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BBK 의혹과 관련, 끊임없이 말바꾸기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측을 질타했다. 보수진영의 인내가 임계점에 도달한 양상이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 '이명박 후보 진영에선 누가 진실을 알고 있나'를 통해 "김경준씨가 ‘BBK 의혹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한글 이면계약서엔 이명박 후보의 도장이 찍혀 있다"며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처음에 '당시 도장은 김경준이 관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씨가 이 도장을 위조한 이면계약서에 찍었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라 그것을 흉내 낸 막도장'이라고 했다"며 이 후보측의 상반된 주장을 소개했다.

사설은 이어 "이 혼선은 2000년 6월 이 후보 측이 금감위에 제출했던 서류에도 이면계약서의 도장과 같은 도장이 찍혔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한 바퀴를 더 돌았다"며 "한나라당은 '(두 가지 서류에 같이 찍힌 도장은) 사업상 서류 제출 등을 위해 사용하던 막도장일 수 있다'고 했다. 처음 박 대변인이 내놓았던 해명으로 되돌아간 것"이라며 하룻새 세번이나 주장이 바뀐 한나라당의 갈팡질팡을 질타했다.

사설은 또 "이 후보 진영의 이런 혼선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김씨 측이 1999년 2월에 이 후보를 처음 만났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당시 이 후보는 국내에 있지도 않았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이 후보의 출입국 기록을 조사해 보면 즉시 확인될 사안이라고 다시 압박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미국에 머물고 있던 이 후보가 1999년 2월 잠시 귀국했지만 김씨를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앞서 이명박 귀국시기를 둘러싼 말바꿈도 꼬집었다.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 때도 처음에는 당 대변인이 '정치 공세'라고 부인했다가 하루도 안 돼 이 후보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며 "이 후보 자필 서명 검찰 제출 문제도 당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 후보는 '된다'고 한다. 김씨 한국 송환 때도 이 후보는 '와야 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이 후보 측 변호사들은 송환 연기 신청을 냈다"며 이 후보측 말바꾸기 사례를 줄줄이 열거했다.

사설은 우선 화살을 나경원-박형준 대변인에게 돌려 "선거의 전면에 나선 대변인이라면 후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 대변인들은 이 후보 관련 사항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힐난했다.

사설은 이어 "심지어는 이 후보의 측근이라는 사람들도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고 한다"고 전한 뒤, "이 후보가 선거조직과 당조직 내에 칸막이를 설치해 이 사람은 이것밖에 알 수 없고, 저 사람은 저것밖에 알 수 없는 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며 근본적 책임이 이 후보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사설은 "건설회사 사장이 목수와 미장이들을 직접 불러 지시를 내려, 회사 간부라는 사람들이 공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식"이라며 이 후보의 현대건설 경력을 끄집어내 매섭게 비판한 뒤, "지금 한나라당이 바로 그런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이 후보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거듭 이 후보를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