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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신당 탈당 기자회견 전문]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

친노핵심 유시민 의원은 16일 신당을 탈당하며 향후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다음은 유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 <편집자주>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나며 드리는 말씀
대한민국에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좋은 정당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나고자 합니다.

2002년에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는 국민 여러분께 두 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첫 번째는 보스 정치, 돈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헌법의 원리를 구현하는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그런 ‘좋은 정당’을 꿈꾸며 저와 함께 열린우리당에 참여해 힘껏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저 못지 않게 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으면서 열린우리당의 문이 닫히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까지 함께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에는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두 번째는 ‘좋은 정당’에 모인 분들과 함께 우리 사회의 온건진보 세력을 대표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개방을 통한 성장과 약자를 보듬는 복지가 함께 숨 쉬는 사회,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교육,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부여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타자를 향한 관용과 약자를 위한 연대의 정신을 확산시키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유연한 진보정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에는 제가 꿈꾸었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은 꿈이었는데, 5년 동안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그 꿈은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어떻게 하는 게 책임지는 행동인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고 충고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당원임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좋은 정당이라는 확신도 없는 당에 계속해서 몸을 담는 것이 어떤 대의(大義)를 위한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소속 정당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국민 앞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에는 유연한 진보 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이 필요합니다. 저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이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대화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해나가겠습니다. 당에 몸담은 채 이 일을 할 수는 없기에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자신의 판단에 따른 개인적 선택일 뿐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당원으로서 자부심과 확신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의 판단을 저는 깊이 존중합니다. 그것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당을 지키면서 총선을 치르자는 어려운 결단을 하신 모든 분들께 행운과 성취가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총선을 맞아 환골탈태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더 크게 기여하는 정당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로 인해 상처받거나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께 너그러운 아량과 용서를 구합니다. 저도 원망은 물에 흘려보내고 제가 받았던 은혜는 돌에 새기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합니다. 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달리 사랑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습니다. 경직되고 낡고 독선적인 진보정당이 아니라, 정체성이 모호해 어떤 정치세력도 대변하지 못하는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 혼자 하고 싶다고 해서 ‘좋은 정당’을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을 때에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모이면 신속하게 신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졸속 창당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한을 못박지 않고 차분하게 역량을 모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소속 정당이 없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좋은 정당’을 세우는 일을 해나가려 합니다.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하루 이틀에 가능하지 않은 만큼, 저는 일단 무소속으로 총선에 임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08년 1월 16일
국회의원 유 시 민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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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6 11
    한상범

    탈당선언문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유시민 의원의 탈당선언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동의할 수가 없기에 댓글까지 남기게 됩니다.
    유시민과 손학규의 차이점이 뭔가요?
    헌법적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지역주의 극복을 이야기합니다.(돈정치, 계보정치의 극복은 인정합니다. 물론 그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함께 한 시민들의 노력 또한 결코 잊지 않습니다.)
    '헌법적 가치'는 자기만의 가치가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당론 대신 '자유투표'를 주장했던 유시민의원입니다.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투표 시에 '지역강연'이라는 너무도 중요(?)한 행사에 참여하느라 기권했던 유시민의원입니다. 시민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평화헌법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과연 있습니까?
    한미FTA와 관련하여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하여는 원천봉쇄로 맞서던 참여정부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광고 음성삭제'로 대응했던 참여정부입니다.
    '개방을 통한 성장과 약자를 보듬는 복지'를 이야기합니다. 한미FTA에 찬성하는 유시민 의원의 입장에서 절묘한 배합을 한 것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미FTA 반대/신중론을 '개방 반대=쇄국'으로 몰아갔던 그 논리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지금도 되풀이합니다. 한미FTA가 야기할 정글자본주의로 인한 약자의 아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게 뻔한 상황임에도 허구적 상상만으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선 '약자를 보듬는 복지'라구요? 그토록 자랑하는 기초노령연금제 도입을 연상시키고자 하는 그 노력이 오히려 서글픕니다.
    유시민 의원이 꿈꾸었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좁아서 탈당할 자유가 있음에 부러움을 느낍니다. 참여정부를 만들고 열린우리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 내가 꿈꾸는 '진보적 가치'를 바랬던 저와 같은 소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당적 하나 바꾸는 것으로 이렇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유시민의원과는 다른 저 같은 소시민의 절망은 어떡해야 한요?
    유시민 의원의 탈당은 하나의 이벤트입니다.
    2주 전에 미리 탈당설을 흘리고, 탈당 전날 다시금 탈당성을 흘리고, 오늘은 '개혁지상주의' '나만이 선'이라는 오만과 독선에 빠진 '탈당선언문'을 올리는 하나의 과정은 잘 짜여진 각본이자 이벤트입니다. 저 역시 유시민 의원의 이벤트에 한때는 환호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와 같은 이벤트에 속지 않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지각 있는 시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유시민이 이해찬과 함께 만드는 진보신당, '참여해서 바꿔보고자 하는 시민'들의 노력을 번번이 헛노력으로 되돌아가게 해 놓고는 한 마디 사과 없는 '독선과 오만'이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마음만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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