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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선필패론' 여전히 유효하다"

<인터뷰> 김형준 교수 "2007년 대선, 중도세력의 선택이 관건"

"한나라당 대선필패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3월 한나라당 '대선필패론'을 제기해 화제가 되었던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의 전망이다.

김 교수는 5 &#8228; 31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음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53.8%를 얻었지만 2002년 6월 제 3회 지방선거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 52.1%와 비교하면 1.7%포인트 올라갔을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득표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당시 52.1%를 얻은 한나라당은 6개월 후인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46.2%를 얻어 48.5%를 얻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민주당이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29.1%였다”며 수치와 사례를 들어 한나라당 대선필패론을 거듭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7년 대선의 승패는 우리 사회 중도세력이 어느 당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 중도는 진보에 가깝다”고 규정하고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386(1960년대 출생한 80학번의 30대)세대가 나이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중도로 바뀌고 있다”며 “어느 당이건 2007년 대선에서 중도를 선점하지 못하면 필패한다”며 중도세력 역할론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부패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압승하니까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반사 이익의 성격이 강하다”며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아젠다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차기 대선의 아젠다는 '통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대선을 보면 그때마다 시대정신이 있다. YS는 문민정부, DJ는 정권교체, 노무현은 기득권보다 변화와 개혁. 내년 대선은 ‘통합’이다. 국민대통합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치유하지 않으면 국가가 불행해진다. 선(先)통합 후(後)성장이다”라고 전망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2007년 시대정신은 통합”이라며 “박 대표에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산업화 시대에 고통 받았던 민청학련, 인혁당 등 그 당시 피해를 본 가족들을 만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2일 여의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에서 김 교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

2002년 총선 제대로 치러졌더라면 우리당 이렇게 참패하지는 않았을 것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한 것은 구조적, 의식적, 상황적 요인이 복합된 탓이라고 분석했다.ⓒ이영섭기자


뷰스앤뉴스 : 한나라당이 역대 선거 사상 최고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며 5 &#8228; 31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무엇이 요인이라고 보는가.

김형준 교수 :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란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니까 생략하고,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구조적 요인, 의식적 요인, 상황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다.

구조적 요인은 ▶선거전 지지율 격차 ▶회고적 투표를 하는 유권자 성향 ▶참여정부 최초의 중간평가 때문이다.

참여정부 절대 지지층을 조사해 보면 2004년 12월에는 14.8%, 이번 지방선거 전에는 12.5%로 줄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20.6%에서 25%로 늘어났다. 여기에 과거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사람이 10%포인트 더해져 선거 전 한나라당 지지층은 35%였고 우리당은 12.5%였다.

우리나라 유권자 투표 성향은 미국과 달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나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정당을 인물보다 우선시한다'는 답이 7 대 3으로 높다.

또 '이번 지방선거가 참여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아니다’보다 두 배 가량 높게 나왔다.

집권 2년 차였던 2004년 총선이 제대로 치러져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총선은 탄핵 때문에 대통령 선거처럼 치러졌다. 그로 인해 이번 선거가 참여정부 출범 후 최초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의식적 요인은 유권자 의식의 변화다. 우리 사회에 진보가 줄어들고 중도가 두터워진 것이다. 자신을 중도라고 하는 사람은 2002년에는 30.4%였는데 2004년 37.8%, 2006년 47.4%로 늘어났다.

이는 참여정부의 지지기반이 얇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도 완만하게나마 하락했다. 하지만 이 보수들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보수는 수동적이고 피동적이었는데 이들이 참여정부 이후 자발적, 능동적으로 변화됐다. 뉴라이트 운동이 그런 예다. 이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상황적 요인은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과 같은 거다. 이 사건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조사해보니까 그렇게 크지 않다. 과거 선거와 달리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 전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답을 했다. 2002년에는 ‘한 달 전 후보를 결정했다’는 유권자가 37%였는데 이번에는 63%였다.

박 대표 피습사건이 끼친 영향은 선거가 막바지로 진행되면 보통 후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견제심리가 작용해 일시적 몰림 현상이 있는데 이를 무효화해버리고 ‘이제 게임 끝이네’, ‘내가 투표해봤자 소용없겠네’ 심리에 의해 1등에 표를 몰아주는 밴드왜건 효과를 강화시킨 정도다. 물론 대전과 제주는 박 대표 사건으로 온정주의가 작동돼 투표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종합하면 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구조적, 의식적, 상황적 요인이 결합해 만들어내 현상이다.

우리당, 민주당 지지율 더하면 2002년 지방선거 결과와 별 차이 없어

뷰스 : 지난 3월,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을 맡은 초기에는 예외 없이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지만, 이후 정부 여당의 실정과 재 &#8228; 보궐 선거 압승이라는 과정을 거쳐 국민 지지를 얻은 뒤엔 개혁론이 대세론으로 변질하고 만다. 당은 대세론에 도취해 예외 없이 수구보수의 길을 걷고 결국 민심을 이반하고 만다”는 한나라당 대선 필패론(必敗論)을 주장했다. 지금도 그렇다고 보는가.

김형준 : 물론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은 53.8%, 역대 최고다. 그러나 2002년 6월 제 3회 지방선거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 52.1%에서 1.7%포인트 올라갔을 뿐이다. 당시 52.1%를 얻은 한나라당은 6개월 후인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46.2%를 얻었다. 이회창 후보가 정당 지지율보다 못한 표를 얻었다.

반면 민주당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29.1%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그해 12월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노무현씨가 48.5%를 얻어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지방선거와 달리 인물 대결이란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처럼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 인물과 후보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을 보고 그에게 투표한다.

5. 31 지방선거 뒤 각 당이 자체 정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년 12월에 있을 대선 상황은 달라진다. 지금 분위기가 그대로 가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압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몸 낮추기 자세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꿈은 또 이뤄진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이 얻는 정당 득표율 21.6%와 민주당이 얻은 9.9%를 합치면 31.5%. 지난 2002년 지방선거 결과 29.1%와 별 차이 없다.

2007년 대선은 어느 당이 중도세력 잡느냐에 따라 승패 결정될 것

김 교수는 "2007년 대선은 중도를 표방하는 개혁세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내다봤다.ⓒ이영섭기자


뷰스 :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2007년 12월에 경쟁력이 있는가.

김형준 : 우리는 서구와 달리 정당에 대한 일체감보다 정당 지도자에 대한 일체감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다. 2007년 대선은 중도를 표방하는 개혁세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패인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두 가지 결론이 나왔다. 하나는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보수 편향 사회가 아니라는 점과 중도가 과거와 달리 안정적 중도가 아닌 진보적 중도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이념지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2002년 조사에서 일관된 진보는 31.3%였고 일관된 보수는 17.4%였다. 그런데 2004년 조사에서는 일관된 진보가 27.9%로 약간 낮아졌고 일관된 보수는 22.0%로 약간 높아졌다. 2006년에는 일관된 진보 27.2%, 일관된 보수 22.6%였다. 한국은 더 이상 보수 편향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도가 보수 성향의 안정적 중도인지, 진보에 가까운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진보적 중도인지를 조사해 보니까 우리나라의 중도는 진보에 가까웠다. 이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386(1960년대 출생한 80학번의 30대)세대가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중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점점 실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미래에 대한 비전에 대한 투표다. 그런데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과거를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론’, 즉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먼 미래를 얘기했다. 중도가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어느 당이건 2007년 대선에서 중도를 선점하지 못하면 필패한다. 한나라당이 더욱 절실하다. 한나라당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과거처럼 전통적인 영남 수구세력이 중심이 되는 관리형 체제로 당을 이끌어 가면 2002년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

한나라당 과거 아닌 미래 들고 나와야 중도 잡을 수 있다

뷰스 :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형준 : 선진화란 민주화, 산업화 세력이 서로 화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쌍방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아직까지 민주화 세력에 대한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민주화 세력도 잘 한 부분 있고, 산업화 세력도 잘 한 부분이 있다. 중도를 표방하려면 이를 다 인정해야 한다. 무능한 진보, 오만한 진보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것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부패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압승하니까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냉정히 봐야 한다. 그것은 반사 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아젠다를 찾아야 한다.

박근혜 '광주' 공들이는 만큼 민청학련, 인혁당 사람 아픔도 보듬어야

김 교수는 박근혜 대표가 '광주'에 공 들이는 만큼 주변에 호남 사람을 많이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영섭기자


뷰스 : 박근혜 대표 행보 중 민주화 세력을 껴안지 못한 예를 든다면.

김형준 : 노무현 대통령과 끊임없이 대립해왔는데,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사람도 안고 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박 대표에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분명 있다. 산업화 시대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에게 다가갔어야 한다. 민청학련, 인혁당 등. 그 당시 피해를 본 가족들을 만났어야 했다. 만나서 그 때는 어려운 시절이었고… 등등의 말을 하며 끊임없이 참회했어야 했다.

왜 광주는 가면서 박정희 때 피해 받은 사람들에게는 못 가는가. 그게 박 대표의 한계다. 아버지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는 생각이 있어도 반대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대중 정치인이 아닌가.

사학법, 국가보안법 등의 논쟁에서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그도 패착이다.

뷰스 : 사학법 투쟁 등으로 지지층을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는 얻지 않았나.

김형준 : 지방선거는 보수층이 일시적으로 결집하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엔 휘발성 지지자도 있다. 그래서 중도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상대방을 비판함으로서 지지를 얻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광을 해야 한다. 반사가 되면 안 된다. 당 대표로서의 입장만 강조하면 중도를 껴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표가 피습 후 첫 마디가 “대전은요?”였다. 이 또한 패착이다. 정당 대표의 메시지는 전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 정당 대표로서의 메시지로는 옳을지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메시지는 아니다. ‘이젠 우리 사회가 따뜻한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등의 메시지가 먼저 나왔어야 했다. 先 대전 後 상처치유가 아닌가.

2007년 시대정신은 先 통합, 後 성장

뷰스 : 본인이 박근혜 대표 참모라면 어떤 플랜을 짜겠는가.

김형준 : 지난 대선을 보면 그때마다 시대정신이 있었다. YS는 문민정부, DJ는 정권교체, 노무현은 기득권보다 변화와 개혁 등. 지금은 ‘통합’이다. 국민대통합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것을 치유하지 않으면 국가가 불행해진다. 선(先)통합 후(後)성장이다. 선진화 세력은 민주, 산업화 세력을 통합해야 한다. 때문에 박근혜 대표는 민주화 세력을 끊임없이 인정해야 한다.

뷰스 : 박근혜 대표에게 통합 이미지가 있다고 보는가.

김형준 : 박근혜 대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통합을 주창하기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처음 박 대표가 등장했을 땐 상생,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투쟁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보수가 아닌 중도세력을 결집해 나가야 노력을 해야 한다.

뷰스 : 박 대표의 잦은 광주 방문과 6월 15일 광주에서 개최되는 ‘광주정상회의’ 참석 등의 최근 행보를 두고 동서 통합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김형준 : 그렇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박 대표 주변에 호남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당은 여전히 영남 중심이다. 이는 앞뒤가 안 맞는 처신이다. 강도 높게 느껴질 정도로 진실성을 보여야 한다. 호남의 많은 분들은 새로운 세력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지 한나라당으로 오지 않는다. 명심해야 한다.
정경희.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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