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시민운동가, 시민단체 여간사 성희롱
이형모 <시민의신문> 대표 사퇴, 시민사회 '정신적 공황 상태'
그는 성추행 사건으로 퇴진 압력에 시달리던 1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 확장 부지터 철거 현장으로 달려가 버젓이 '철거 반대'를 외쳐 주변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시민의신문> 긴급 사고 "대표이사 성희롱 공개사과"
<시민의신문>은 13일 밤 긴급 내부회의를 갖고 이날 밤 11시21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임직원 명의의 '사고'를 인터넷판 <시민의신문>에 실었다.
임직원들은 사고를 통해 "엄격한 도덕성으로 사회규범과 법을 준수하고 실천해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시민의신문이 대표이사에 의한 성희롱 사건으로 시민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의신문이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하고 여러분께 공개 사과한다"며 이 대표의 성희롱 사실을 시인했다. 사고는 "대표이사가 13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시민의신문 대표이사 및 유관기관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표이사는 이 날 오전 <시민의신문> 임직원 앞에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구두사과와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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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은 이번 성추행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본지 취재 결과 성희롱을 당한 여성활동가는 이형모 대표가 또 관여하고 있는 H단체의 C모간사로 알려졌다.
C모간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내용증빙'을 이 대표이사 앞으로 보내 이 대표의 즉각적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이대표가 사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간사는 <시민의신문>측이 '사고'를 띄운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시민의신문>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못 받은 상태라 상황을 알기 힘들다"며 "아직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C간사는 "그러나 내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할 시점이 오면 내가 먼저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형모 대표는 한국시민운동계의 개척자이자 산 증인
<시민의신문>의 50여 임직원은 이대표의 반시민운동가적 망동에 공황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이대표 삶의 행적은 한국시민운동의 산 증인이자 개척자였기 때문이다.
<시민의신문>은 지난 1993년 5월20일 경실련 주도로 창간이래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주요한 한 축 역할을 해왔다. 1997년 5월 참여연대 등 전국 주요 시민단체 70여곳이 함께 참여해 조직을 확대개편하면서 시민운동권 전체의 공동신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형모 대표는 서영훈 초대 대표에 이어 94년 1월부터 지금껏 줄곧 경영을 맡아왔다.
이 대표의 운동가 경력은 화려하다. 금융계에서 재직하던 이 대표는 1989년 경실련 창립 이후 재정위원장을 맡아 어려운 경실련 살림을 맡아 경실련의 토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고, 1992년에는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03년 11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이원덕 노동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여해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는 '뉴패러다임포럼'의 대표로 취임했고, 같은 해 로또복권 수익금의 일부를 저소득층과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는 비영리공익재단 '(재)한국녹색문화재단' 설립을 주도해 현재까지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2004년 4월에는 제5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내에 '사람 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이 대표는 13명의 대통령 자문위원중 한명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신경쟁력특위가 '사람입국 일자리 위원회'로 확대개편될 때까지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약했다.
2005년 2월에는 학술-언론-문화 진흥을 위해 설립된 SBS 문화재단 이사로 선임됐고, 그해 9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청자 제작(퍼블릭 액세스) 전문방송인 (재)시민방송 RTV 제2기 공동 부이사장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이 직을 맡고 있다. 같은 시기인 2005년 9월에는 포스코가 1천억원을 출자한 사회공헌재단인 포스코 청암재단의 감사직을 맡았다.
이번에 소속 여간사를 성희롱한 H단체 역시 이 대표 주도로 2005년 1월 창립한 단체로 각계의 지도급 인사들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고, 이대표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민사회운동계 "지분도 내놓고 완전히 물러나라"
이 대표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민의신문> 대표직은 물론, 모든 유관단체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행동이 시민사회 전체에 공황적 충격을 안겨준 만큼 공직에서 물러나는 데서 그쳐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는 <시민의신문>을 비롯해 모인터넷 매체 등 그가 설립을 주도한 언론관련 매체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분들도 모두 내놓고 시민사회운동계에서 영원히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가 시민운동의 대가로 업으로 얻은 그 지분을 자진반납하지 않는다면 결국 언젠가는 슬그머니 경영일선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시민사회운동의 생명선은 누가 뭐래도 도덕성이다. 그런 면에서 이대표의 망동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며 그의 퇴출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시민의신문>을 비롯해 한국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많은 시민사회운동가들이 함께 매도되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다. 자신이 또하나의 권력이 된 양 착각하고 있는 극소수 상층부 명망가들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건은 그동안 권력과 자본에 중독현상을 보여온 일부 명망가들을 숙정하는 시민운동 자정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은 <시민의신문> 사고 전문.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사고] 본지 대표이사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
엄격한 도덕성으로 사회규범과 법을 준수하고 실천해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시민의신문이 대표이사에 의한 성희롱 사건으로 시민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의신문이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하고 여러분께 공개 사과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민의신문이 그 동안 보도를 통해 지적해 온 여성인권 보호와 사회적으로 횡행하는 성폭력 추방의지는 “위선이었다”는 비난을 받아도 감수해야 할 입장이 되었음을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시민의신문은 이번 사건을 미연에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시민의신문을 지켜보고 사랑해주신 독자들과 시민들, 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도 용서를 구합니다.
대표이사는 13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시민의신문 대표이사 및 유관기관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민의신문은 사건의 사후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혹여 이 사건으로 인해 시민사회운동과 활동가들의 명예가 훼손당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고언과 채찍질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시민의신문은 사내 성폭력 및 성차별 방지 대책을 다시 한번 강구하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진심으로 약속드립니다.
2006. 9. 13
시민의신문 임직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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