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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 다 갖겠다는 이명박 발상 위험"

<인터뷰> 손학규 경기지사 "가진 사람이 더한다는 말도 있다"

“가진 자가 돈으로 권력과 명예를 사면 권력은 부패하고 명예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돈과 권력, 돈과 명예를 다 갖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손학규(59) 경기도 도지사가 이명박(65) 서울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시장의 지난 11일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 워싱턴 발언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는 청빈의 정치와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던 손 지사가 재차 공세에 나섰다. 공세의 강도는 한층 셌다.

전 재산이 2억 9천여 만원인 손 지사는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 돈까지 취하려고 하면 처신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viewsnnews


14일 <뷰스앤뉴스>와 만난 손 지사는 “돈과 정치를 연관해 생각하는 사고방식 때문에 부정축재가 생긴다”며 “돈으로 권력을 사려 하면 그 권력은 부패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이명박 시장은 돈이 있으니까 그런 짓(부패행위)은 하지 않겠지’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 "순진한 생각이다. 가진 사람이 더 한다는 말도 있다"며 요즘 국민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태국의 탁신 총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손 지사는 “정치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뜻으로, 비전으로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할 일은 “돈이 없어도 뜻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도자를 꿈꿀 수 있고,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유권자 마음은 돈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다

뷰스앤뉴스 : “돈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손 지사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자신의 청렴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고 하는데.

손학규 : 아니다. 이 논쟁은 내가 꺼낸 것이 아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명박 시장 스스로) “돈 없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했다. 그건 아니다 싶어, 평소 내 소신을 말한 것뿐이다. 정말 돈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개발의 시대, 부정축재의 시대에는 돈으로 하는 정치가 가능했겠지만 새로운 시대, 청빈의 시대는 높은 도덕성이 지도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뷰스 : 정치란 사람의 마음 움직이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써 돈은 유용할 수도 있지 않나.

: 돈을 쌓아놓고 그 돈을 써가며 상대방 마음을 사는 것은 구태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부정축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다. 돈과 정치가 은근히 만나 은근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돈에는 돈의 논리가 있다.

돈으로 권력을 사려하면 그 권력은 부패해질 수밖에 없다. 돈으로 명예를 사려고 하면 그 명예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과 권력, 돈과 명예를 다 갖겠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공직자는 항상 그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공직자가 돈에 관심을 가지면 그 순간부터 흐트러지게 된다.

선배 정치인이 한 말이 있다. "정치인에게 돈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이라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뷰스 : 무엇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마음으로, 뜻으로, 비전으로 사야한다. 정치후원금이라는 것이 있다. 정치인과 마음과 뜻과 비전을 같이 하는 사람이 대신 그 뜻을 펼쳐달라고 십시일반하는 것이다. 이제 정치는 그런 돈, 뜻과 마음과 비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내는 투명한 돈으로 해야 한다. 자신의 돈으로 정치한다는 생각, 돈으로 사람 마음을 산다는 생각은 잘못된 발상이다.

뷰스 : 사람이 모이면 조직이 생기고,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많은 돈이 든다.

: 후원금이 부족하면 열심히 일해 많은 지지자, 열성적인 후원자를 두면 되고, 돈 아닌 것으로 마음을 사면 되지 않는가. 내 재산이 2억 9천만원인데 난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돈이 없어 힘들다는 생각 해본 적이 없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돈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면 유능한 자질을 갖고 있더라도 돈 없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인데,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말이나 되는 일이냐. 돈 갖고 하는 정치는 그 안에 부정의 씨앗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골프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같이 한 사람들 때문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리가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기업인들과 자리를 함께 한 탓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 안에 의혹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거다.

사퇴 압력 받는 태국의 탁신 총리를 보라!

손 지사는 돈과 권력이 유착했을 때 나타나는 병폐의 극단적인 예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태국의 탁신 총리를 들었다.ⓒviewsnnews


뷰스 : 정치후원금 제도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는 말인데.

: 적극 활성화 시켜야 한다. 선거공영제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제도 중 정당 국고보조금제가 있다. 이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를 유지, 운영하는 것은 그래도 그것이 돈과 정치의 유착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돈 안 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공영제와 같은 제도를 더욱 더 보완해야 한다.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는 한 사람, 한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시장은)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뜻이 있고 능력이 있는 정치 지도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어야 한다.

뷰스 ‘저 양반은 돈이 있으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하는 사람도 있다.

: 에이(웃음), 순진한 생각이다. "가진 사람이 더 한다"는 말도 있는데…. 국민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태국의 탁신 총리를 보라.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총리라는 권력을 이용해 개인 축재를 하지 않았는가.

뷰스 : 연초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를 화두로 던졌다. 양극화 역시 돈과 관련된 문제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몰락해 신빈곤층이 양산되고, 빈곤층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학교 문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 것을 해결하면 양극화는 해결된다. 부자가, 기업이 많은 부를 갖는 것을 탓해선 안 된다. 살기 어려운 빈곤계층의 수준을 높여주면 양극화는 해소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일자리는 말로 만드는 것 아니다. 나라에서 만드는 것도 아니다. 국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 무엇이 있는가. 사회적 일자리밖에 더 있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양극화 해소책 무엇이 있는가. 빈곤층에 대한 재정지원뿐이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보조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법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 역할은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돈이 부족하면 자금 지원 해주고, 신용 만들어주고, 해외 판로 개척해주는 거다. 기업 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정부 재정은 그런 곳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업하는 사람들을 도둑놈 취급하면 어느 누가 사업을 하겠는가. 확장하겠는가.

탈권위? 대통령 업신여기는 것이 탈권위란 말인가

지난 1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한류우드 조성사업 투자협약식'을 가진 손 지사. 그는 양극화 해소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일자리를 늘리고, 창출하는 정책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viewsnnews


뷰스 : 경제를 바라보는 참여정부의 기본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 그렇다.

뷰스 : 연초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양극화 문제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 양극화가 어떻게 2년 안에 해소될 수 있는가.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정치이슈화 해서 2007년 대선 전략을 쓰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는 거다. 국민을 더욱 더 분열시켜서 선거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구도로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는 거다.

뷰스 : 참여정부의 공과를 든다면.

: 공? 뭐가 있는가? 깨끗한 선서를 치렀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 상대편보다 돈을 적게 섰으니까 떳떳하다고. 하늘을 우러러 정말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탈 권위주의? 물론 권위주의는 나쁘다. 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분위기는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하도록 만들어야지…. 대통령을 업신여기는 것이 탈권위인가.

뷰스 과는.

: 국민들에게 자존심을 잃게 한 것이다. .... (질문을 하면 자신의 생각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 하던 손 지사였는데 그는 이 대목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이야기 하다보니 화가 치미는양, 얼굴이 벌개졌다 그러더니 말 머리를 돌렸다)

우리 국민 참으로 위대하다. 첨단기업 유치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절절히 느꼈다. 세계 경제의 리더들고 같은 말은 한다. 대한민국은 대단한 가능성 갖고 있는 나라라고.

그런 우리의 가능성을, 국운 융성의 기회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10년째 국민소득 1만불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정부가, 위정자가 잘 했으면 2만불은 벌써 이룩했을 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역사의식 갖고 있는 지도자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세계적인 시각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보기 좋은 쇼 하는 사람은 안된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국민 자존심 다시 불러일으며서 힘을 갖고, 용기를 갖고 다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 뽑아야 한다.
정경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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