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안세영 폭로, 사실이었다". 협회 임원 비리 의혹도
배드민턴협회 벼랑끝 위기. 대한체육회에도 불똥 튈듯
문체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단 48명 중 22명에 대한 의견 청취 등을 토대로 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안 선수가 제기한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회 규정은 비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활동 기간(5년), 연령(여자 27세, 남자 28세) 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나,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배드민턴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에도 제한이 없고 국가대표 선수단 대다수는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한다"면서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어 '선수는 지도자·협회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에 대해서도 "고 최숙현 선수 사건 후 체육계에서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는 규정"이라며 즉각 폐지를 권고했다.
신인 실업 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선수 연봉을 하향 평준화하고 실업팀 이익에 부합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최대한 빨리 대안을 도출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김택규 회장 등 협회 임원들의 비리 혐의도 다수 파악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천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다. 올해에는 1억4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특히 "작년에는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로 배정하면서 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천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업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 총회 기념품 등으로 사용하거나 협회 이사, 원로 등에게 지급되기도 했다.
문체부는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관리법 위반이자 협회의 기부·후원물품 관리 규정도 위반했다"면서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있다.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2022∼2024년 후원사와 수의계약으로 총 26억원 상당 용품을 구매한 점도 보조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세무 조정 명목으로 약 1천6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체부는 "국고보조금 운영관리 지침은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보조금법 위반행위에 대해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 처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개인 후원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도 후원사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정황도 파악됐다.
협회 규정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라켓, 신발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까지 후원사 물품 사용을 예외 없이 강제하는 경우는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과 복싱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 선수가 강력 문제 제기한 대목이기도 하다.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시 후원사가 협회에 지급한 보너스가 선수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단은 해당 (보너스) 계약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2019년 후원사 변경 후에는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선수들의 증언 내용을 전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A사가 후원사였던 2018년까지는 후원사가 선수단에 직접 보너스를 지급했으나, B사로 바뀐 현재는 협회가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대한도도 기존엔 없었으나 현재는 연 15만 달러다.
문체부는 전체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이 2021년 6월 삭제된 것에 대해선 "협회가 선수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경위와 해당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임원의 후원금 빼가기 의혹도 제기됐다.
협회 규정은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특정 법인에 후원·협찬을 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 금액의 10%를 성공 보수로 받았다.
실제로 임원 2명은 재작년과 작년 4개 대회 당시 총 6억8천만원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6천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국제대회 일정 등으로 아직 면담하지 못한 나머지 국가대표 선수들을 면담하고, 배드민턴협회와 각 지역 협회 등에 추가 자료를 제출 받는 등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달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배드민턴협회에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아울러 산하 협회의 문제점을 방치해온 대한체육회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체육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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