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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스포츠 스타의 정계진출 좌절

아직은 '정치권의 스포츠 지배'가 대세

스포츠 스타 출신들의 정치권 문 두드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선 천하장사 출신 이봉걸 씨가 대전시의회 서구2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역시 씨름의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인제대 교수도 17대 총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교수는 오는 7월 마산 재보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루홈런의 사나이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프로야구 원년의 스타 김유동 씨는 지난 16대 총선에 자민련 후보로 출마했지만 역시 낙마했다. 그는 15대부터 17대까지 연속적으로 낙마한 상태.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스포츠 스타의 정계진출이 그리 쉽지 않다. '대중적 인기'와 '이미지'를 내세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점에서 스포츠 스타와 비슷한 케이스인 연예인 출신의 경우 비교적 쉽게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 연예인 출신 정치인은 김을동, 이순재, 최불암, 강신성일, 고 이주일 씨 등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재선 이상에 이르지 못한 채 대부분 단명했다.

외국의 경우 스포츠 스타의 정계진출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원래 보디빌더 선수 출신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직에 도전, 성공한 케이스다. 또 프로레슬러 출신인 제시 벤추라도 미네소타주 브루클린파크 시장을 지냈고 이후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되기도 했다.

축구선수 출신의 경우도 활발해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는 브라질 체육부장관을 지냈다. 라이베리아의 '검은 표범' 조지 웨아 역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했으나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엘렌 존슨 설리프에 석패했다.

최홍만 선수의 활약으로 인해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종격투기 'K-1'의 미르코 크로캅은 크로아티아의 국회의원직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이종격투기 종목인 '프라이드'의 챔피언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러시아 시의원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포기한 바 있다.

스포츠 스타의 정계진출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끼는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필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예인의 정계진출과 같은 효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스포츠 스타의 정계진출이 활발하지 않다. 우리의 경우 스포츠 스타가 정계에 진출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치인이 스포츠계를 장악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 출신 신상우 씨가 KBO 총재를 맡았고,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대한배구협회, 이종걸 의원은 대한농구협회, 김한길 의원은 대한핸드볼협회를 맡고 있고,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대한사이클연맹을 맡고 있다.

스포츠 스타 출신들의 정계진출에 대해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 그들의 인기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지향점이나 전문성 등을 갖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인기만으로 정계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이만기 씨 같은 경우는 선수생활을 마친 후 교수생활 등을 하면서 정치적 학습기회는 있었다고 본다"며 "그러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곧바로 정계에 뛰어든 사례는 별로 없어 외국과의 비교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연예인의 경우 별다른 정치적 전문성 없이 인기만으로 정치권에 들어선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며 "지난 2002년 대선 때 출마했던 정몽준 의원도 월드컵 열풍으로 인한 인기로 뛰어들었지만 그의 정치적 검증은 안 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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