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가지고 있는 불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관용과 반성하는 한나라당이 되도록 하겠다. 스스로 클린핸드(깨끗한 손)가 되어 여러분들과 함께 손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매를 맞더라도 진지하게 듣고 당을 쇄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1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한나라당 지도부와 뉴라이트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임 의제는 ‘제1야당, 한나라당 이대로 좋은가’. 한나라당이 보수진영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 위해 자청한 자리였다.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적 바람은 정권교체이다. 정권교체에서 중심에 설 정당이 한나라당이라고 생각하여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아쉬움이 많다. 속내를 열어놓고 충고하고 기대도 전하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참석자들의 쓴소리를 주문했다. 김 의장의 주문대로 한나라당의 정체성, 대권주자간 조기 과열경쟁 등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국민중심당 등과 우파정당 만들어야"

제성호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는 우선 “대선후보 경선에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은 권력 추구의 추한 모습으로 보인다"며 지난 대선과정때 이재오 후보에 대한 색깔공세 등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가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때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등과 통합하는 우파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범우파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당 소속의원들이 지지세력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학생, 여성, 전문직 종사자, 절대 빈곤층 등 한나라당이 그간 다가가지 못했던 비지지층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노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나성린 안민정책포럼 회장은 "현 집권당이나 좌파연합은 어떻게든 판을 흔들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50%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려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한 정당이라서기보다 현재 이 나라가 좌편향되어가고 있기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이나 과연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방식뿐만 아니라 호남과 충청을 끌어안을 수 있는 지역통합,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이념 통합, 20대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세대 통합, 서민과 빈곤층을 아우르는 계층 통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현 선진화국민회의 공동대표는 “강한 정당이 되려면 문을 열고 개방하여 모든 이념을 수용할 수 있는 바다와 같은 관용으로 플러스가 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자리다툼이나 하다니..."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대선주자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잘 보일까 하는 거나 고민하는 등 한나라당이 수권정당 가능성 독점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완전국민경선제 실시 등 한나라당의 모든 기득권 포기, FTA와 대북정책 등 중요한 의제에 전념, 대선 주자들의 이미지 관리 행보에서 벗어나 주요 의제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완전국민경선제 결단을 내리고 고건 전총리까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서 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석춘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는 “정치집단이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에 공감하나, 그 가치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문호를 개방하여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 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일단 영입이 된 후에는 동지와 동료로서 함께 가야 하는데 전당대회에서 과거 전력을 들춰 색깔론을 이야기하면 너무 웃기는 일"이라고 대표경선때 색깔공세 파문을 꼬집었다.

이석연 시변 공동대표는 "벌써부터 자리 다툼이나 하면 절망적이다"라며 “정계개편 와중에서 한나라당은 외풍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같은 이념과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연대든 합동이든 같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살신성인의 정신을 가지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효종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의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 이미지를 벗고 환골탈태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왜 정권을 잡아야 하는지 그 점에 대해 설득력 있고 국민 마음에 다가가는 아젠다를 설정하여 스스로 변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임기응변이나 면피용이 아닌 확고한 원칙하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 확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국민 지지 50% 받는 그릇으로 키우겠다"

이같은 주문에 대해 한나라당의 권영세 참정치 운동본부 준비위원장은 “가풍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 자강운동이라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자강운동을 통해 국민 50% 이상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그릇으로 키우겠다"며 "많은 분들이 직접 참여해주시고 조언, 추천을 해주시면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뉴라이트 진영의 협조를 당부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헌신과 절제없이 국민의 뜻을 담아낼 수 없다”라면서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한 브랜드 바게닝을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의 지적에 대해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 자리의 고언을 새겨서 잘 하겠다. 버리시지 말고 채찍질 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