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북한 핵개발 가속화하는 부시의 '갈팡질팡 외교'

<분석> 이란-북한-이라크-인도의 '복합 核방정식'

북한의 위폐 사건 이후 6자회담과 북핵 문제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태풍의 눈 속에 있는 반면, 최근 전 세계의 핵개발을 둘러싼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이란은 민간 핵에너지 개발 의지를 굳히고 있다. 이란은 지금껏 자신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국제 제안을 거부해왔는데 지난 주 러시아가 제안한, 러시아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고 연료를 다시 이란으로 실어가는 러시아 측 제안까지도 거부했다.

이란인들은 “인디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는가?”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란 국민들의 80%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범위 내에서 민수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과 우라늄 농축을 지지하고 있다.

이란의 핵 협상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는 “이란의 핵 문제가 UN 안보이사회로 넘어간다면 우라늄 농축이 재개될 것”이며 ”핵 개발과 연구는 이란의 국가 이익과 주권의 일부이므로 우리들은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소량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을까? 미국은 예전에는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지만 이젠 오히려 이런 가능성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많은 부분 이라크 상황의 변화에 달려 있다.

미국의 최대 아킬레스, 이라크전

이란의 핵개발, 이라크전 장기화, 인도 핵보유 승인 등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사진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연합뉴스


이라크 상황을 보자. 이라크 종파 간 폭력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지난 2월 시아파 사원에서의 폭탄 테러 사건 이후 이라크는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내전을 피하는 방법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의 종교, 인종을 대표하는 통합 이라크 정부를 하루속히 구성하는 것이지만 이는 달성하기가 요원해 보인다.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발한다면 미군은 내전을 진압하기 위해 이라크 치안 병력을 주로 사용할 것이라고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미 의회에서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내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라크 보안군이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이라크 보안군은 아직 스스로의 힘으로 싸울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부시행정부의 기대대로 미국의 편에 충실히 서줄지 확신도 없다. 이 경우 미군은 이라크 내전에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라크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이란이 핵무기도 아니고 민간 핵에너지를 개발한다고 해서 미국은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해 공습할 여력이 없다.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공습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북한에 대한 공습은 중동의 사태와는 다른 훨씬 복잡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인도 핵 합의로 NPT를 위태로와져

핵 비확산에 관한 한, 부시 정부는 인도와의 핵 합의를 통해 또 다른 큰 실수를 저질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월초 인도와 핵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수십 년 전통을 이어 온 미국의 핵 정책을 뒤집었다. 부시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등을 돌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어느 지역에서건 핵무기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핵무기를 취득하고도 NPT 가입을 거부해 온 인도에 대해 미국은 수십 년간 핵연료 및 원자로 부품 판매를 차단해 왔는데 부시 대통령이 이러한 정책을 뒤집어 세계는 핵무기 확산의 길로 더욱 가까이 가게 되었다.

미국과 인도와의 핵 협상은 핵무기 보유 추진국가들로 하여금 핵확산금지조약의 바깥에 있으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적당한 시기에 타협하거나 미국과 서구의 위협을 견뎌내면 언젠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면?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과 인도와의 핵 협상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보유에 대해 더욱 큰 야심을 갖게 할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할 가능성은 크다. 또 6자회담에서 협상이 계속된다면 미국에 대해 더욱 큰 요구조건을 내걸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의 대가로 민간 에너지용 경수로 건설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 뻔하다.

미국이 진실로 작년 9월의 6자회담 이후 북핵을 포기시키려 했다면 북한이 원하는 경수로를 허락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조건 퍼주기 식의 북한 돕기가 아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북핵을 포기시키고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공동번영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방책이다.

북한은 아직 핵을 포기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도 변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마음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 측에서 북핵 포기에 대해 북한이 만족할 만한 보상을 할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사용단계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 10년 동안 평화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 첫째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반도 데탕트이다. 남북간 경협도 가속화될 것이며, 북미간 그리고 북일간 외교정상화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북한의 시장경제화와 대외 개방은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을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와 폐쇄사회로부터 구해낼 최적의 방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상식에 벗어날 만큼 난항에 빠지고 있는 배경에는 적어도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부시 정부의 완고한 신보수주의적 사고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는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시 정부는 진실로 북한의 핵무기를 그리도 두려워하고 있을까? 아마도 부시 정부의 관료들은 '한반도에서의 긴장 상황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는 더욱 부합하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동아시아에서의 지역 패권을 중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미국은 한반도와 일본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제국주의가 종말을 고해가고 있고 평등과 평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21세기에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북한의 달러 위폐 유통이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만일 북한이 진정 달러 위폐를 유통시켰다면 그와 같은 불법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북한에 설득해야 할 것이며, 미국에게는 북한의 위폐 유통에 대한 의심할 바 없는(beyond reasonable doubt) 증거를 제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유철 국제부장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