을 막아낸 것이다. MS사가 가처분기각에 대해 재항고하지 하지 않아 결정은 이대로 확정됐다. 율촌이 공정위를 대리한 가운데 현재 본안 재판이 진행중이다. 율촌은 이 사건과 관련, MS의 위법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미국의 리얼네트웍스를 대리해 MS사로부터 각각 3천만달러, 7억6천만달러를 받아내는 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지휘아래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공정거래사건을 많이 다룬 이 분야의 전문가인 이선희 변호사와 홍대식, 정영진 변호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 강희철 변호사가 이끄는 금융과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신성택 전 대법관 등이 후배들을 지휘하는 송무그룹, 지난해 11월 특허법인 율촌이 출범하며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는 지적재산권 그룹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망라된 M&A팀 등이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강 변호사 등이 나서 STX Pan Ocean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상장을 성공시킨데 이어 올초 공모금액이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3조4000억원에 이르는 롯데쇼핑의 한국, 런던 동시 상장을 성사시켰다. 법원행정처 국제담당관, 특허법원 판사 등을 지낸 유영일 변호사가 팀장인 지적재산권 그룹은 올 4월 샤넬, 구찌, 에르메스, 버버리, 화이자와 아디다스 등 600여 회원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지적재산권위원회의 법률자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교적 공격적으로 업무처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율촌은 외국 로펌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율촌이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외국 로펌들은 미국계인 '클리어리 고틀립' '스캐든 압스' '베이커 & 매켄지' '화이트 & 케이스' '빙험 맥커츤'과 영국계의 '알렌 & 오버리' 등이다. 지난 5월 미국 최고의 로펌중 하나인 '스캐든 압스'와 함께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경영권 방어에 관한 법률문제'란 제목의 고객 세미나엔 기업체 법무팀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젊은 후발주자로서의 이런 자신감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법률시장의 개방과 관련해서도 다른 로펌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방이야 말로 글로벌 무대에서 실력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대다수의 로펌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율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이 열려 외국 로펌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업무처리 등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며, "율촌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율촌과 외국 로펌들과의 활발한 교류 등에 비춰 관련 업계에선 또한번 '율촌발 경보'를 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율촌은 이제 내년이 되면 법무법인으로 전환한지 꼭 10년이 된다. 새로운 10년의 비전을 짜느라고 소속 변호사들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규모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고려사항중 하나라고 한다. 변호사 수가 100명이 안 될 때와 100명을 훌쩍 넘어버릴 경우의 매니지먼트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율촌의 미래 전략엔 시장개방 등 국내외 변수가 함께 맞물려 있다. 2세대 로펌인 율촌의 변신을 1세대 로펌들이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을 거쳐 국무총리실 경제조정관을 끝으로 87년 3월 동서종합법률사무소를 연 김찬진 변호사와 89년 10월 세방종합법률사무소를 설립한 윤호일 변호사도 1세대 로펌변호사로 불린다. 김찬진 변호사는 행정부처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국제변호사 사무실을 내 당시 화제가 됐다. 동서는 이후 강남으로 이전하며 이름을 법무법인 광장으로 바꾼데 이어 2001년 7월 한미와 합병했다. 김찬진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돼 정계에 진출했다가 지금은 법무법인 바른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방은 우방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법무법인 화백과 합쳐 화우가 됐다. 미 노틀담대 로스쿨 J.D.(법학박사) 출신으로 세방을 설립하기 전 미국의 '베이커&매켄지(Baker&McKenzie)' 에서 오랫동안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기도 한 윤호일 변호사는 현재 화우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이후에 설립된 로펌들은 2세대, 또는 차세대 로펌으로 불린다.
우선 시기적으로 90년 이후 문을 열어 그 이전에 설립된 1세대 로펌에 비해 역사가 짧은 게 다르다. 또 이들 로펌을 연 이른바 2세대 주자들은 기존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활약하던 상당한 경력의 기업변호사 또는 함께 로펌을 열어보자고 뜻을 모은 재조 출신들로, 1세대 로펌과 달리 대기업의 오너쯤에 해당하는 '특출한 1인'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대신 공동의 파트너십을 추구한다. 1세대 로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호사들 사이에 적잖이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어 지금은 내부 운영 등의 시스템이 설립초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1992년 9월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법무법인 율촌(律村)이 대표적인 2세대 로펌으로 꼽힌다.
창립후 줄곧 대표를 맡고 있는 우창록 변호사가 먼저 깃발을 들었다. 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율촌으로 독립하기 전 김&장에서 13년간 회사법과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사법연수원과 군법무관을 마치고 79년 김&장에 입사해 당시 김&장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입사순서가 몇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는 특히 노태우 정부때인 92년 현대 계열사에 부과된 1천억원 대의 법인세 소송을 맡아 100% 승소한 것으로 더욱 유명한 변호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대 측과 가까워진 그는 이후에도 현대 관련 사건을 많이 수행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때 우 변호사가 이끄는 율촌이 현대전자를 대리했다. 2004년 4월엔 현대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맡아 KCC의 적대적 M&A 공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우 변호사에 이어 '법률가의 마을'이란 뜻이 담긴 율촌에 합류한 사람으로는 같은 김&장 출신인 강희철 변호사와 윤호일 변호사와 함께 세방의 창립멤버로 참여했던 윤세리, 정영철 변호사, 아세아합동법률특허사무소(나중에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로 합병)에서 경력을 쌓은 한봉희 변호사 등이 있다. 우 변호사 못지않게 김&장, 세방, 아세아 등 기존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 등으로 오랫동안 활약한 중견들이다.
율촌의 영어식 이름은 'WOO YUN KANG JEONG & HAN'. 사시 합격 순서대로 이들 다섯명의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 지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존 로펌에서 노하우를 익힌 준비된 변호사들이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보자고 뭉친 게 율촌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인데, 이들의 실험은 이후 엄청난 성공으로 나타났다.
97년 7월 법무법인을 구성할 때의 인원은 미국변호사를 합쳐 모두 1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채 안 된 2006년 10월 현재 율촌은 국내외 변호사만 1백명이 넘는다. 김&장에 이어 1세대 로펌인 광장, 세종, 태평양, 화우(가나다 순) 등과 함께 2위권을 형성하는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성장했다. 기존 로펌에 몸담고 있던 중견변호사들이 나와 세운 후발 주자가 기존 로펌을 위협할 만한 막강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개별 사건의 수임과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업계엔 벌써부터 '율촌 주의보'가 내려져 있을 만큼 율촌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그동안 법률가의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외 변호사 100명 이상으로 성장한 율촌의 현재 모습은 성공이란 표현이 무색해 보이지 않는다. 율촌 보다 나중에 설립된 중소 로펌들 중엔 율촌의 경우를 참조하려 드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율촌이 후발주자들에게 빠른 성장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간략하게 말해 기존 로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지양하려고 했습니다." 거침없이 율촌의 성공 비결을 얘기하는 우창록 변호사에게 "장점 대신 단점이 더욱 고개를 드는 반대의 경우는 없었느냐"고 물어 보았다. 또 한번 그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서로 양보하면서 율촌을 키워 왔습니다."
율촌 사람들에 따르면 성장의 원동력은 '우수한 인재들'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있었다고 한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 같지만, 1세대 로펌에서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 2세대 로펌으로선 양보와 협동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성공한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재우선의 경영철학도 율촌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율촌이 젊은 변호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지급하는 등 우수한 인재의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해 왔다는 것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간되는 법률잡지인 <아시아로>(AsiaLaw)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가장 일하고 싶은 로펌'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율촌이 김&장과 함께 변호사의 급여수준(Salary Competitiveness)에서 국내 로펌 중 공동 1위를 차지해 경쟁 로펌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하나 규모의 성장 못지않게 주목되는 대목은 '우리는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는 표현속에 함축돼 있는 율촌의 전문화 전략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전문화에 접목시켜 경쟁력을 더욱 높여온 셈이다. 그러면서도 기업법무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다양한 업무분야로 영역을 넓혀온 게 율촌의 지나간 10년이다.
업무분야는 크게 ▲회사법 ▲금융 ▲조세 ▲소송 ▲지적재산권그룹 등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어 그 밑에 ▲M&A(인수 및 합병)팀 ▲공정거래팀 ▲부동산팀 ▲환경팀 ▲문화산업팀 ▲에너지팀 ▲관세통상팀 등 전문분야별로 여러 실무팀을 두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로펌에 비해 업무 그룹이나 실무팀이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분야마다 높은 수준의 전문화가 전제돼 있다고 율촌측은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우창록 변호사부터 이어지는 조세그룹을 율촌을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율촌의 간판 분야로 통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조세조에서 활약한 소순무 변호사가 이끌고 있으며, 지난 6월 중복세무조사에 의한 과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냈다. 또 올 4월엔 모 생보사를 대리해 매출 누락 등의 사유로 세무당국으로부터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법인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정거래팀도 율촌이 오래전부터 내세우는 전문분야중 하나다. 지난 7월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서울고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기각결정을 이끌어 냈다. MS사가 윈도우를 판매하면서 미디어 서버, 미디어 플레이어, 메신저 건 등 3개의 상품을 결합판매한 데 대해 공정위가 위법이라고 판정, 분리조치와 함께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MS가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낸 신청을 막아낸 것이다. MS사가 가처분기각에 대해 재항고하지 하지 않아 결정은 이대로 확정됐다. 율촌이 공정위를 대리한 가운데 현재 본안 재판이 진행중이다. 율촌은 이 사건과 관련, MS의 위법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미국의 리얼네트웍스를 대리해 MS사로부터 각각 3천만달러, 7억6천만달러를 받아내는 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지휘아래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공정거래사건을 많이 다룬 이 분야의 전문가인 이선희 변호사와 홍대식, 정영진 변호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 강희철 변호사가 이끄는 금융과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신성택 전 대법관 등이 후배들을 지휘하는 송무그룹, 지난해 11월 특허법인 율촌이 출범하며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는 지적재산권 그룹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망라된 M&A팀 등이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강 변호사 등이 나서 STX Pan Ocean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상장을 성공시킨데 이어 올초 공모금액이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3조4000억원에 이르는 롯데쇼핑의 한국, 런던 동시 상장을 성사시켰다. 법원행정처 국제담당관, 특허법원 판사 등을 지낸 유영일 변호사가 팀장인 지적재산권 그룹은 올 4월 샤넬, 구찌, 에르메스, 버버리, 화이자와 아디다스 등 600여 회원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지적재산권위원회의 법률자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교적 공격적으로 업무처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율촌은 외국 로펌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율촌이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외국 로펌들은 미국계인 '클리어리 고틀립' '스캐든 압스' '베이커 & 매켄지' '화이트 & 케이스' '빙험 맥커츤'과 영국계의 '알렌 & 오버리' 등이다. 지난 5월 미국 최고의 로펌중 하나인 '스캐든 압스'와 함께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경영권 방어에 관한 법률문제'란 제목의 고객 세미나엔 기업체 법무팀 관계자 등 1백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젊은 후발주자로서의 이런 자신감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법률시장의 개방과 관련해서도 다른 로펌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방이야 말로 글로벌 무대에서 실력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대다수의 로펌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율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이 열려 외국 로펌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업무처리 등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며, "율촌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율촌과 외국 로펌들과의 활발한 교류 등에 비춰 관련 업계에선 또한번 '율촌발 경보'를 울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율촌은 이제 내년이 되면 법무법인으로 전환한지 꼭 10년이 된다. 새로운 10년의 비전을 짜느라고 소속 변호사들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규모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고려사항중 하나라고 한다. 변호사 수가 100명이 안 될 때와 100명을 훌쩍 넘어버릴 경우의 매니지먼트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율촌의 미래 전략엔 시장개방 등 국내외 변수가 함께 맞물려 있다. 2세대 로펌인 율촌의 변신을 1세대 로펌들이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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