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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 홍수'속 김승연 법정서 또 말바꿈

한화 '보석' 총력전, 충청주민-한국노총-경제5단체 등 탄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8일 첫 공판에서 자신이 청계산 등지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폭행한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흉기로 때렸거나 폭행사건을 치밀하게 계획한 혐의 등은 강력 부인했다.

김 회장 "쇠파이프로 머리통 때렸다" 했다가 "겁만 줬다"고 바꿔

김 회장은 이 과정에 자신이 흉기로 폭행을 했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 형량을 낮추기 위해 흉기 등의 사용을 은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보복폭행 수사이래 끝없는 거짓말과 말바꿈으로 비난을 받아온 김 회장이 아직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서울 청담동 주점에서의 1차 폭행과 관련, "가볍게 쥐어 박았다"며 2차 폭행장소인 청계산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많이 때렸다. 복싱에서처럼 `아구를 여러 번 돌렸다'는 거다. 때리다가 피곤해져서 경호원들에게 더 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계산에서 쇠파이프-전기충격기 등 흉기 사용에 대해선 맨 처음에는 "쇠파이프로 머리통을 때렸다"고 말했다가 "때리지 않고 겁만 줬다"며 진술을 바꾸었다. 이어 전기충격기 사용 여부와 관련해선 "전기충격기를 쓰지 않았으며 위협을 하려는 뜻에서 피해자들 얼굴에 경광등을 갖다 댄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폭행장소인 서울 북창동 서울클럽에서의 폭행에 대해서는 "아들을 때린 장본인을 데려오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데려오길래 주점 사장의 뺨을 몇번 때렸다"며 "실제 아들을 때린 윤모씨를 결국 주점 사장이 데려오자 아들한테 `빚진만큼 갚아라'고 폭행하게 했다"고 말했다.

주먹 등을 이용한 구타는 시인하되, 흉기 등의 사용은 철저히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에 구속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수감 한달이 지나면서 김 회장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한 구명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구명 운동'에 지역주민, 경제5단체, 한국노총까지 가세...

이처럼 김 회장이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한화측은 수감된 지 한달여가 된 김 회장을 옥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김 회장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시인하고 있으며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한화가 사우디아라비아측과 이달 말께 6조∼7조원 상당의 석유개발 합작사업 계약체결을 하는데 김 회장의 신병이 자유로와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회장 구속 한달째가 되던 지난 12일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한화측은 앞서 지난주말 김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로버트 김의 편지와 김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자성의 이메일 등을 공개했고,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지난달말 김 회장의 선처를 간청하는 탄원서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제출한 사실도 공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20여 개 산하 단체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게 이달초 "한화그룹에 종사하는 수많은 종업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한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또한 <새충청일보><중부매일><동양일보> 등 충청지역 일간지는 18일자 기사를 통해, 한화 보은공장이 위치한 내북면 발전회 일부 회원들이 김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며 '보은 논란'을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북면 발전회는 최근 이장단과 협의, 김 회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서명 작업에 착수, 18일까지 1천명 정도의 주민 서명을 받아 서울지방법원 및 검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화 보은공장이 지난 91년 준공된 이후 면 장학회에 3억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김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민노당 "어떻게 한국노총까지 탄원서 제출...안타까워"

한국노총까지 참여한 구명 총력전에 사회의 시선이 곱지않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경제5단체 탄원서 제출과 관련,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매우 한심한 행위"라며 "지난달 초 민노당에서는 그때까지만해도 아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던 경제5단체장들에게 분명한 자기 입장을 낼 것을 촉구한바 있는데 그 입장이 고작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까지 동원한 자에 대한 선처호소"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한국노총 및 20여개 산하단체의 탄원서 제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들이 탄원서에서 밝힌, '김 회장의 구속으로 한화그룹 종업원의 근무여건이 불안해진다'는 사고방식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종업원의 사고방식에 다름아니다"라고 질타했다.

한편 검찰은 한화 등의 보석 신청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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