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의 산실 '세종'
[김진원의 로펌이야기] <12> '열린합동'과의 국내 첫합병
1980년대 들어서도 기업법무에 특화하려는 로펌의 설립이 이어졌다. 그만큼 기업관련 법률 수요는 늘어나고, 이를 커버해 줄 전문 로펌은 여전히 부족한 게 당시의 시장 상황이었다.
세종합동법률사무소,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동서종합법률사무소, 세방종합법률사무소등이 이 무렵 설립된 주요 로펌들이다. 이들 로펌들은 이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국내 로펌업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로펌들로 성장했다.
나중에 법무법인 세종으로 조직을 일신한 세종합동은 83년 3월 설립됐다. 판사 출신으로 미 예일대에서 증권법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S.J.D.)가 된 신영무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의 교보빌딩에서 문을 열었다. 세종로에 둥지를 틀어 세종이란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영어식 이름은 '신&김'. 설립자인 신 변호사와 신 변호사의 서울고 · 서울법대 후배로 같은 창업 멤버인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딴 것이다. 신 변호사의 손위 동서인 최승민 변호사도 함께 참여했다.
세종은 특히 증권법 전문가인 신 변호사의 역량에 힘입어 증권 · 금융 분야에 특화한 로펌으로 출발한 게 특징이다. 당시 한창 수요가 급증했던 이 분야의 일감이 쏟아지며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제가 발달하며 자금 수요가 더욱 커진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금융전문변호사를 수소문해 가며 앞다퉈 일을 맡겼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봇물 터지듯 이어진 주요 기업들의 해외 증권 발행에 세종의 변호사들이 단골선수처럼 많이 참여했다. 84년 5월의 코리아 펀드 설립, 그해 12월 삼성전자의 2천만달러 해외전환사채 발행, 87년 3월 코리아-유로 펀드 설립 등이 이무렵 세종이 관여한 금융 관련 주요 딜들이다.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을 위한 제도정비에도 적극 관여했다고 세종측은 전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및 해외 증시에의 동시 상장,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 자산유동화거래 등 첨단 금융기법이 수반된 금융거래에서 세종의 변호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서울과 뉴욕증시에 동시상장한 LG필립스LCD의 기업공개(IPO)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발행규모가 1조1천억원에 이르는 빅딜이다. 주간사인 UBS, 모간스탠리, LG투자증권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며 두나라의 관련 규정과 관행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복잡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상장을 성사시켰다고 세종의 변호사들은 강조한다.
지금은 증권 · 금융 분야는 물론 거의 전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국내 메이저 로펌중 한 곳으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기업 인수 · 합병(M&A)과 외국인투자 · 합작 ▲일반 회사법 업무와 기업지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특허 · 상표 · 지적재산권 · 라이센싱 ▲방송 · 통신 ▲부동산 · 건설 · SOC ▲에너지 · 환경 ▲파산 · 기업구조조정 ▲조세 ▲소송 · 중재 ▲WTO · 국제통상 · 중국투자 등이 세종이 내세우는 주요 업무분야들이다. 식구도 늘어 국내외 변호사가 9월 현재 1백45명에 이르는 굴지의 로펌이다.
성장 과정은 출발이 앞섰던 김&장이나 한미(지금의 광장) 등 다른 로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젊고 우수한 변호사들을 데려다 전문변호사로 키워 내는 한편 판 · 검사를 역임한 중량급 재조 출신 변호사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옛날 스크랩 철을 뒤져보면 세종이 리쿠르트시장에서 종종 대어(大魚)를 낚아 올리며 기염을 토하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가 발전하며 변호사 리쿠르트에서 성공하고, 리쿠르트의 성공이 또다시 사건 수임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세종의 발전을 이끌어 온 셈이다.
법원 인사철이나 사법연수생 수료 시즌이 되면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리쿠르트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게 로펌 업계의 현실이다. '리쿠르트에서의 성공이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나돌만큼 고도의 지적서비스 업종인 이 업계에선 인재 영입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세종의 변호사들 중엔 93년 1월 오성환 전 대법관의 합류에 이은 94년 3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이종남 전 감사원장의 영입 성공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두 원로의 명망도 그렇지만, 법원과 검찰의 대선배 변호사를 영입함으로써 세종의 지휘부가 탄탄하게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종에선 두 원로 변호사의 영입을 위해 신영무 변호사가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버금가는 공을 들였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종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은 2000년 1월 전격 단행된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의 합병이다. 증권 · 금융 전문으로 출발, 기업 자문 분야가 특히 발달했던 세종이 로펌의 또다른 업무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송무쪽의 경쟁력을 일거에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합동은 신영무 변호사와 서울고 동기로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황상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중심이 돼 설립된 법률사무소로 당시 서울 서초동에서 송무 전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국내 로펌 사상 최초의 합병인 세종-열린 합병은 업계에도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이후 한미와 구 광장이 합쳐 광장이 되고, 화백과 우방이 화우로 재탄생하는 등 로펌간 합병이 이어졌다. 또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대형 로펌간 합병의 공식이 돼 버린 '송무-섭외의 짝짓기'라는 유행어도 이때 만들어졌다.
열린과의 합병 이후 세종의 발전에 더욱 탄력이 붙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송무의 비중이 전체 업무의 3분의1정도로 확대됐을 만큼 이 분야의 발전이 특히 눈에 띤다고 시너지를 강조한다.
2005년말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삼성그룹 채권소송에서 세종은 삼성측을 대리하고 있다. 청구금액이 5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사법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사건이다.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사재출연한 것과 관련, 350만주를 증여받은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삼성자동차 대출 관련 손실 2조4천500억원의 원금과 위약금 등 총 5조2천억원의 약정금을 청구했다. 상대방인 채권단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가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성 전 대법관과 황상현 변호사, 이근웅 전 사법연수원장, 하철용, 강신섭, 임준호 변호사 등이 포진한 세종의 송무팀은 대형 사건의 대리인이 돼 법정에 나서는 일이 많다. 99년 9월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담배소송'과 2005년 음주피해자들이 진로를 상대로 낸 '술소송'에선 각각 KT&G와 진로측을 대리하고 있다.
김경한 전 법무부차관과 유창종 전 서울지검장, 얼마전 법무부장관 물망에도 오른 임내현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지휘하는 형사팀도 김&장, 태평양의 형사팀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대검 중수부가 펼쳤던 불법대선자금사건 수사때 롯데그룹을 변호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세종측은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과의 합병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당시 주로 송무쪽에서 활약하던 10여명의 변호사들이 열린과의 합병에 반대해 세종을 탈퇴한 것이다. 이때 탈퇴한 변호사들이 4개월후인 2000년 4월 설립한 로펌이 법무법인 지평으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오랫동안 대표를 맡아 더욱 유명해졌다.
변호사들의 이탈은 합병에 따른 불가피한 댓가인 측면이 없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 자문 쪽의 중견 변호사들이 잇따라 세종을 떠나 지휘부가 여간 신경쓰는 분위기다. 세종이 두터운 맨파워를 바탕으로 중소 로펌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변호사의 이탈은 일단 전력의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초 사외이사 선출방식을 놓고 맞붙은 KT&G의 경영권 분쟁에서 칼 아이칸 측을 대리한 에버그린 법률사무소가 지평에 이어 세종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중소 로펌으로 꼽힌다. 2003년 2월 세종에서 활약했던 송현웅 변호사와 원태연 미국변호사 등이 설립을 주도했다. 에버그린엔 얼마전 세종의 중견변호사 2명이 또다시 합류해 세종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KT&G 경영권 분쟁때 에버그린은 칼 아이칸을, KT&G는 세종이 대리하고 나서 더욱 화제가 됐다. 세종 출신 변호사와 친정에 해당하는 세종과의 법률대리전으로 전개된 양상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종은 지난 9월1일자로 김두식 변호사를 새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로 선임, 23년여만에 지휘부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동안 신영무 변호사가 경영을 도맡아 처리해 왔으나, 같은 창업 멤버인 김 변호사가 바톤을 이어받아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통상법 전문가로, 변호사 경력만 24년이다. 미 시카고대 로스쿨(LL.M.)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췄으며, 미국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로펌인 'Wilson, Sonsini, Goodrish & Rosati'와 'Coudert Brothers' 브뤼셀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매니징 파트너가 된 김 변호사는 변호사들에게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공격적인(aggressive) 업무수행과 함께 팀 플레이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이 그동안 비교적 보수적으로 업무처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변화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 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이끄는 세종호가 변호사의 이탈 방지라는 내부 결속과 함께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 임박 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외부 경쟁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 갈지 다른 로펌 관계자들도 주시하고 있다.
세종합동법률사무소,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동서종합법률사무소, 세방종합법률사무소등이 이 무렵 설립된 주요 로펌들이다. 이들 로펌들은 이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국내 로펌업계를 대표하는 굴지의 로펌들로 성장했다.
나중에 법무법인 세종으로 조직을 일신한 세종합동은 83년 3월 설립됐다. 판사 출신으로 미 예일대에서 증권법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S.J.D.)가 된 신영무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의 교보빌딩에서 문을 열었다. 세종로에 둥지를 틀어 세종이란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영어식 이름은 '신&김'. 설립자인 신 변호사와 신 변호사의 서울고 · 서울법대 후배로 같은 창업 멤버인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딴 것이다. 신 변호사의 손위 동서인 최승민 변호사도 함께 참여했다.
세종은 특히 증권법 전문가인 신 변호사의 역량에 힘입어 증권 · 금융 분야에 특화한 로펌으로 출발한 게 특징이다. 당시 한창 수요가 급증했던 이 분야의 일감이 쏟아지며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경제가 발달하며 자금 수요가 더욱 커진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금융전문변호사를 수소문해 가며 앞다퉈 일을 맡겼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봇물 터지듯 이어진 주요 기업들의 해외 증권 발행에 세종의 변호사들이 단골선수처럼 많이 참여했다. 84년 5월의 코리아 펀드 설립, 그해 12월 삼성전자의 2천만달러 해외전환사채 발행, 87년 3월 코리아-유로 펀드 설립 등이 이무렵 세종이 관여한 금융 관련 주요 딜들이다.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을 위한 제도정비에도 적극 관여했다고 세종측은 전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및 해외 증시에의 동시 상장,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 자산유동화거래 등 첨단 금융기법이 수반된 금융거래에서 세종의 변호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서울과 뉴욕증시에 동시상장한 LG필립스LCD의 기업공개(IPO)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발행규모가 1조1천억원에 이르는 빅딜이다. 주간사인 UBS, 모간스탠리, LG투자증권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며 두나라의 관련 규정과 관행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복잡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상장을 성사시켰다고 세종의 변호사들은 강조한다.
지금은 증권 · 금융 분야는 물론 거의 전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국내 메이저 로펌중 한 곳으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기업 인수 · 합병(M&A)과 외국인투자 · 합작 ▲일반 회사법 업무와 기업지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특허 · 상표 · 지적재산권 · 라이센싱 ▲방송 · 통신 ▲부동산 · 건설 · SOC ▲에너지 · 환경 ▲파산 · 기업구조조정 ▲조세 ▲소송 · 중재 ▲WTO · 국제통상 · 중국투자 등이 세종이 내세우는 주요 업무분야들이다. 식구도 늘어 국내외 변호사가 9월 현재 1백45명에 이르는 굴지의 로펌이다.
성장 과정은 출발이 앞섰던 김&장이나 한미(지금의 광장) 등 다른 로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젊고 우수한 변호사들을 데려다 전문변호사로 키워 내는 한편 판 · 검사를 역임한 중량급 재조 출신 변호사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옛날 스크랩 철을 뒤져보면 세종이 리쿠르트시장에서 종종 대어(大魚)를 낚아 올리며 기염을 토하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가 발전하며 변호사 리쿠르트에서 성공하고, 리쿠르트의 성공이 또다시 사건 수임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세종의 발전을 이끌어 온 셈이다.
법원 인사철이나 사법연수생 수료 시즌이 되면 대형 로펌들을 중심으로 리쿠르트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게 로펌 업계의 현실이다. '리쿠르트에서의 성공이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나돌만큼 고도의 지적서비스 업종인 이 업계에선 인재 영입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세종의 변호사들 중엔 93년 1월 오성환 전 대법관의 합류에 이은 94년 3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이종남 전 감사원장의 영입 성공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 두 원로의 명망도 그렇지만, 법원과 검찰의 대선배 변호사를 영입함으로써 세종의 지휘부가 탄탄하게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종에선 두 원로 변호사의 영입을 위해 신영무 변호사가 삼고초려(三顧草廬)에 버금가는 공을 들였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세종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은 2000년 1월 전격 단행된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의 합병이다. 증권 · 금융 전문으로 출발, 기업 자문 분야가 특히 발달했던 세종이 로펌의 또다른 업무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송무쪽의 경쟁력을 일거에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합동은 신영무 변호사와 서울고 동기로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황상현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중심이 돼 설립된 법률사무소로 당시 서울 서초동에서 송무 전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국내 로펌 사상 최초의 합병인 세종-열린 합병은 업계에도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이후 한미와 구 광장이 합쳐 광장이 되고, 화백과 우방이 화우로 재탄생하는 등 로펌간 합병이 이어졌다. 또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대형 로펌간 합병의 공식이 돼 버린 '송무-섭외의 짝짓기'라는 유행어도 이때 만들어졌다.
열린과의 합병 이후 세종의 발전에 더욱 탄력이 붙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세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송무의 비중이 전체 업무의 3분의1정도로 확대됐을 만큼 이 분야의 발전이 특히 눈에 띤다고 시너지를 강조한다.
2005년말 국내 14개 금융기관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삼성그룹 채권소송에서 세종은 삼성측을 대리하고 있다. 청구금액이 5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사법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사건이다.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당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사재출연한 것과 관련, 350만주를 증여받은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삼성자동차 대출 관련 손실 2조4천500억원의 원금과 위약금 등 총 5조2천억원의 약정금을 청구했다. 상대방인 채권단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가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성 전 대법관과 황상현 변호사, 이근웅 전 사법연수원장, 하철용, 강신섭, 임준호 변호사 등이 포진한 세종의 송무팀은 대형 사건의 대리인이 돼 법정에 나서는 일이 많다. 99년 9월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낸 이른바 '담배소송'과 2005년 음주피해자들이 진로를 상대로 낸 '술소송'에선 각각 KT&G와 진로측을 대리하고 있다.
김경한 전 법무부차관과 유창종 전 서울지검장, 얼마전 법무부장관 물망에도 오른 임내현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지휘하는 형사팀도 김&장, 태평양의 형사팀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대검 중수부가 펼쳤던 불법대선자금사건 수사때 롯데그룹을 변호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세종측은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과의 합병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당시 주로 송무쪽에서 활약하던 10여명의 변호사들이 열린과의 합병에 반대해 세종을 탈퇴한 것이다. 이때 탈퇴한 변호사들이 4개월후인 2000년 4월 설립한 로펌이 법무법인 지평으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오랫동안 대표를 맡아 더욱 유명해졌다.
변호사들의 이탈은 합병에 따른 불가피한 댓가인 측면이 없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 자문 쪽의 중견 변호사들이 잇따라 세종을 떠나 지휘부가 여간 신경쓰는 분위기다. 세종이 두터운 맨파워를 바탕으로 중소 로펌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변호사의 이탈은 일단 전력의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초 사외이사 선출방식을 놓고 맞붙은 KT&G의 경영권 분쟁에서 칼 아이칸 측을 대리한 에버그린 법률사무소가 지평에 이어 세종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중소 로펌으로 꼽힌다. 2003년 2월 세종에서 활약했던 송현웅 변호사와 원태연 미국변호사 등이 설립을 주도했다. 에버그린엔 얼마전 세종의 중견변호사 2명이 또다시 합류해 세종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KT&G 경영권 분쟁때 에버그린은 칼 아이칸을, KT&G는 세종이 대리하고 나서 더욱 화제가 됐다. 세종 출신 변호사와 친정에 해당하는 세종과의 법률대리전으로 전개된 양상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세종은 지난 9월1일자로 김두식 변호사를 새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로 선임, 23년여만에 지휘부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동안 신영무 변호사가 경영을 도맡아 처리해 왔으나, 같은 창업 멤버인 김 변호사가 바톤을 이어받아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통상법 전문가로, 변호사 경력만 24년이다. 미 시카고대 로스쿨(LL.M.)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췄으며, 미국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로펌인 'Wilson, Sonsini, Goodrish & Rosati'와 'Coudert Brothers' 브뤼셀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매니징 파트너가 된 김 변호사는 변호사들에게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공격적인(aggressive) 업무수행과 함께 팀 플레이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이 그동안 비교적 보수적으로 업무처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변화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 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이끄는 세종호가 변호사의 이탈 방지라는 내부 결속과 함께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 임박 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외부 경쟁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 갈지 다른 로펌 관계자들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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