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과 '복지 전문가'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 등 두 여성의원이 격돌하고 있는 서울 구로을. 박영선 의원이 선거운동 직전에 전략공천으로 긴급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고 의원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단박에 관심 지역구로 급부상했다.
박 의원은 공천이 확정된 후 실시된 지 사흘만인 지난 25일 발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26.3%를 얻어 고 의원(30.3%)을 오차범위 내에서 맹추격하는 등 돌풍을 예고했다. 26일 실시한 <조선일보>와 SBS 공동 여론조사에서 30.9%를 얻어 23.6%를 기록한 박 의원과의 격차를 벌이는가 싶었지만, 26~27일 실시한 YTN 여론조사에서는 박 의원이 29.4%로 26.3%를 얻은 고 의원을 앞질러 박 의원측을 환호케 했다.
'박영선 출현'에 요동치는 표심
여론조사가 보여지듯, 28일 찾은 현장의 표심도 요동치고 있었다.
구로을의 한 공원에서 만나 김모씨(72)는 "열린우리당도 했고 이전에는 민주당이었으니 두 번 연짱으로 한 셈이니 사람들이 이번엔 한나라당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광옥(민주당 전 의원)이도 관악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가 구로에서 이겼다. 박영선 의원이야 여기 사람들도 잘 아는 것 같은데...여긴 호남 사람들도 꽤 많다"며 박 의원의 우세를 점쳤다. 실제로 구로을은 호남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한때 정동영 후보나 강금실 선대위원장도 출마 여부를 고심했던 지역이다.
그는 "여기 주민들 가운데는 '장기 미준공' 주택 문제 해결할 때 한나라당 A의원이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여론이 좋지 않다"며 "대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총선은 다르다"며 거듭 박 의원의 우위를 예상했다.
신도림동에서 만난 강모씨(52)는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겨 여당이 아무래도 유리하다"며 "여긴 낙후된 지역이라 개발하자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여당 의원이 되면 아무래도 힘써 줄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누가 나왔던 간에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신도림동은 지난 대선때도 구로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이명박 표가 더 많이 나왔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들의 경우 호남 출신이 많은 반면, 이곳은 재개발이 되면서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고 다른 곳에서 전입한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 했다.
박영선측, YTN "박영선 1위" 보도에 환호
방송기자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 의원은 구로을 공천을 받기까지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 지역 현역인 김한길 의원과의 과거 불화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전폭적으로 돕기로 했다"며 "발대식에도 참석했고 지원유세를 하기로 했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김 의원측 관계자도 "박 의원이 총선이 출마하기로 한 만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김 의원이 월요일(31일)에 구로을 최대 시장인 구로시장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판세분석과 관련, "신도림 쪽은 개발이 되면서 많은 외지인들이 유입돼 한나라당 성향이 뚜렷하다"며 "그러나 박 의원의 인지도가 높아 열심히 주민들을 만난다면 승산이 높다고 본다"고 승리를 낙관했다. 그는 "박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역 평가도 좋다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정오께 YTN 여론조사 결과, 박 의원이 출마선언후 처음으로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뉴스가 나오자 박의원 캠프는 환호하며, 이 사실을 지지자들에게 모바일 문자 메시지로 쏘는 등 상승세를 굳히기 위해 열심이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구로본동 거리유세에서 "구로동은 지금까지 절반의 개발에 불과했다"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푸른 구로, 숨 쉬는 구로"라며 건설개발 중심이 아닌 종합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교육.문화.푸른 구로라는 가치아래 구로를 현재의 2배의 가치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에서 상대 후보를 앞질렀다. ⓒ 뷰스앤뉴스 김달중 기자. 고경화 "말만 번지르한 후보 돼선 안돼"
3년간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보건복지 전문가' 고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출현이 내심 적잖이 부담스러워 보였다.
고 의원은 이날 본지와 만나 "구로을에 늦게 들어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은 틀을 잡아가고 있고 발품을 판만큼 지역구민들이 인정해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왕도가 없는 것 같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냐"며 "구로을 분위기가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이루었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아 이 지역을 위해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날 신도림동 지역유세에서 "구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말만 번지르한 후보보다는 민생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며 박영선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얼마나 일을 잘 했냐. 만약 민주당 의원이 된다면 제대로 일을 못 한 채 임기를 끝낼 것"이라며 '안정론'을 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이자 이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선거"라며 "대통령, 시장, 구청장이 모두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의원도 한나라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양천을 제2의 청계천으로 개발하겠다"며 MB브랜드를 내세우며 구로녹색벨트 조성과 기숙형 공립고교와 자율형 사립고 유치, 재래시장 현대화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박영선 의원 지원에 나선 김한길 의원의 잠재적 위협을 의식하는 듯 "구로를 배신한 것은 민주당이고 김한길, 한광옥 모두 철새 정치인"이라며 김 의원 등의 실명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 대해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이자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 뷰스앤뉴스 김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