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분당? 그 사람들이 나가야"
<뷰스 칼럼> 한나라당 '2차 분당 위기', 거센 폭풍 속으로
친박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세간에 나도는 '분당설'과 관련, 지난 15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의원은 이런 말도 함께 했다.
"야당시절, 그렇게 어려웠던 때를 원칙을 지키며 당을 꾸려왔다. 지금은 모든 것을 가진 다수여당인데도 떳떳지 못하다. 박 전 대표는 얼굴에 칼을 맞고 108번 절하고 눈물로 호소해 소수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이끌었다. 그때는 잘 살던 사람들이 이제 다수 집권당이 되자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 앞에 무릎 꿇어본 적이 없는, 눈물로 진심을 호소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박근혜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핵심 친박이다. 때문에 그의 말은 박 전 대표의 심중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해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2년만에 다시 찾아온 '2차 분당 위기'
이렇듯 '분당'에 관한 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박 전 대표는 2년 전, '공천 대학살'때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의원들이 무더기 탈당하는 '사실상의 분당'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홀로 '제자리'를 지켰다. 대신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고 그 후 친박계가 압승을 거두면서, 친박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여소야대' 위기에 직면한 친이계 주류는 울분을 삭이며 이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한마디로 말해 '박근혜 밀어내기'에 실패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금, 세종시 문제로 동일한 국면이 도래했다. 친이 직계는 앞다퉈 박 전 대표를 정조준, "제왕적", "정치적 사익 추구" 등의 원색적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맞서 친박은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 '성역없는 공세'로 맞받았다.
이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의 한결같은 관전평은 "두 사람 모두 루비콘 강을 건넜다"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박 전 대표를 만나는 일이 없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 갈등은 만나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안이 발표되기 며칠 전에, 박 전 대표에게 정부안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주호영 특임장관이 지난 6일 친박 허태열 최고위원에게 정부안을 설명했고, 다음날 주 장관보다 급이 높은 친이 거물 인사가 또 다른 친박 핵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당분간 박 전 대표가 입장 표명을 유보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바로 그날 오후 곧바로 세종시 수정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세종시 문제만은 타협이냐 절충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그것도 이 대통령을 향한.
그 후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해 '분당 사태'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2년 전 총선때의 '사실상 분당'을 1차 분당이라 한다면, 지금은 '2차 분당' 위기를 맞이한 형국이다.
분당 가능성, 아직은 낮으나 앞으로는...
아직까지 세간에선 분당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최근 <윈지코리아> 여론조사(1.13)에서는 55%, <리얼미터> 조사(1.14)에서는 50%가 분당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목할 대목은 분당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여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는 PK(부산경남)에선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망이 더 많으며 대전충청에서도 분당에 대한 전망이 팽팽하다는 대목이다. PK는 지난 총선때 친박에 몰표를 주었고, 대전충청은 세종시 사태를 겪으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역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여기에다가 TK(대구경북) 지역의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등, TK지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또 하나,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선 정부 수정안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소신대로 반대할 수도 있다"며 이해한다는 반응이 60%(<윈지코리아> 조사결과)나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가 결코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은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의연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삼성동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세종시 전쟁'은 '지방선거 전쟁'으로
박 전 대표가 요지부동의 입장을 분명히 하자, 친이계는 종전의 '속전속결'에서 '장기전'으로 방향을 바꾼 분위기다. 빨라야 4월 국회, 늦으면 6.2 지방선거 후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가겠다는 기류가 곳곳에서 읽힌다.
친이계의 '장기전' 전술은 그러나 6.2 지방선거에서의 친이-친박 공천전쟁, 그리고 선거에서의 한나라당-친박연대 격돌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내달 2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곧바로 선거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지방선거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것.
이미 곳곳에서 격돌 조짐이 읽히고 있다. 한 예로 친이 김범일 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대구에선 세종시 블랙홀에 대해 침묵하는 김 시장을 공격하는 친박계 공세가 벌써부터 매섭다. 당연히 "친박계가 차기 대구시장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친박연대는 "충청에 당력을 집중하되, 비방세력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전 대표 선호도가 급등하는 충청에서 당세를 확장하는 동시에, 수도권에도 거물급 보수후보를 내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기반을 잠식하겠다는 경고다. 벌써부터 일부 거물급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수도권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는 친이계엔 가공스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변수 '남북정상회담'은?
변수는 없을까. 친박의 한 브레인은 얼마 전 "상반기 중 최대변수는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라고 전망했다. 역대 정권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은 대단한 파괴력을 과시했었다. 집권 프리미엄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정가에는 연말연초에 '3월 남북정상회담설' 등이 꾸준히 나돌아왔다.
그러나 북한이 15일 갑자기 '성전(聖戰)'을 선포하며 향후 모든 대화에서 남한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단순 엄포라고 간과하기엔 선언 주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라는 점에서 너무 중차대하다. 앞으로 상당 기간, 해빙 조짐을 보이는가 싶던 남북관계는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최대변수가 급속히 소멸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연초에 불붙은 세종시 전쟁은 공천 전쟁, 지방선거 전쟁 등으로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를 끊임없는 정치 폭풍 속으로 몰아갈 전망이다. 예상했던 바이나, 폭풍의 강도는 예측치보다 파괴력을 높여가는 양상이다. 그 끝은? 누가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이나,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중 한 사람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될듯 싶다는 거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