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학등록금 못내, 빚 많아...잇단 자살
설 앞두고 부산에서 생활고 비관 자살 잇달아
1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8일 부산 사하구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부부싸움 끝에 2살, 7살 자녀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두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A(32)씨는 주택대출금 등으로 4천만원 상당의 빚을 지고 100여만원 남짓한 남편의 월급으로 힘들게 생활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에는 부산 금정산성의 한 정자에서는 딸의 대학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던 B(53)씨가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사업 실패 후 5천만 원 상당의 빚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부산생명의전화 김정환 기획실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족을 부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목숨을 끊는 처벌형 자살이나 현실을 도피하려는 탈출형 자살이 잇따르는 것은 경제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사회학과 설광석 교수는 "사회통합이 무너졌다는 점이 자살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텐데 혼자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자살을 택한다"고 분석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이웃이 어려우면 돕고 고민을 공유하던 공동체 문화가 파괴되면서 자살도 늘었다"며 "반상회 등을 활성화해서 지역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적 안정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3만7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살 충동 원인 중 1위로 경제적 어려움(36.2%)을 꼽았다. 가정불화(15.6%)나 외로움(14.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대체로 자살 충동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11%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반면, 600만원 이상 가구는 4.8%만이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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