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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아랍계에게 암살되다"?

영국 TV 드라마 제작 다음달 9일 유료채널 방영, 미국 발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년 시카고의 유세장에서 암살된다는 내용의 드라마가 영국에서 제작돼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시, 대선 앞두고 아랍계에 암살돼"

일본 <지지(時事)통신>, 영국 <더 타임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2일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 4가 제작한 드라마가 파문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오는 10월에 방송될 예정인 이 드라마를 상세히 소개됐다.

채널 4가 제작한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이라는 제목의 90분의 드라마는 부시 대통령이 2007년 시카고 산업계 지도자들 앞에서 연설을 행하고, 그 장소를 떠날 때에 시리아 태생의 남자에게 저격 당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재계 지도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거대한 반전시위를 맞게되고 방문일정을 계속하던 그가 셰라톤호텔을 떠나는 순간 저격범이 쏜 총에 맞고, 이후 대통령 암살의 여파로 미국 사회는 심한 국가적 불신상황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90분짜리 이 드라마는 영국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쓴 작품으로 암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레인지 감독은 런던의 교통체계를 마비시킨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BBC 드라마 ‘영국이 멈춰선 날’을 만들어 화제를 모은 유명감독이다.

채널 4가 제작한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지는 부시 대통령의 저격 장면 ⓒ 채널 4


채널 4는 이번 달 7일부터 시작되는 토론토 영화제에 이 드라마를 출전시킬 예정으로 이후 10월 9일부터 이 민간 방송의 자회사인 유료 채널 ‘모어4’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 드라마가 비록 영화이기는 하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미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이 영화는 미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두고 유권자 사이에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극단적 분열상을 보이는 내년 10월을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영화의 암살장면이 1968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이나 1981년 3월30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워싱턴의 힐튼호텔을 나서다가 존 힝클리가 쏜 6발의 총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바 있는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채널4는 이 영화를 미국 방송사에 판매할 계획이나 런던 거주 미국인들은 영화가 별로 재미없는 데다 미국내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본다"며 "이 영화에 대한 영국 거주 미국인들은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미셸 보먼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 대부분은 현직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할 것”이라면서 “미국 방송사가 이 영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파 잡지 <리퍼블리컨>의 대변인인 에릭 스탈은 "다른 나라의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집권 초기부터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좌파들이 그를 개인으로서 비하하려는 일들을 많이 접해왔으며, 이번 영화 역시 새롭고 불온한 비방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대응할 가치 없다" 불쾌감

미 백악관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 논평을 해줌으로써 이 영화에 대해 광채를 더해줄 필요가 없다”고 이 영화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미 공화당의 고위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히틀러와 파시즘과 종종 비교하려는 진보진영의 전술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더 타임스>는 레인지 감독이 인터뷰에서 “영화는 세심한 연구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테러와의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면서 “심각하고 민감한 내용이며, 부시 대통령 암살을 부추길 의도는 없다”고 말하며 영화가 선정주의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했다.

제작사인 모어4의 피터 데일 사장은 “이 영화는 선정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드라마가 아니라 현재 미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흥미진진한 비평작품”이라면서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정치적 고찰이 될 것이며, 이 때문에 흥분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용을 보면 아주 정교한 영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어4는 앞으로도 영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장관을 역임한 데이비드 블렁킷 전 내무장관의 비자 스캔들을 다룬 ‘매우 사교적인 장관’과 이라크전 참전으로 재판을 받는 토니 블레어 총리를 다룬 ‘토니 블레어의 재판’ 등 문제작을 연이어 제작·방송할 방침이어서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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