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주가폭락으로 펀드런(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산운용사에 유동성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또한 올해 9조원의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을 증시에 추가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은 23일 오전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금융정책간담회를 가진 후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금융정책협의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의 현 상황은 대외적 충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견조한 실물경제를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지만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 시장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김 차관은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선제적.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가장 우려되는 상황인 펀드런에 대한 대책을 밝혔다.
정부는 우선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의 조짐이 보일 경우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공개시장조작에 나서 유동성을 적극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펀드런이 발생해 자산운용사가 어려워지면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공급하기로 했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자산운용사의 채권 부문은 RP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다"면서 "주식 부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주거래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가급락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기타 연기금을 증시에 조기투입키로 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30조원이고 올해 추가로 9조원 정도를 매수할 계획"이라며"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태 한은총재가 23일 월례경제동향간담회 도중 피곤한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한은은 지금 인플레 압력이 가중하는 속에 금리인하 압력으로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대책에서 미연준의 0.75%포인트 금리인하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대폭 금리인하 발표후 캐나다가 곧바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영국 등도 금리인하 방침을 밝히는 상황을 볼 때 한은도 금리인하 압력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어서 한은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은은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와중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인플레가 가속화하면서 경제 근간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 대책중 국민연금-연기금의 증시 투입 계획과 관련, 지난 2001년 9.11사태의 경우 단지 시장에 '심리적 충격'을 가한 것이어서 곧바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이번 증시 불안은 서브프라임 부실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따른 것이어서 주가하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의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