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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홍보기사 값은 5백만원?

<경남도민일보> 폭로 파문, 균형발전위 "일반적인 홍보기법"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정부 홍보 특집기사를 써주면 5백만원 상당의 사례를 하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경남도민일보>가 폭로, 일파만파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 "500만원 줄테니 홍보기사 써달라"

경남 마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는 18일 '500만원 줄테니 홍보기사 써달라'라는 제목의 머릿기사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위의 언론 매수 행태를 질타했다.

<경남도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도민일보는 지난 10일 균형발전위로부터 기획취재 제안과 함께 취재비도 지원된다는 전언을 받았고 이에 따라 취재팀을 구성, 기획시리즈 취재에 나섰다. 균형발전위 홍보책임자는 그러나 기획시리즈 대신 "17일 부산에서 열리는 2단계 균형발전 정책 및 투자설명회에 맞춰 해당 주제로 1개면 전면을 할애, 특집기사를 써달라"고 제안했다. 이 홍보책임자는 균형발전 특집기사의 ▲세부 계획 ▲제목 ▲관련 박스 ▲사진 협의사용 등 구체적인 방식까지 제시했다.

신문은 또 이 홍보책임자가 "오늘 00일보를 보면 0면에 우리랑 협의했던 기사가 나갔으니 그걸 참고하면 된다"고 말해 다른 언론에도 같은 방식으로 홍보성 특집기사를 쓰게 하고 돈을 지불했음을 암시케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국가균형발전위는 지난달 30일 전북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울산 경남, 23일 광주 전남 등 전국순회 설명회를 열면서 해당 지역언론을 상대로 이같은 매수작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국가균형발전위의 이 같은 행위가 언론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국가기관의 신(新)언론 통제정책'이라고 판단, 이 사실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이 신문 구주모 편집국장은 "균형발전위가 지방분권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명목과 근거도 확실치 않은 돈을 지원하면서 홍보성 특집기사를 써달라는 것은 명백히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라 판단했다"고 폭로이유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국기에 대한 의례를 하고 있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국가균형발전위 "일정한 돈 주고 홍보기사 부탁은 일반화된 것"

<경남도민일보>는 19일 후속 '데스크 칼럼'을 통해 재차 경위를 밝히며 균형발전위측 항의 내용을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간 뒤 균형발전위 홍보팀장은 전화를 걸어 "언론홍보 기법상 일정한 돈을 협찬하고 홍보기사를 부탁하는 일은 일반화된 것"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대기업에서도 이런 홍보기법을 흔히 쓰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과거 70·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일간지에 '이달의 시·군정'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기사의 형식으로 행정기관의 시책을 홍보하는 코너였는데, 사실은 독자들 몰래 해당 행정기관으로부터 홍보비를 매월 받았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인 데다 타파해야 할 지역언론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목돼 일찌감치 사라졌다"며 참여정부의 퇴행을 질타했다.

정치권-시민단체 "신보도지침" 질타

이같은 사실이 폭로되자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일저히 노무현 정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강창덕·김애리)은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정부기관이 언론을 매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돈의 규모로 볼 때 홍보팀장 선이 아니라 성경륭 위원장의 재가가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으므로 부서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민언련은 ""홍보성으로 보도 방향을 정해주는 것은 물론 제목과 사진까지 협의해야 한다는 주문은 '신보도지침'과 다를 바가 없다"며 "협찬비 또한 건전한 지역언론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질타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19일 "산 넘어 산이라더니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언론 악법으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청와대 브리핑과 국정브리핑을 통해서 임기내내 언론과의 전쟁을 해왔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돈을 주고 지면을 사서 홍보성 기사를 싣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나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언론은 불량식품이다.’ 언론과 접촉을 하라고 하는 주문에 대해서는 ‘그럼 기자들에게 술, 밥이나 사라고 하는 거냐’ 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질적으로 언론 접촉을 금지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뒤로는 돈을 주고 흥정을 했다"며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뭉개는 그런 처사이다. 돈으로는 국민의 민심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다음은 <경남도민일보>의 18일자 폭로 기사 및 19일자 데스크 칼럼 전문.

"500만원 줄테니 홍보기사 써달라"

국가기관이 500만원이라는 돈을 언론사에 주면서 특정 정책에 대한 '특집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최근 전국 권역별로 '2단계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순회 설명회를 열면서 해당 지역언론을 상대로 1~2개면 전면을 할애한 '특집기획기사'를 주문해 말썽이다.

게다가 주문대로 기사를 써주면 500만원을 '취재협찬' 명목으로 주겠다는 조건까지 붙였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이 돈을 미끼로 언론의 보도방향을 통제하거나 지면을 매수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0일 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기획취재 제안과 함께 취재비도 지원된다는 전언을 받았다. 도민일보는 언론재단이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획취재 지원에 준해 엄격히 취재비 정산을 하겠다는 전제에 따라 제안을 수용키로 하고 담당 취재기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담당 기자가 16일 균형발전위 홍보책임자와 직접 통화해본 결과, 그의 주문은 당초 도민일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딴판이었다. 도민일보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전반적으로 진단해보고, 이와 아울러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에 설치돼 운영중인 지역혁신협의회의 성과를 점검하는 기획시리즈물로 취재,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균형발전위의 홍보책임자는 "기획시리즈로 하지 말고, 17일 부산에서 열리는 2단계 균형발전정책 및 투자설명회에 맞춰 해당 주제로 1개면 전면을 할애, 특집기사를 써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이미 늦었으니, 17일 행사는 지상중계 형식으로 써주시고, 이번주 내에 별개면을 확보해 2단계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특집기사를 써주면 된다"면서 "거기에 대한 세부계획, 즉 제목은 어떻게 가고, 관련 박스는 어떻게 하고, 사진은 뭘 쓸 건지 계획을 보내주고 같이 협의해서 '좋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홍보책임자는 "오늘 ○○일보를 보시면 ○면에 우리랑 협의했던 기사가 나갔으니 그걸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언론에도 같은 방식으로 홍보성 특집기사를 쓰게 하고 돈을 지원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지원되는 돈이 취재비용 지원이냐, 아니면 광고비 명목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취재협찬으로 보면 된다"면서 "다 끝나고 나면 500만원 내에서 정산해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돈이 균형발전위원회의 예산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알 건 없다"면서 "담당자를 지정해주시면 나중에 다 정산해 드린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같은 균형발전위원회의 주문이 언론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국가기관의 신(新) 언론통제 정책'이라는 판단 하에 이 사실을 보도하기로 했다.

구주모 편집국장은 "균형발전위원회가 지방분권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명목과 근거도 확실치 않은 돈을 지원하면서 홍보성 특집기사를 써달라는 것은 명백히 정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북지역을 시작으로, 17일 부산·울산·경남, 23일 광주·전남 등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열고 있다.

[데스크]희한한 언론홍보 기법

지난 10일이었다. 기자는 서울에 있는 한국언론재단 뉴스저작권사업단 운영위원회에 참석 중이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정봉화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혁신도시와 2단계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기획취재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왔는데, 취재비도 지원이 된단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논조나 방향은 신문사가 자율적으로 한다'는 전제도 있었다.

알다시피 혁신도시는 참여정부의 1단계 균형발전정책이다. 그렇잖아도 지역언론으로서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지방분권 정책인 1·2단계 균형발전 전략에 대한 심층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던 터여서 편집회의를 거쳐 '하겠노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실수였다. 처음부터 지원해주겠다는 돈의 성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그냥 '취재비 지원'이겠거니 하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알고 우린 기획취재 준비에 들어갔다. 진영원 기자를 담당으로 선임하고 자료조사부터 시작했다. 최소한 5회 이상 시리즈물로 연재할 계획이었다.

16일 오전 진영원 기자가 균형발전위에 관련자료 협조와 취재비 정산 방식 등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준비한 기획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하자 마자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획시리즈는 필요없고, 17일 부산에서 열리는 2단계 균형발전정책 설명회에 맞춰 전면을 할애해 특집홍보기사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당황한 진 기자는 데스크에게 통화 내용을 보고하면서 "뭔가 이상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딴판이다"고 말했다. "지원하겠다는 돈의 성격도 취재비 지원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확인을 위해 데스크가 다시 균형발전위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다. 그 돈은 취재비 지원이 아니었다.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홍보기사를 써주면 그냥 500만원 범위 안에서 지급하겠다는 거였다.

더구나 제목과 사진, 그리고 관련 상자기사 내용까지 자신들과 협의해 '좋다'고 하면 그대로 보도해달라는 거였다. 그 돈이 균형발전위의 예산인지에 대해서도 "그것까진 알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심한 모멸감과 함께 화가 났다. 대체 언론을 어떻게 보고….

전화를 끊고 편집국장과 회의를 열었다. 뒤늦게라도 그들의 의도를 알았으니 그냥 그들의 제안을 거절해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이런 식으로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언론의 사회적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결국 18일자 1면에 보도됐고, 예상대로 파장도 작지 않다.

보도가 나간 뒤 균형발전위원회 홍보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말문을 연 그는 "우린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특집기사를 써달라고 제안했는데, 도민일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애초부터 도민일보가 오해해놓고 뒤늦게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써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당초 균형발전위의 제안을 확실히 따져보지 않고 우리 식으로 해석해버린 것은 경솔한 일이었다. 그 점은 인정했다.

문제는 여전히 균형발전위원회가 이런 방식의 홍보(?)에 대해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언론홍보 기법상 일정한 돈을 협찬하고 홍보기사를 부탁하는 일은 일반화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서도 이런 홍보기법을 흔히 쓰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기자가 과문해서인지, 지방이라 정보에 어두워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돈을 받고 지면과 기사를 파는 일이 정당하다'는 논리는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과거 70·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일간지에 '이달의 시·군정'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기사의 형식으로 행정기관의 시책을 홍보하는 코너였는데, 사실은 독자들 몰래 해당 행정기관으로부터 홍보비를 매월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인데다 타파해야 할 지역언론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목돼 일찌감치 사라졌다.

이번 균형발전위의 희한한 홍보기법(?)이 일개 홍보팀장 선에서 기획되고 집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게 균형발전위 전체의 생각이라면 참여정부가 정말 큰일이다.

2007년 04월 19일 (목) 김주완 부장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6 21
    코코

    그돈은 개구리 개인돈이지?
    그럴 인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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