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지도부가 5일 정면 격돌했다.

발단은 김문수 후보가 3일 당대표에 선출되자 마자 이양수 사무총장을 경질하고 자신의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당권 장악 의도를 분명히 한 셈.

더욱이 이 사무총장은 신속한 단일화를 주장하는 친한덕수계여서, 김 후보가 단일화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즉각 장동혁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수락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했고, 결국 장 의원은 5일 사무총장직 포기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김 후보는 이날 본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후보 선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 후보가 거론한 '당무 우선권'은 당헌 74조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에 (대해)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 사실상 사무총장 임명이 불발된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고 권영세 지도부를 직격했다.

김 후보 캠프도 언론 공지에서 "오늘 오전 장동혁 총괄본부장과 김재원 비서실장, 박계동 전 의원이 단일화 추진단으로 추천된 바 있다"며 "그러나 장 총괄본부장의 사무총장 임명안이 무산되고 선대위 또한 개최되지 않아 해당 단일화 추진단 구성은 현재 보류됐다"고 가세했다.

이에 이양수 사무총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어느 법을 준용하더라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헌·당규상) '당무우선권'이라고 표현돼있지만, 기존의 최고위 의결 절차라든지 당규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는 당규에 따라 유지된다"며 과거 전례도 후보가 결정하면 당 지도부가 존중하여 이를 당규상 절차대로 따라 준 것"이라며 "후보의 말과 뜻이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최고 의결기구는 전당대회, 전국위, 상임전국위, 최고위 순이고 당론 채택 권한은 의원총회"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 후보 캠프는 추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는 선대위 구성 및 단일화 추진기구 설치, 사무총장 교체 건에 대해 당 지도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 최소한의 기구 설치만을 요청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이 사무총장이 '김 후보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반박했다.

김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된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등에 나와 “김문수 후보 외에 한덕수 후보의 이름은 이번 대선의 투표용지에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의 상당수 의원은 경선 국면때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던 김 후보가 후보 선출 뒤에 반드시 자신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며 단일화에 미온적 입장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단톡방 등을 통해 제기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정면충돌하면서 선거인쇄물이 인쇄되는 7일 단일화는 물 건너갔고, 후보 등록일인 11일에 단일화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