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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에서 수세로...한나라 '양대 악재'에 부심

소장파 등 강력 대응 주문, 지도부는 고심중

이해찬 전 총리의 총리직 사퇴로 여권에 대한 공세거리가 사라진 가운데 한나라당이 곤혹스러워 할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졸지에 공세에서 수세로 국면이 전환된 셈이다.

최연희 사태로 여권의 "한나라당=성추행당" 공세 우려

가장 골치 아픈 사안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다. 한나라당은 내심 최 의원이 자진사퇴를 하길 기대했으나 이 같은 기대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참히 사라졌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당 차원의 발언은 자제하면서 곤혹스런 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좀 더 강경하다. 벌써부터 소장파 의원들은 더이상 이번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5.31선거를 앞두고 공세에서 수세로 국면이 전환됨에 따라 박근혜 한나라당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소장파 심재철 의원은 20일 의원총회에서 "최연희 의원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지만 이날의 기자회견의 발표내용은 불충분했고, 방향이 잘못됐다고 본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고진화 의원 역시 "최 의원이 평소 존경을 받던 분이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사후 처리의 원칙을 분명히 세웠어야 했다"고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야3당과 함께 사퇴 결의안을 낸만큼 당 차원에서는 할만치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이 계속 이를 선전이슈화하고 특히 여성 강금실 전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여성유권자들에게 이 문제를 집중거론할 경우 '한나라당=성추행당'이라는 네거티브한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여성표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당 공천단에만 1백여건 제보 접수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과 함께 5.31 지방선거의 공천 관련 잡음도 한나라당의 골칫거리다. 특히 여권이 '부패 지방정권 심판론'을 핵심 선거운동 방향으로 설정한만큼 한나라당의 우려는 크다.

40%에 육박하는 당의 지지율 때문에 당내 공천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내부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이 한나라당 고민의 근원이다. 아직 뚜렷하게 확인된 것은 없지만 당의 클린공천단에는 벌써 1백여 건의 제보가 들어와 있고, 언론을 통해 수시로 공천 잡음이 보도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개혁공천'만이 한나라당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란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시도하는 개혁공천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나 불협화음이 없을 수 없다"며 "그러나 이것을 잘 극복하고 견디지 못하면 정치발전이 후퇴하고 앞으로 그 누구도 용기를 내서 (개혁공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가 말하고 있는 '개혁공천'이란 기초단체장, 기초-광역 의원 후보자의 경우 중앙당에 집중돼 있던 기존의 공천 방식이 아니라 각 시도당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혁공천은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된 '제왕적 권한'과 '계파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개혁'이란 단어와는 다소 멀어보이는 한나라당으로선 꼭 성공해야 할 부분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공천잡음'에 대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진화 의원과 심재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미 과거 박 대표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한 것으로 아는데 그 입장대로 원칙을 세워 처리해야 한다"고 엄정 대처를 요구했다.

이번 주를 '천막당사 초심 실천주간'으로 선포한 한나라당이 눈 앞의 '2대 악재'를 극복하고 변화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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