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친노세력, 전면전 돌입
<한겨레>의 '민주주의2.0' 비판에 친노 "정론지도 아니면서..."
발단은 <한겨레>가 20일자 사설 '전직 대통령의 토론 웹사이트 개설 유감'을 통해 노무현 전대통령의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 개설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한겨레> "盧, 현실정치와 거리 둬라"
사설은 '민주주의 2.0' 개설과 관련,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노 전 대통령 말대로, 민주주의에 긴요한 시민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쓴다면 그걸 탓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이 직접 토론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며 정치적 ‘반목과 대립’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노 전 대통령 쪽은 사이트 개설이 '전직 대통령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세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구심을 많은 국민이 갖고 있다"며 "‘왜 꼭 그런 쪽으로만 보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의 전통이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 현실에선 전직 대통령들 스스로 좀더 조심스런 태도로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얼마 전 노 전 대통령 핵심 측근 두 사람이 골프장에서 사돈을 맺고, 노 전 대통령은 결혼식 주례를 보고, 친노 인사들이 대거 집결한 걸 보면서 많은 국민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강금원-이병완 자녀간 호화결혼식을 꼬집기도 했다.
사설은 이어 "친노 인사들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든 안 하든 그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고, 나중에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 결집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벌써 ‘민주주의 2.0’엔 노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그게 노 전 대통령 생각과 전혀 무관하다 하더라도, 그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 전 대통령 쪽은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좀더 신중하게 ‘민주주의 2.0’ 운영 문제를 검토하길 바란다"며 노 전대통령의 자중을 주문했다.
친노진영 발끈 "<한겨레>는 정론지도 아냐"
<한겨레> 사설이 나가자, 당연히 친노진영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주의 2.0'에는 <한겨레>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친노진영 인사들도 <한겨레>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정부때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대 교수는 21일 <서프라이즈>에 쓴 '아직도 정신 못차린 한겨레사설 유감'이란 글을 통해 "엊그제 참석한 한 소규모 세미나에서 어떤 교수가 언론에 나타난 담론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며 "<조선>, <동아>, <한겨레>, <경향>의 사설을 경험적으로 연구한 결과, 독재시대의 잘못된 편견이나 담론을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네 신문 모두가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보언론들이 보수언론의 의제와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참여정부 이후 진보가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라며 <한겨레><경향>을 싸잡아 비난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그래도 촛불집회 와중에 <경향>과 <한겨레>의 독자배가운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 그들 신문의 품질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안이 없으니 키워보자는 뜻이었다"며 "하지만 어제 아침 <한겨레> 신문의 사설을 보니 ‘한겨레,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겨레>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한겨레> 사설을 "노무현 전대통령의 민주주의 2.0 사이트에 대한 시비"라고 규정한 뒤,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흔히 있는 일이다. 노 전대통령이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빈깡통이라고 할 수 있는 2.0 사이트를 운영만 해주는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을 보니 이런 신문을 과연 정론지라고 할 수 있는지 심한 회의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겨레>를 '비정론지'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그는 "<한겨레>는 이번 사설의 정당성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밝히든지, 아니면 자신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겨레>에 대한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ID '마케터'도 21일 밤 '민주주의 2.0'에 띄운 '<한겨레> 신문은 무능력했다'는 글을 통해 "진보개혁세력에 가장 무능한 집단이 있었다면 과연 이는 누구였을까"라고 물은 뒤, "나는 단연코 <한겨레> 신문을 운영하던 그 무리를 지목한다.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그리 순탄치 않았던 진보개혁의 역사에서 <한겨레> 신문처럼 전폭적이고 독점적인 물적 심적 지원을 그것도 장장 20년이나 받아온 대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 신문은 언론 영향력적인 측면이나 경영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여론주도층에게는 일부 소수의 목소리로 폄하되고 있고 경영적으로는 자립경영의 토대 자체가 부실한 형편"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나마 겸손하기라도 하면 봐줄만 하다. 이런 최악의 실적과 무책임을 드러냈으면 진보개혁세력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데 한겨레 신문이 한일은 뭔가"라며 "강단 좌파의 너절한 낭만을 지면에 싣고 자기들끼리 자화자찬에 머물지 않았는지...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거듭 비난했다.
그는 "이런 <한겨레> 신문이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 2.0'의 무용론을 제기했다고 한다"며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장장 20년 동안 어느 누구도 누리지 못한 '진보개혁세력의 핏골 독점'이라는 특권을 누려왔으면 한겨레 신문 자기들이 먼저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시민들의 소통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라고 거듭 비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말 대선에서 이긴 뒤 가장 먼저 <한겨레> 사옥을 찾아 지하 윤전실부터 꼭대기 사장실까지 걸어올라가며 모든 <한겨레> 직원과 악수를 나누며, 정연주 당시 논설위원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뒤 그를 나중에 KBS사장으로 전격 발탁하는 등 <한겨레>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그 때문인지 <한겨레>는 그후 부동산값이 폭등하며 지지층이 대거 이반하는 와중에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에 반대하는 등 정부와 코드를 같이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후 양진영은 전면 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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