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유럽 전역을 농락한 '교활한 변덕꾼'
[소로스의 환투기 공격사 (2)] FT "소로스 일당은 갱"
당연히 소로스는 유럽 전역의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즉각 환투기 공세를 전개, 이들부터 전년에 영란은행으로부터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움켜쥘 수 있었다.
'교활한 변덕꾼' 소로스
그는 이 과정에 시장을 교란시키며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는 교묘한 '아나운서 공세'를 전개, 공격을 받은 나라들로부터 "교활환 투기꾼"이란 맹비난을 받았다.
1993년 6월, 소로스는 영국의 <타임스>에 투고한 글을 통해 '마르크화 평가절하'를 예언했다.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는 너무 오랜 기간 고금리정책을 취해 왔다. 분데스방크에게는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게 마르크화 평가절하를 주장하는 근거였다.
실제로 독일은 1990년 10월 통독후 구동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이에 따른 인플레를 막기 위해 2년여동안 10차례나 금리를 올렸고, 소로스는 분데스방크가 더이상 고금리를 지탱할 체력이 없다고 판단해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소로스는 실제로 독일 마르크화를 팔고 프랑스 프랑스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 기간중 4억달러 규모의 프랑스화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집스런 분데스방크는 쉽게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다. 소로스 뒤를 좇아 프랑화 등을 무더기로 사들인 다른 헤지펀드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소로스는 그러나 그해 7월26일 프랑스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 통화조절메커니즘(ERM)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은만큼 내가 프랑화를 내다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로스의 인터뷰 직후 분데스랑크가 소로스를 응징하려는듯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자 소로스는 7월30일 자신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듯, 보유하고 있던 프랑화를 즉각 내다팔며 대신 마르크화를 사들였다. 당연히 프랑스 등 유럽의 비마르크화가 대폭락했고, 소로스 말을 믿고 프랑화 등을 보유하고 있던 다른 헤지펀드 등은 큰 손실을 입어야 했다. 하지만 소로스는 막대한 돈을 챙길 수 있었다. 흔히들 환투기 전쟁을 '0.5초 전쟁'이라 부르듯, 소로스가 먼저 움직이면서 환율 흐름을 완전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로스의 '배신'에 넋나간 이들을 향해 소로스가 발표한 해명성 성명이 걸작(?)이었다. "유럽 환율조절메커니즘의 주역인 분데스방크가 다른 회원국들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이들을 지키기 위해 환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일 아니겠나?"
두달 동안에 11억달러 또 챙겨
며칠 뒤인 8월4일, 그는 또 한차례 시장을 갖고 놀았다. 소로스가 마르크화를 매집하자 마르크화는 폭등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날 소로스는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나는 마르크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중"이란 폭탄 발언을 했다. 마르크화가 폭등을 거듭한 결과, 천장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말타기를 한 것이다. 곧바로 마르크화는 급락했고 소로스는 또한차례 돈을 움켜쥘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시장은 가공스런 '소로스 파워'에 경악하는 동시에, 그의 '교활한 변덕'에 치를 떨어야 했다.
소로스의 잇딴 공세로 결국 유럽은 무릎을 꿇었다. 환율조절메커니즘의 상하 변동폭을 종전의 6%에서 15%로 대폭 늘리기로 한 것. 이는 환율조절메커니즘을 통해 유럽 통화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1999년 단행하려던 유럽 통일통화 즉 유로화 도입시기를 21세기로 연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뼈아픈 좌절이었다.
소로스는 1993년 유럽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한 게임에서 전해보다 많은 1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기존의 미국 역사상 한 개인이 머니게임에서 벌어들인 사상최고의 금액이었다. 그가 운용한 펀드 수익률도 전년도와 엇비슷한 67.4%를 기록했다. 그는 1992~1993년 유럽 중앙은행 초토화로 세계 금융계의 명실상부한 제1인자로 급부상했다.
FT "조지 소로스와 그가 이끄는 헤지펀드는 갱"
그러나 그는 동시에 유럽의 공적이 됐다. 특히 영국인들은 종전의 "황금의 손"이란 찬사 대신 "파운드화를 망가뜨린 악마의 손", "영란은행을 깨트린 악당" 등으로 비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993년 8월7일자를 통해 "조지 소로스와 그가 이끄는 헤지펀드는 갱"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소로스는 그러나 비난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비판이 있을 지 며칠 뒤인 그해 8월23일,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유럽정부와 중앙은행들을 도리어 이렇게 비아냥댔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수없이 실수를 한다. 그러나 나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내가 성공하는 비밀이다.
나는 내 자신의 '지도자적 위치를 즐긴다. 나는 내가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그들이 흐름을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
그런데도 지금 유럽 정부들은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인정하려고도,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꾸려고도 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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