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겨울 한강이 속삭입니다. 촛불을 들라고"

[김영환의 4대강 르포 시] 한강 공사장을 둘러보니

김영환 민주당 의원 겸 시인이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낙동강에 이어 한강을 둘러본 뒤 장문의 르포시를 보내왔다. 김 의원은 앞으로 영산강, 금강도 둘러보고 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2010년 2월, 겨울한강에 촛불을 들라

2010년 겨울, 한강 르네상스

2010년 2월, 겨울 한강에 나가보십시오
갈퀴손의 잰 손놀림과 돌관자들의 거침없는 진군을 보러.

60년 만의 폭설과 폭한의 겨울
한강에는 소위 한강르네상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강은 파괴되고 있고
남은 수변공간조차 점차 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부수고 내일은 복원할
대재앙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밤섬은 말이 없고
저자도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선유도도 고개 떨군 그곳에

폭파와 준설에 이골이 난 갈퀴손으로
한강 백사장도 나루터를 모조리 없앤 돌관자들이
한강에 거대한 콘크리트의 바벨탑을 세우고 있습니다.

3층의 철근으로 우람하게 지은 철근콘크리트 옹벽의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를 세 곳이나 띄우는 한강에 나가보십시오.

한강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든다더니
다시 콘크리트 인공섬을 띄우는
2010년 2월, 한강에 나가 보십시오.


2010년 2월의 겨울, 한강 전투

2010년 2월, 겨울 한강에서 전투가 개시되었습니다.

‘한강 살리기’라는 암호명으로 시작된 전투가
제3공구 이포보 전투, 제4공구 여주보 전투, 제6공구 강천보 전투로
확대되었고 발파가 시작되었습니다.

‘속전속결’은 이 작전의 전술로,
‘패스트 트랙’은 이 전투의 전략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모든 중장비와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한 火力이 집중투하 되고 있습니다.

바위늪구비 지역 4대강 공사 전과 후. 무엇을 위한 공사인가 ⓒ김영환

갈대와 수양버들은 뿌리 뽑혀나가고
개구리와 뱀, 양서류는 깔아뭉개집니다.

희귀종과 생태습지와 동식물은 즉각 희생시키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수백만평의 습지와 모래톱이 초토화되어 갑니다.

함께 지냈던 흰꼬리수리도 돌상어도 얼룩새코미꾸리도,
작은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삵도 이제 떠나가야 합니다.

슬금슬금 모래톱을 기어오르던 민물거북이 남생이도 어디론가
사라질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

충주댐이 생기고 난 후 단양쑥부쟁이, 단양을 떠나
여주군 강천리 도리섬 습지, 바위늪구비에 겨우 몸을 풀었습니다.
그 홀씨를 실어 나르던 남한강물이 가물막이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400년 된 느티나무 정자목이 서있습니다.
팔당댐에 도당할머니는 이미 수몰되고
도당할아버지 한그루만이 서있습니다.

단강리에는 유배 떠난 단종을 품에 안았던 600년 당산나무 한그루가
폐교를 앞둔 단강초등학교 교정에 덩그마니 서 있습니다.

청미천과 섬강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부 세물머리 흥원창의 저녁놀은
시간 위에 적어둔 수많은 이야기처럼 빛납니다.

이 겨울, 지하수를 끌어 올려 유기농 설향딸기를 키우던
젊은 농부의 꿈도 무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2010년 2월, 두물머리에
버드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외로이 서 있습니다.

어린 신부님이 젊은 농부의 꿈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조용히 단식을 이어갑니다.

유기농 단지도 한강의 이름 없는 풀꽃도 사라질지 모르는 이곳에
십자가만이 시린 강바람을 온 몸에 맞고 서 있습니다.


두물머리 끝자락에 꽂혀 있는 나무 십자가가 의미심장하다 ⓒ김영환

사라져 버린 이야기들

<밤섬을 지켜온 쌍바위>

물의 흐름을 막는다며 1968년 폭파되어
강 건너 윤중로의 제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버린 밤섬은 쌍바위의 부서진 뼈마디와 살점을 기억하며
이름 없는 풀꽃과 황조롱이를 껴안고
이제 나그네새 붉은발도요새는 밤섬의 눌새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섬 저자도>

옥수동 남쪽 한강에 동서로 2km 남북으로 885m
35만 4천 평의 아름다운 백사장.
여름에는 수영팬티와 자동차 튜브를 빌려 주던 곳.
겨울이면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쳤던 곳.

1969년 현대건설이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얻어
1972년 저자도는 산채로 뼈와 살이 발라진 채
압구정동의 네온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겸제 정선의 진경산수에 나오는 섬 선유도>

일제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를 막는다며
선유봉을 폭파해 버린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포크레인의 갈퀴손에 강을 맡긴 우리들의 무지를
이제는 밤섬의 수양버들에 목매달아야 합니다.
저자도의 닥나무에 묶어 흘려보내야 합니다.


모래무지와 붕어, 사라진 웅어에게 길을 묻다.

한강의 모래무지가 말합니다.
“모래무지에게 모래를 돌려주십시오.”

인공산란장 근처에 가니 잉어나 붕어가 말합니다.
“제발 물 얕은 여울과 수초 가득한 강을 돌려주십시오.”

“제발 자연을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의 콘크리트의 한강은 접근할 수도 발을 담글 수도 없습니다.
물고기들은 알 낳을 곳이 없어지고 새들도 둥지 틀 곳이 없어졌습니다.”

흥원창에서 남한강?섬강?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 낙조가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김영환

2010년 2월, 겨울 한강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2010년 2월, 겨울 한강에 촛불을 들라

이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생명의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촛불은 어디에나 있고 아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흥원창에서 남한강·섬강·청미천이 만나는 세물머리.
낙조가 천하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자연을 버리려는 자와
자연을 지키려는 자가
대치하고 있는 2010년의 한강에 나와 보십시오.

생명을 지키려는 자와
생명을 죽이려는 자가
대치하고 있는 겨울한강에 나와 보십시오.

어머니인 강을 능욕하는 자와
어머니인 강을 지키려는 자 사이에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있습니다.

태백에서 흘러내린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이
하나가 되어 흘러갑니다.


2010년 2월, 겨울 한강을 지키러 나섭시다.

양수리의 눌새들처럼 스크럼을 짜고
온몸에 촛불을 붙일 때입니다.

인생은 강물 위에 잠시 흩날리는 홀씨,
강은 우리가 죽어서 돌아갈 무덤입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 시인

관련기사

댓글이 5 개 있습니다.

  • 8 0
    쥐랄망국쥐살생국

    국토를 유린하는 망국노역적 쥐새퀴
    하나님이 주신 생태계를 쥐맘대로 파괴하는 개쥐박 마귀새퀴
    니 죄악이 하늘을 찌른다. 넌 반드시 망한다.

  • 2 0
    볍진도가지가지

    밑에 요덕 주둥아리 까대라 핵불 쑤셔주마. 쥐새키만도 못한 즘생아 사대강에 널 파묻어주마.
    쥐바기랑 널 파묻기전에 차라리 번지해라.

  • 1 7
    요덕

    촛불보단 핵불이 더낫지. 인간백정한테 돈퍼준 븅신들한테는

  • 4 0
    펜의 효력,,

    화기의 조준각 한계치 내로 근접해서 파고 들어가서, 펜으로 찔러죽이는 방법도 있지요,,,

  • 7 2
    guliver

    pen 이 gun 보다 강할까? gun 을 가진 무식한 맹바기 한테는 pen 은 별로 효력이 없을것 같은데......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