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MB 중간평가' 마침내 공론화
김대중 고문 "어차피 더 잃을 것 없는 MB, 승부수 던져야"
보수진영 일각에서 조심스레 나돌아온 '중간평가' 카드가 마침내 수면위로 급부상하는 양상이어서 정가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김대중 고문 "MB, 국민에게 신뢰 잃고 우방국은 깔봐"
김대중 고문은 이날 <조선일보>에 쓴 '이 대통령의 승부수'를 통해 "취임 초반에 이미 자신의 특장인 자신감과 추진력을 상실한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반 정부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걱정"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난감하고 불안하다. 국민들로부터는 신뢰를 잃고 우방세력으로부터는 깔보임을 당하고 있는 이 정권의 입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로 몰린 이명박 정권의 앞날에 대해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김 고문은 이어 "크게 볼 때 남은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대통령의 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이 대통령을 선택했던 보수·우파진영이 어떻게 처신하느냐다"라며 우선 이 대통령의 선택과 관련, "이 대통령에게 그나마 타협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쪽은 보수·우파세력이다. 이제 그가 우파마저 잃으면 그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보수 우파 요구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가 우파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당면한 몇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모든 불법을 단호하게 다스려야 한다. 불법데모, 뇌물정치, 기득권 안주, 떼법 정서를 과감히 척결하는 데 정권의 진퇴를 거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져갔다는 대통령실 기록물의 반환도 법치의 차원에서 처리하는 과단성이 아쉽다. KBS사장 문제를 처리하지 못해 우왕좌왕 끌려 다니는 대통령은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 공기업 민영화, 지방균형도시 문제, 작은 정부의 실행 등도 정치적인 후퇴가 아닌 정책 자체의 장단성(長短性)에 따라 처리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대통령은 특히 대북문제에서 초심을 잃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 좌파에게 크게 얻어맞았다고 대북문제와 금강산 피살사건에서 비틀거리는 MB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보수·우파는 없을 것"이라고 주문했고,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서도 "독도문제도 국민의 감정과 정서의 흐름에 내맡겨 반일감정에 편승하기보다 '우리 영토'임을 확인하는 논리를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이성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이성적 접근'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현재 한미간에 진행중인 국방부 분담 협상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의 대응이 우파와의 관계에서 어떤 점수를 얻은 것인지를 가름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미국경사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을 향해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그는 어차피 더 잃을 것이 없다. 이 대통령은 승부수를 준비해야 한다"며 "헌법적으로 무리가 있겠지만 드골이 개헌을 내걸고 자신의 진퇴를 걸었듯이 국민에게 시간을 얻어 신뢰를 회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진퇴를 제시하는 정도의 승부수를 던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중간평가'를 주문했다. 그는 "그 자신 지리멸렬하게 4년 반을 보낼 만큼 무기력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며 거듭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그는 보수언론 등에 대해서도 "문제는 우파·보수진영의 태도에도 있다. 한 MB측근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지난 5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많은 실정(失政)을 했음에도 좌파신문과 방송들은 안면몰수하듯이 그를 지켜주고 지지했는데 지금 보수·우파세력, 특히 보수언론들은 3개월도 못 기다리고 MB를 무엇 패듯이 두드렸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면서 "대통령을 좌파 못지않게 욕질해대 온 일부 우파진영의 태도는 과연 '잃어버린 10년'으로부터 '빼앗은 5년'을 지키고 누릴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한 것도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파진영도 '구경꾼'에 머물며 좌파의 공론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MB의 '칼'을 보호해줄 '칼집'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이명박 지키기'의 선봉에 설 것을 거듭 주문했다.
'중간평가', 위험성 너무 커 MB 수용 여부는 미지수
김대중 고문의 글은 한 보수논객의 글로도 치부할 수 있으나, 최근 연일 터져나오는 국내외 실정에 보수진영이 극한 위기감을 느끼며 위기 돌파책의 하나로 '중간평가'가 거론되던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보수진영내 '중간평가론'의 골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2~3년 되는 시점에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김대중 고문이 이 대통령의 벤치마킹 모델로 꼽은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의 경우 국민투표를 통한 대통령중심제 헌법 개헌으로 제5공화국(1958~1969)을 출범시킨 뒤 중대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재신임과 특정사안을 연계한 국민투표로 위기를 돌파하곤 했다. 알제리 자치허용 여부(61년), 에비앙협정 동의(62년), 대통령제 직선전환(62년)등이 그 예다. 하지만 드골 대통령은 결국 69년 지방제도와 상원개혁정책을 자신에 대한 신임과 연계한 국민투표에서 패배,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했다.
김 고문의 드골식 국민평가 주문은 한마디로 이 대통령에게 '벼랑끝 승부수'를 던지라는 주문인 셈.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중간평가' 공약이 과거 1988년 대선때 노태우 당시 민정당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그후 3당 합당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야무야한 전례가 있어 과연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큰 회의감을 보이고 있으며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보더라도 임기 단축의 위험성이 농후해, 이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대중 고문의 글은 현재 휴가중인 이 대통령에게 또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겨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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