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금 쓰러지는 일 없다. 그러나"
<뷰스칼럼> "지금은 없는 희생양이라도 바쳐야 할 때"
통화당국 고위관계자가 최근의 국내 금융시장 패닉에 대해 한 탄식이다.
정부여당-보수언론 갈팡질팡, 공포 증폭시켜
지금 시장은 완전 패닉상태다. 환율은 연일 미친듯 폭등하며 완전 제2 IMF 상황이며, 주식투자가들도 패닉상태에 빠져들기란 마찬가지다. 증시의 경우 국민연금이 개입해 상대적으로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정부여당도 패닉상태에 빠져들기란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여당은 외환 유동성 위기를 경고해온 '외환위기설'에 대해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다가 실제로 외환 유동성 위기가 발발하자, 정부는 은행들에게 "해외자산이라도 팔라"고 압박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좌파정권 10년탓"을 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달러 모으기 운동을 펼치자"고 주장하는 등 말 그대로 갈팡질팡이다.
또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호의 찬스다.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보수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등 매일같이 외환보유고 걱정을 하며 "패닉" "공황"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요즘 신문을 보면 완전히 제2 IMF사태가 도래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갈팡질팡이 맞물려 시장의 공포를 급속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하지만 공황 공포에 떠는 것은 우리뿐이 아니다.
지금 세계는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쓰나미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노도처럼 밀려드는 형국이다. 미국, 유럽, 일본, 브릭스 주가가 연일 대폭락하고 파산설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는 금융기관 파산설을 넘어서 아이슬란드의 경우처럼 국가파산설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어 보인다. 전세계가 "이러다가 정말 제2차 세계 대공황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에 사시나무 떨듯 하고 있다.
본디 '탐욕'과 '공포'는 가장 감염성이 높은 동전의 양 측면, 즉 쌍생아다. '탐욕의 시대'때 수많은 경제석학들이 자산거품을 우려했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공포'가 시장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안 믿는 절대불신이 삽시간에 시장을 사로잡았다.
물론 앞으로 수년간 세계는 자산거품 파열의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흥청망청 파티가 끝나고 술이 깰 때는 언제나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V자형' 회복을 기대 말아야 한다. 회복이 된다 할지라도 길고 지리한 'L자형' 회복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허리띠 졸라 매고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내일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패닉에 빠져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가 그러하다. 만에 하나 한국이 쓰러진다면 앞에 한 100여개국이 국가파산한 이후에나 쓰러질 것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쓰러지는 일은 만무하다.
안팎의 책임은? 5대 5
"왜 유독 원-달러 환율만 폭등하는 등 우리가 이 난리인가. 이 난리가 나게 된 데,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의 책임이 몇대 몇쯤 되나?"
언론계 중진이 던진 질문이다. "5대 5 쯤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물론 정부관계자는 이 답에 서운해 할 것이다.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24시간 불철주야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절반의 책임'을 물으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절반의 책임'을 묻고 있다.
정부는 위기를 '사전감지'하지 못했다. 도리어 세계 곳곳에서 비상경고음이 울릴 때도 핑크빛 고성장을 자신했고, 이를 위해 환율 등을 건드리는 치명적 과오를 범했다.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고, 이때 환투기세력들에게 '결정적 약점'을 잡혔다.
전세계 주가가 빠질 때는 우리 주가도 그 정도 빠지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외국인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것을 국민연금으로 막았고, 지금 이 순간도 막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현금지급기'로 여기고 더욱 '셀 코리아'를 하며 환율 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의 주가 방어가 환율 폭등을 초래하고, 환율폭등은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어이없는 형국이다.
"없는 희생양이라도 만들어 바쳐야 할 때"
정보기관 관계자가 "해법이 뭐냐"고 물어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답했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없는 희생양이라도 만들어 바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7일도 국민들에게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그동안 정부당국이 그래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최고 인사권자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동분서주하는 경제팀이 얼마나 안쓰럽겠나. 하지만 지금은 초비상시국이다.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극한불신에 빠져 있다. 특히 현 경제팀에 대한 불신은 절대불신 수준이다. 여당내 분위기까지 그렇다.
"시간이 없다. 연말에 할 개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 늦을수록 상처는 커질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때다. 특히 한나라당이 '거수기 정당'이 아니려면 그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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