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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조차 "여론조사 불신"

이주영 "이런 여론조사에 안주해선 안돼" 쓴소리

한나라당 경선의 최대 패자는? 박근혜 후보?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기관이라는 게 다수 여론이다.

한나라당 "이런 여론조사에 안주해선 안돼"

22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의미있는 한마디를 했다.

이 위원장은 경선에 대해 평가하던 중 "우리가 교훈을 얻은 것이 이번 경선에서도 사전 여론조사와는 그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고, 이런 여론조사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에 대해서도 " 50%를 넘나드는 국민의 지지도에 안주해서 자만하면 언제든지 자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경선전 난무했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에 대한 신랄한 쓴소리였다.

<중앙일보>의 '자화자찬'

한나라당 경선전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은 여론조사기관들과 손잡고 경선 예측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한결같이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최소 6~7%포인트 이상 앞선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개표일인 20일자에 '이명박 당선 유력. 박근혜 선전'이란 기사를 통해 “한나라당 선거인단 2178명(대의원 541명, 당원 794명, 국민참여 843명)과 일반유권자 1505명(18일 조사) 등 3683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후보 52.0%, 박 후보 45.0%로 7.0%P 차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두 후보의 표 차는 8000∼1만5000표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오차범위는 ±2.1%P"라고 덧붙여, 이 후보의 압승을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후보는 박 후보를 2452표(1.5%) 차이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와는 달리 대의원-당원-국민참여선거단에서 박 후보가 이 후보를 눌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다음날인 21일자 2면 '본지, 투표 결과 맞혔다' 제하의 기사에서 “국내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 개표 이전에 이명박 경선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맹렬하게 추격하는 박근혜 경선 후보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보도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예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일자 중앙일보 보도는 오차범위인 ±2.1%P를 넘어간 것이기에 통계적으로도 틀렸다고 본다”며 “중앙이 자신의 예측이 정확했다고 자평하는 것은 양심에 맡길 문제”라고 힐난했다.

20일 오후 시민들이 이명박 후보 당선 속보를 보고 있다. 시민들은 그러나 당초 언론들의 예상과 크게 다른 초박빙 승부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재계-정부측은 개표전 '초박빙' 예견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경선과정에 언론이 아닌 재계와 정부기관은 실제 개표결과와 상당히 근접한 '초박빙 승부'를 전망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또한 한나라당 경선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경선기간중 다각도로 정부를 수집해왔다.

검찰의 도곡동 땅 중간수사결과 발표 뒤인 지난 16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은 "지난주말까지만 해도 5% 싸움이었던 것이 검찰발표뒤 3% 싸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임원도 "오차범위내 초박빙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같은 날 "이명박 후보가 우세나 적게는 2%, 평균 3%까지 좁혀졌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오차범위내 싸움으로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실제 결과는 이들의 예측대로였다. 정보수집-분석력에서 언론이나 언론조사기관보다 이들이 더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되풀이되는 실패와 언론의 '정파성'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 실패와 관련,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박사모 등은 '여론조사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음모론까지 나올 상황은 아니다. 경선조사 여론조사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이 사전감지 못했다는 게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일반여론조사와 달리 정당의 대의원이나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틀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누구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섣불리 밝혔다가는 곧바로 보복을 당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경선처럼 양 진영이 사활을 건 피의 전쟁을 벌였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대의원-당원 조사의 경우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들을 상대로 한 '출구조사'조차 믿기 힘들다는 게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부동층'의 경우 이미 내심으론 지지후보를 정해놓고도 무응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반여론조사보다 오차범위를 넓게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역대 선거때마다 드러냈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한계가 이번에 또다시 드러났다. 언론전문가들은 이처럼 되풀이되는 언론 실수의 근원을 뿌리 깊은 '언론의 정파성'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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