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꿀벙어리 만든 '솜방망이 처벌'
[김진원의 '사건 속으로'] 2심서도 집행유예 선고받은 두산 비자금
21일 박용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등 두산그룹 총수 일가 3명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됐다.
정확하게는 용오, 용성 형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 용만씨는 징역 3년에 집유 4년, 벌금 40억원이다.
이에 따라 회사돈 2백86억원을 횡령해 대출금 이자 대납, 가족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이를 위해 2천8백억여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그룹 총수 일가가 기소된 '두산 비자금 사건'은 불구속기소로 시작돼 집행유예 판결로 사실상 마무리되게 됐다.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정도의 형이 선고된 사안에서 검찰은 상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가 아니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하는 것 자체가 봉쇄돼 있다. 또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이유로 상고할 수도 없다.
그러나 2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과연 적정했는가를 놓고 논란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두산 일가 3형제 등 관련 피고인 14명 전원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돼 검찰의 불구속기소에 이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1심에서의 집행유예 선고를 비판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진 사건이다.
두산 3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들은 항소를 하지 않아 집행유예 판결이 이미 확정됐다.
법원의 '집행유예' 논리
21일 오전 10시10분.
서울 서초동의 서올고법 대법정에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의 이인재 고법부장이 읽은 2심 판결 주문은 간결하다.
"검사 및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검찰과 피고인측 모두 1심에서의 양형 부당을 항소 이유로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또 피고인들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유죄가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형량을 둘러싸고 재판부의 고심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여론의 부담에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까지 나서 의견을 표명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자료와 유리한 사정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적정 형량을 저울질한데서 이런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명시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사유다.
재판부는 먼저 회사 소유의 재산을 마치 개인 소유의 재산인 것 처럼 사용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업의 독자적인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나무랐다.
이어 2백85억9천5백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10년간 장기간에 걸쳐 횡령한 점,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자체의 신용도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점 등이 나쁘다고 했다.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임직원들뿐 아니라 관련 하청업체의 임직원들까지도 불법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게 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도덕성을 크게 저하시킨 점도 불리한 양형자료 중 하나로 지목됐다.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사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66억9천5백만원의 회사돈이 횡령된 동현엔지니어링과 세계물류의 경우 주주 일가가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라는 점이 참작됐다. 횡령금이 모두 가족자금으로 사용돼 주주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두산건설과 두산산업개발의 부외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중 대주주들에 대한 대출금 이자 대납액 1백39억원을 횡령한 사실에 대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이렇게 해서라도 유상증자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피고인등 대주주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참여함으로써 유상증자가 가능했으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다른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대주주들과 마찬가지로 대출금 이자를 지급해 온 점 등에 비춰 그렇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대주주들에 의해 투입된 2백98억원이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이 방안이 당시 두산건설에서 유상증자 방안 중 하나로 고려했던 신한생명과의 실권주 인수약정 방안에 비해 회사에 불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 분식회계가 오래전부터 누적돼 온 분식에 의해 비롯된 면이 있고, 두산건설이나 두산산업개발에만 특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도 양형에 유리한 사정 중 하나로 들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지낸 박용오 회장과 대한상의회장, 국제유도연맹회장, 국제상업회의소(ICC)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역임했거나 현재도 이들 직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이 이를 통해 국익에 기여한 점 등도 참작했다고 했다.
법원 "원심 판결을 존중해서..."
재판부는 특히 형사재판의 사후심(事後審)적 요소를 거론하며, 1심 형량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원래 형사재판은 사후심이 원칙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하는 게 아니라 1심 재판에 잘못이 있나 없나를 사후적으로 따져 본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1심 판결에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잘못이 없으면 항소심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도 "양형 판단과정에서 원심(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과 적절한 양형의 폭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원심의 양형이 항소심의 그것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정한 양형의 폭의 범위 내에 있으면 원심판결을 존중해 항소를 기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의 형량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량을 넘거나 남용한 게 아니어서 이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의 표현 외에 더이상의 말은 아끼고 있다.
판결문은 좀 더 이어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원심이 가진 양형에 관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다고 판단되지 아니하므로, 양형을 탓하는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 선고를 마친 두산 비자금 사건은 이제 법정에서 여론의 심판대로 옮아갈 전망이다. 과연 여론은 이용훈 대법원장조차 "사법부의 위신을 세우지 못했다"고 질타했던 송방망이 처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2심 판결로 과연 '사법부의 위신'이 다시 세워졌을까. 이번 판결에 대한 법조 안팎의 평가가 주목된다.
정확하게는 용오, 용성 형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 용만씨는 징역 3년에 집유 4년, 벌금 40억원이다.
이에 따라 회사돈 2백86억원을 횡령해 대출금 이자 대납, 가족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이를 위해 2천8백억여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그룹 총수 일가가 기소된 '두산 비자금 사건'은 불구속기소로 시작돼 집행유예 판결로 사실상 마무리되게 됐다.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정도의 형이 선고된 사안에서 검찰은 상고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가 아니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하는 것 자체가 봉쇄돼 있다. 또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이유로 상고할 수도 없다.
그러나 2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과연 적정했는가를 놓고 논란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두산 일가 3형제 등 관련 피고인 14명 전원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돼 검찰의 불구속기소에 이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1심에서의 집행유예 선고를 비판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진 사건이다.
두산 3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들은 항소를 하지 않아 집행유예 판결이 이미 확정됐다.
법원의 '집행유예' 논리
21일 오전 10시10분.
서울 서초동의 서올고법 대법정에서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의 이인재 고법부장이 읽은 2심 판결 주문은 간결하다.
"검사 및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검찰과 피고인측 모두 1심에서의 양형 부당을 항소 이유로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또 피고인들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유죄가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형량을 둘러싸고 재판부의 고심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여론의 부담에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까지 나서 의견을 표명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자료와 유리한 사정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적정 형량을 저울질한데서 이런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명시한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사유다.
재판부는 먼저 회사 소유의 재산을 마치 개인 소유의 재산인 것 처럼 사용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업의 독자적인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나무랐다.
이어 2백85억9천5백만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10년간 장기간에 걸쳐 횡령한 점,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자체의 신용도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점 등이 나쁘다고 했다.
부외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임직원들뿐 아니라 관련 하청업체의 임직원들까지도 불법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게 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도덕성을 크게 저하시킨 점도 불리한 양형자료 중 하나로 지목됐다.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사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66억9천5백만원의 회사돈이 횡령된 동현엔지니어링과 세계물류의 경우 주주 일가가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라는 점이 참작됐다. 횡령금이 모두 가족자금으로 사용돼 주주들이 입은 실질적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두산건설과 두산산업개발의 부외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중 대주주들에 대한 대출금 이자 대납액 1백39억원을 횡령한 사실에 대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이렇게 해서라도 유상증자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한다.
피고인등 대주주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참여함으로써 유상증자가 가능했으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다른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대주주들과 마찬가지로 대출금 이자를 지급해 온 점 등에 비춰 그렇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대주주들에 의해 투입된 2백98억원이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이 방안이 당시 두산건설에서 유상증자 방안 중 하나로 고려했던 신한생명과의 실권주 인수약정 방안에 비해 회사에 불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 분식회계가 오래전부터 누적돼 온 분식에 의해 비롯된 면이 있고, 두산건설이나 두산산업개발에만 특수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도 양형에 유리한 사정 중 하나로 들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지낸 박용오 회장과 대한상의회장, 국제유도연맹회장, 국제상업회의소(ICC)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역임했거나 현재도 이들 직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이 이를 통해 국익에 기여한 점 등도 참작했다고 했다.
법원 "원심 판결을 존중해서..."
재판부는 특히 형사재판의 사후심(事後審)적 요소를 거론하며, 1심 형량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원래 형사재판은 사후심이 원칙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하는 게 아니라 1심 재판에 잘못이 있나 없나를 사후적으로 따져 본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1심 판결에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잘못이 없으면 항소심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도 "양형 판단과정에서 원심(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과 적절한 양형의 폭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원심의 양형이 항소심의 그것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정한 양형의 폭의 범위 내에 있으면 원심판결을 존중해 항소를 기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의 형량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량을 넘거나 남용한 게 아니어서 이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의 표현 외에 더이상의 말은 아끼고 있다.
판결문은 좀 더 이어진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원심이 가진 양형에 관한 합리적 재량을 벗어났다고 판단되지 아니하므로, 양형을 탓하는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사실심의 최종심인 항소심 선고를 마친 두산 비자금 사건은 이제 법정에서 여론의 심판대로 옮아갈 전망이다. 과연 여론은 이용훈 대법원장조차 "사법부의 위신을 세우지 못했다"고 질타했던 송방망이 처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2심 판결로 과연 '사법부의 위신'이 다시 세워졌을까. 이번 판결에 대한 법조 안팎의 평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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