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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직전 지자체에 급식비 3천억 떠넘기다니..."

시민단체 “1년 4개월을 질질 끌며 선택한 게 고작 이거냐”

2년간 국회에서 방치되어왔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9일 법사위를 거쳐 30일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선 학교에 급식정책이 실시된 1998년 이후 발생한 최악의 급식사고에 따른 여론 악화를 못 이긴 정치권의 전형적인 늑장대응이었다.

국회가 총 6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병합심의해 최종 확정한 입법안은 교육부가 제출한 법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개정안은 초.중.고교 급식에서 식자재 선정과 구매.검수 등 모든 과정의 직영화를 명시했다. 또한 학교장이 학교급식을 직접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도 포함되어있어 사실상 직영급식을 의무화했다.

"파산직전 지자체 3천억 떠넘기다니..."

그러나 이에 대해 학교급식법의 직영전환을 사회적 의제로 추진해 온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등은 '전형적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3천억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직영급식 전환을 단 한 푼의 국비 지원 없이 가난한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충당토록 한 대목은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부터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해 친환경.우수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전남도의 경우 열악한 재정자립도로 인해 국비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절반 이상의 학교가 급식지원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비지원 없이는 지자체간 재정자립도 차이에 따른 급식의 양극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핵심과제로 추진해왔던 무상급식의 순차적 확대는 선언적 문구조차 포함되지 못했고, 급식 지원대상을 유치원 및 보육시설에까지 적용하자는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각 시.군.구 별로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치 근거를 마련해 지역농가와 일선 학교, 민간단체를 이어주는 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29일 오전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미흡한 개정안을 성토하고 있다.ⓒ최병성


시민단체 "국비지원 안하면 또 다시 아이들 먹거리에서 소외된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특히 싸늘하다.

이빈파 학교급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가 여전히 신자유주의적인 정책기조로 일관해 ‘급식이 곧 교육’이고 ‘교육이 곧 복지’가 되는 정책실현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며 “단 한 푼의 국비지원도 않겠다는 것은 아이들을 또 다시 먹거리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옥병 공동대표도 “수년간 일선학교장들과 교육부 관료들의 외면과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타협으로 인해 아이들이 고통받은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개정안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직영급식이 진정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은폐됐던 일선 학교장과 급식업체간의 유착 의혹부터 먼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급식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 전교조 등 시민.정치.교육단체로 구성된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학교급식법이 30일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곧바로 미진한 부분을 시행령에 포함시키기 위한 민간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직영급식을 위한 국가의 예산지원 ▲순차적 무상급식 확대 조항 삽입 ▲유치원 및 보육시설의 학교급식 적용대상 포함 등은 반드시 시행령 속에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들은 현재까지 이번 사태로 인해 급식이 중단된 전국 102개 학교들이 여름 방학 안에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영전환 지원팀’을 구성하고 학교 측을 설득하는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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