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열린우리당의 개헌 드라이브에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29일 열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토론회에서다.
손 교수는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참석해 “개헌론자들에게 묻겠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 헌법을 고치지 않기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며 ”진짜 원인은 국민이 과반의석을 만들어줬음에도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명백한 위기”라고 규정한 손 교수는 “97년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기조의 개혁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져 심각한 사회양극화를 불러온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4대 개혁법안을 비롯해 경제개혁에 모두 실패한 무능한 정권이 유독 신자유주의 개혁에서만은 유능하다”고 꼬집은 뒤,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는 집권은 했는데 가져다 줄 게 없었던 우리나라 자유주의자들의 파탄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주화 세력을 자임하는 참여정부는 철저한 국가통제를 통해 이뤄졌던 박정희식 정치 모형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장 자율의 원칙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개혁에 열중하고 있다"며 맹성토했다.
노무현 정권을 '한국의 대처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은 손호철 교수.ⓒ연합뉴스
그는 “만약 20년전에 현 정부가 집권했다면 한국의 루즈벨트가 됐겠지만 지금의 정부는 한국의 대처에 불과하다”며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국면에서 시장 개방 외에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게 현 정부”라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부동산 개혁의 후퇴 등에서 보여지는 일련의 개혁 후퇴는 공공부문을 사유화하고 복지분야에 대한 예산 삭감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전 사회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던 영국의 대처 수상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또 “정당을 안 만들었다면 이는 노무현 정부 최고의 정당개혁이 됐을 것”이라고 민주당에서의 열린우리당 이탈을 비판하며 “대통령만 생기면 정당이 따라 생기는 한국 정치의 비극을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