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교과서' 극찬한 박근혜의 역사관
<기자의 눈> '식민사관', '김구 매도'가 극찬할 내용인가
박근혜 전 대표가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서 한 말이다. 박 전대표는 이어 이런 말도 했다.
박근혜 "이제 걱정 덜게 됐다"
"뜻 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
"분단이 남한의 책임이라고 하거나 6.25를 북한의 책임이 아니라 양비론적으로 쓴 역사책으로 배운다면 청소년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겠느냐."
"이 책의 출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미있고, 후일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욱 자랑스럽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데 이 책이 큰 토대가 될 것이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다. "
식민사관에 충실한 '한국판 후쇼사 교과서'
박 전대표가 이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은 이 교과서를 펴낸 출판사인 도서출판 기파랑의 대표를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부사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때 박 전대표 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안 전 부사장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신청을 했었으나 낙마했을 정도로 박 전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찬밥대접을 받고 있다. 때문에 박 전대표는 그에게 미안함을 느껴왔고, 이날 참석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참석 동기가 어떠했든간에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차기대권을 꿈꾸고 있는 박 전대표가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할 정도의 교과서가 결코 아니라는 데 있다.
'대안 교과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있나?
대안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식민지 근대화론', 세칭 '식민사관'이다. 일각에서 이 교과서를 얼마 전 역사왜곡 파동을 일으켰던 일본의 후쇼사 교과서에 빗대 '한국판 후소샤'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관련, "식민지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며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예컨대 기존 검인정 교과서가 신분해방의 기점으로 '갑오경장'을 잡고 있는 반면, 대안교과서는 1912년 조선총독부의 '민사령'으로 잡고 있다. 즉 "식민지 한국에서 근대적인 사유재산제도가 성립"하고, "이로써 양반과 상민을 차별하던 조선왕조 시대의 신분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수탈 목적의 토지조사사업에 대해서도 "전국의 모든 토지에 대해 토지대장, 지적도, 등기부가 작성"되었으며 "국가가 토지재산에 대한 증명제도를 완비함으로써 토지거래가 활성화하고 토지를 담보로 한 금융이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또 "총독부가 신고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한국 농민에게 신고를 강요하고, 전체 토지의 40%에 달하는 무신고지가 발생하자 국유지로 몰수했다는 기존의 주장은 원래부터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며 "이미 조선왕조 시대부터 토지는 사실상의 사유재산이었으며 농민의 소유권 의식도 매우 높았다. 그래서 총독부는 신고라는 간편한 행정 절차를 통해서 전국 토지의 소유자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명성황후' 역시 대안교과서에는 '민왕후'로 격하, 묘사하고 있다.
"김구는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 안해"
광복이후 현대사 기술도 논란투성이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에 대해선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정치 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한 '반란'으로 규정, 제주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책은 또 이승만의 반민특위 강제해산에 대해서도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반공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감싸는 동시에, 이승만을 "대한민국의 기틀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올바로 잡는 데 동시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에 반해 김구선생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힐난하고 있다.
"5.16 쿠데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
이 책은 초안에 '혁명'이라고 기술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군사쿠데타'로 바꾼 5.16에 대해서도 5.16 발발 원인을 "사회경제적 위기를 수습할 능력이 없는 구정치인들의 분열, 갈등과 1950년대 군부에 축적된 유능한 엘리트 장교 집단의 성장이라는 역사적 모순"에서 찾으며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정치적 지배세력을 일거에 젊은 장교 집단으로 교체한 5.16은 이후 한 세대 간에 걸친 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을 이루었다"고 극찬했다.
박 전대표가 대안교과서를 극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박 전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 후보청문회 당시 "5.16을 절대로 혁명이라고 해선 안된다"는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5.16을 "구국을 위한 혁명"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만약 박정희 시대를 재평가한 이 책의 한 부분만 보고 대안교과서를 극찬했다면 이는 '대중정치인 박근혜'답지 못한 치명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박근혜, '5년후'를 생각한다면...
역사는 끊임없이 다시 쓰여지게 마련이다. 반대진영에서 보면 언제나 역사교과서는 한쪽으로 쏠린 것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권력이 보수진영으로 넘어갔다 해서, 기존의 모든 것을 정반대로 써도 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친일파'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분단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백범 김구선생가 건국에 협조하지 않은 '비애국자'로 평가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역사왜곡이기 때문이다.
박 전대표는 분명 3김시대 이후 유일한 대중정치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박 전대표가 26일 드러낸 '역사관'은 아직 '큰 정치인'이 되기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음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특히 박 전대표가 '5년후'를 생각한다면, 그의 '역사관'은 치명적 약점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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