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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권 행보'에 적신호?

여야 고건파 '고건과 거리두기', 희망연대 영입인사들 고사

'고건파'를 자처해온 여야 정치인들이 최근 고건 전 총리와 잇따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희망연대' 출범에 난항이 거듭되는 등 고 전총리의 대권 행보에 이상기류가 목격되고 있다.

여야 '고건파', 고건과 거리두기

열린우리당내 대표적 고건파로 분류되는 안영근 의원은 현재 희망연대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해외에 체류 중이다. 그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국에 나온 지 오래돼서 희망연대나 고건 전 총리 측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며 고건 전 총리와 연관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내 대표적인 고건파로 분류되어온 이낙연 의원의 행보도 마찬가지. 그는 한화갑 대표로부터 공개경고까지 받아가며 희망연대 활동에 주력해왔지만 지난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새 정치질서 형성의 대장정에 나서며'라는 글을 통해 "통합+α ’가 인물 중심의 방식인 특정인을 위한 또는 특정인에 의한 길이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해선 국민의 새로운 기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해 고 전총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의 측근은 "그동안 당내 분열세력으로만 비춰져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다른 고건파 의원들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최인기 의원도 "내가 희망연대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어 희망연대 사정을 잘 모른다"고 말했고, 신중식 의원도 희망연대 출범이 산고를 거듭하자 일정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고건파의 머뭇거림과 관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들은 재선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수 있는 인물이 없다보니 망설이게 되는 것이고 현재 고건 전 총리도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5.31지방선거 참패이후 기습적으로 희망연대 출범을 선언했던 고건 전총리가 두달이 지나도록 희망연대 출범을 순연하는 등 세 결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제 3후보론'으로 무게이동 조짐

고건파 움직임이 주춤하면서 '고건과의 연대'가 대세이던 민주당 기류도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미국에 머물던 추미애 전 의원이 이달말 귀국하고, 조세형 전 대표가 7.26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제3 후보론'이 부상하는 등 당내 기류가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효석 신임 원내대표는 "고건 전 총리는 여전히 민주당의 중요한 상수"라면서도 "추미애 전 의원이나 조순형 전 대표 등 다양한 인물들이 민주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도 "연말까지 어떤 변화가 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고건 이외에 제 3의 후보론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희망연대 8월8일 출범 예정이나...

이같은 난기류를 반영하듯, 고건 신당의 모태가 될 것으로 주목받아온 희망연대 출범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희망연대는 당초 7월로 출범 시기를 발표했으나 공동대표 등 거물급 외부인사 영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단 8월8일로 출범을 늦춘 상태다. 고 전총리측은 고 전총리외에 거물급 명망가와 여성인사 등 3명으로 공동 대표단을 짠다는 계획이나, 영입 대상자들의 잇따른 고사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19일 총장직을 물러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 대해서도 러브콜을 보냈으나 즉각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건 측은 이달말 귀국하는 추미애 전 의원의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권 "독자적 정치세력 없고 정체성 불분명한 고건의 한계"

최근의 미묘한 상황전개와 관련, 정가에서는 독자적 정치세력이 없는 고건 전 총리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만약 지방선거 직후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 논의를 시작했다면 대권 후보가 없는 여당은 고건 전 총리에게 흡수되는 형태로 논의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여당이 연말로 정계개편 논의를 미루면서 여당은 시간을 벌수 있게 됐고, 여당이 호응을 하지 않으니 정치세력이 없는 고건 전 총리측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고 전총리의 정체성 부재라는 지적이 많다. 반노무현 정서에만 편승할뿐, 과연 그가 내세우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실체가 뚜렷치 않다는 것이다. 그 또한 '이미지 정치'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가 박근혜-이명박에 비해 밀리면서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과연 본격적인 정치 진입에 앞서 위기에 직면한 고건 전총리가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 지켜볼 일이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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