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도 안돼 있는 '한국ABC협회'
민병준 회장,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끊기 공세' 맹비난도
한국ABC협회가 <조선일보>의 요청으로 지난 2002년, 2003년도 <조선일보>의 유가부수를 부풀리기 한 의혹이 문화관광부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난 뒤, 한 언론인이 개탄하며 한 말이다.
ABC는 'Audit Bureau of Circulations(신문ㆍ잡지 ㆍ 웹사이트 등 매체량 공사기구)'의 약자다. 하지만 언론계에선 '부풀리기'가 횡행해온 한국 신문업계 등에 상식 즉 'ABC'를 도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왔다. 한국ABC협회에 의해 이 'ABC'가 깨진 것이다.
한국ABC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협회는 'ABC는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매체의 부수 및 수용자 크기는 매체사의 주요 재원인 광고수입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는 광고주의 매체에 대한 광고비 집행 근거가 된다"며 "부수에 대한 정보는 매체사, 광고주, 광고회사의 경영과 광고의 과학화, 합리화를 위한 기본 자료로 필수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협회는 또 "ABC제도는 광고단가의 기준이 되는 부수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밝혀줌으로써 광고거래에 있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시켜 준다"고 덧붙이고 있다. 객관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
또한 민병준 한국ABC협회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매체의 부수 및 수용자의 크기를 조사하는 ABC는 구미 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광고계로서는 광고집행의 근거가 되는 매우 소중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 회장은 또 인사말 모두에 "독립된 부수공사는 인쇄매체 발행사들이 전자매체와의 싸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도구"라는 데이비드 아큘리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ABC협회는 한국에서 최초로 유가부수를 조사해 발표한 2003년 첫해부터 <조선일보>의 요구에 따라 <조선일보> 유가부수를 부풀리기한 사실이 이번이 드러난 것이다. 출발부터 '왜곡'과 '조작'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ABC협회의 이번 행태는 한국의 '국격(國格)'을 국제무대에서 추락시킨 중대한 반국가적 범죄행위인 동시에, 한국ABC협회가 소속된 국제기구 IFABC협회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입힌 행위다.
한국ABC협회나 <조선일보>는 "겨우 몇만부 늘린 것 뿐인데...아직 공개 안하고 있는 신문사도 숱한데..."라고 볼멘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런 푸념을 하기에 앞서 ABC를 통해 부수를 공개한 뒤 그동안 얼마나 '자화자찬'해 왔는가를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민병준 한국ABC협회장은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끊기 공세가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네티즌들을 맹비난한 뒤, "일부 네티즌은 기업이 그저 '적당히' 광고를 집행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근본적으로 광고와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광고 매체를 선정할 때는 구독자들의 구매력, 신문 부수, 영향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한 마케팅 전략 아래 광고가 집행된다"고 주장했었다. 한국ABC 협회가 제공하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유가부수 자료에 기초해 기업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
이렇듯 큰소리쳐온 한국ABC협회와 <조선일보>가 내부고발자의 양심선언에 의해 유가부수 부풀리기 조작을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ABC협회나 <조선일보>는 10일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날도 1면과 3면 등을 할애해 MBC <PD수첩>이 '왜곡 보도'를 방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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