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부-프로야구단간 '낙하산 전쟁'
유영구 KBO이사장 선출에 정부 발끈, YS맨 박종웅 추대
프로야구 사장단은 지난 16일 신상우 KBO총재가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즉각 긴급회의를 열고 차기총재로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다. 이례적으로 사장단이 신속하게 유 이사장을 추대한 것과 관련, 야구계에선 정치인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며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가 발끈했다. 17일 밤 모친상을 당한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상가에 조문을 간 최종학 문화부 체육국장은 사장단이 사전상의없이 차기 총재를 추대하고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언론에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도 같은 불만을 터져나오고 있다. 여권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박종웅 전 국회의원을 KBO 총재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의원은 대선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고 지난 총선때 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지원,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빚을 진 상태다.
이에 대해 KBO의 8개 구단 사장단은 유영구 이사장 추대를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8개 구단은 모두 그룹과 사전협의를 거친 뒤 유 이사장을 추대한 상태로, 자칫 정부여당과 재계간 힘겨루기로 발전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게 기업 프렌들리냐"는 불만의 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KBO는 10년전에도 박용오 OB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추대했다가 정부와 마찰을 겪었지만 여론 지지로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옴에 따라 오는 23일 KBS 정기이사회를 놓고 양측간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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