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미래와 경제'가 본격 출범했다. 전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지방선거 연대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던 고 전총리가 대권을 향한 홀로서기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날 싱크탱크에는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다수 참여해 고 전 총리 대권행보의 위세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문국현 등 중량급 인사도 참여

'미래와 경제'는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미래와 경제'의 창립 준비위원장을 맡아 그동안 조직을 구축해온 고 전 시장의 오랜 친구인 이세중 전 변협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됐다.

운영위원장에는 김영환 썬 인터내셔널 대표, 정책개발위원장에 김중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자문위원장에 문화일보 회장 출신인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선임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종훈 전 중앙대 총장 등 10명의 이사진도 이날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고 전총리의 정책 참모진과 인적 자원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돼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날 이사진 가운데 눈길을 끈 이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문 사장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수시로 독대를 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우며, 여러 차례 입각 대상으로 검토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사장의 고건 캠프 합류는 현 정권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각계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문 사장의 합류로 적잖은 인사들이 고건 캠프에 합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측 관계자는 ＂지난해말 등산 친목회 형태의 우민회가 전국적 규모의 조직을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에 중량급 싱크탱크까지 갖춤에 따라 5.31선거후 각 정파를 흡입할 수 있는 기본 골격을 갖추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참여하는 형태가 아니라, 도리어 자신을 중심으로 여러 정파를 흡입하는 구상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고건 ＂지금 정치시스템은 고장 났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창립총회에서 ＂위기는 시스템의 고장에서 온다＂며 ＂지금의 정치시스템은 고장이 났다＂고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편가르기식 정치공학으로는 위기를 키울 뿐,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통합적 리더십만이 국민의 에너지를 한 데 모으고 시스템 고장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창립총회에 이어 진행된 '위기의 한국,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고 전총리가 그동안 주장해 온 '창조적 실용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 제시됐다.

김영래 아주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최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돼야 한다＂며 ＂국민적 지지를 동원할 수 있는 리더십은 ▲통합적 리더십 ▲창조적 리더십 ▲실사구시적 리더십 ▲민주적 리더십 ▲미래지향적 리더십＂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고 전총리의 '창조적 실용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미래와 경제'는 정책개발위원회 산하에 정치행정 등 7개의 분과를 두고 매주 분야별 워크숍을 통해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고건 캠프의 대선 공약 등을 생산하는 산실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