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일이 꾸며지고 있다
[김행의 '여론 속으로']<35> 盧의 '전방위 대선주자 비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권주자로만 거론되면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을 받는 것이다. 피아의 구분도 없다. 여야를 넘어 모두가 대상이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후보에게만 국한된다면 이해할 만도 하다. 김근태, 정동영, 정운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고건은 노의 저격에 쓰러졌다. 노는 현직대통령이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못되게는 할 수 있다.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노, 정치인으로서 대선 개입 시동걸다
노 대통령은 "선거는 공정관리 하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이 손대는 일마다 평온했던 기억이 없음을 상기하면, 어차피 12월 대선이 조용하게 치러지긴 글렀다. 그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저격수 역할에서부터 시동이 걸렸다.
그 증거가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권주자들을 겨냥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월 16일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노의 교육정책과 경제정책마다 물고 늘어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까지 타겟에 포함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2월 28일엔 "한반도 운하가 현실에 맞느냐"고 노골화했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3월 1일 발언 역시 그렇다. 이렇게 보면 노 대통령의 첫번째 타겟은 뻔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왜일까. 이 전시장은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다. 지지율을 방치하면 고착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2월 대선은 싱겁게 끝날지 모른다. 그 결과는 노 대통령 본인과 집권세력에게 '재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는 노 대통령의 실패한 사업 '장수천'에 대한 괴담이 나돌고 있다. 노 대통령을 지원한 사업가 일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퇴임 이후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역대 대통령들이 반면교사다.
그러면서도 "특정 주자에 대한 호·불호는 영부인한테도 얘기하지 않는 금기"라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액면 그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호․불호에 대해 권양숙 여사에게도 입을 벙긋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개적으로만 말할 뿐 '청와대 숙소에서는 안한다'는 얘기라면 모를까 실소가 나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저격이 이 전 시장 한사람에 집중되는 인상이지만 최근에는 그 대상이 확대됐다. "역사가 퇴행하는 게 아닌지 고민스럽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누가 봐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적용되는 언급이다.
고상하게 '역사'를 들먹였지만 '박정희의 딸'이 집권한다는 것이 '역사의 퇴행'이라는 뜻이다. 박정희 시대의 사법살인이라는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판결 재판관 명단이 쏟아져 나온 마당에서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에서 한발 더 나가 "대통령이 안 되도록 하겠다"고 해석해도 시비걸기 어려운 발언이다. 아슬아슬하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손 전 지사 영입을 주장하자 "남의 양어장에서 낚시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내 입지가 좁아 타당을 기웃거린다는 비아냥이 전달된다. 말하자면 노 대통령의 야당 대선주자 평가가 품평 수준을 넘어 전방위 저격의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야당주자에 대해서만 평가 절하한 것이 아니다. 그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서도 심한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을 각각 통일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욕만 실컷 먹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대선주자로서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에 대한 견제와 험담이 "선거는 공정관리하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는 말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말이 견제 대상인 이들에게 ‘중립을 지키지 않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노를 잘 아는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도 얘기하지 않았나. 노는 누구를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어도 못되게는 할 수 있다고.
이쯤이면 노의 의중이 비교적 선명하게 읽힌다. 수면위에 드러난 여야 후보들은 한결같이 마음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점찍어 둔 누군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누굴까.
노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회상하며 "내가 이맘때 지지율이 3% 정도였지만 치고 올라가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아마도 노 대통령 마음속에는 지금의 지지도가 형편없지만 '치고 올라갈' 후계자가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주자들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폄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방북한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대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해찬-안희정 라인이 가동되었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어제 오후엔 DJ도 만났다고 한다. 그의 오늘 방북은 정상회담 타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정일과 노무현의 정상회담 가능성, DJ의 은근한 정치적 복귀, 이해찬과 안희정의 역할 대두, 현재 거론된 대권주자들을 향한 현직 대통령의 이어지는 독설…. ‘신북풍(新北風)’인가?…. 뭔가 일이 꾸며지고 있다. 누군가 희미하게 그려지는 인물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후보에게만 국한된다면 이해할 만도 하다. 김근태, 정동영, 정운찬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고건은 노의 저격에 쓰러졌다. 노는 현직대통령이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못되게는 할 수 있다.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노, 정치인으로서 대선 개입 시동걸다
노 대통령은 "선거는 공정관리 하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이 손대는 일마다 평온했던 기억이 없음을 상기하면, 어차피 12월 대선이 조용하게 치러지긴 글렀다. 그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저격수 역할에서부터 시동이 걸렸다.
그 증거가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권주자들을 겨냥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월 16일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노의 교육정책과 경제정책마다 물고 늘어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까지 타겟에 포함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2월 28일엔 "한반도 운하가 현실에 맞느냐"고 노골화했다.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3월 1일 발언 역시 그렇다. 이렇게 보면 노 대통령의 첫번째 타겟은 뻔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왜일까. 이 전시장은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다. 지지율을 방치하면 고착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2월 대선은 싱겁게 끝날지 모른다. 그 결과는 노 대통령 본인과 집권세력에게 '재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는 노 대통령의 실패한 사업 '장수천'에 대한 괴담이 나돌고 있다. 노 대통령을 지원한 사업가 일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퇴임 이후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역대 대통령들이 반면교사다.
그러면서도 "특정 주자에 대한 호·불호는 영부인한테도 얘기하지 않는 금기"라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액면 그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호․불호에 대해 권양숙 여사에게도 입을 벙긋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개적으로만 말할 뿐 '청와대 숙소에서는 안한다'는 얘기라면 모를까 실소가 나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저격이 이 전 시장 한사람에 집중되는 인상이지만 최근에는 그 대상이 확대됐다. "역사가 퇴행하는 게 아닌지 고민스럽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누가 봐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적용되는 언급이다.
고상하게 '역사'를 들먹였지만 '박정희의 딸'이 집권한다는 것이 '역사의 퇴행'이라는 뜻이다. 박정희 시대의 사법살인이라는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판결 재판관 명단이 쏟아져 나온 마당에서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에서 한발 더 나가 "대통령이 안 되도록 하겠다"고 해석해도 시비걸기 어려운 발언이다. 아슬아슬하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예외는 아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손 전 지사 영입을 주장하자 "남의 양어장에서 낚시하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내 입지가 좁아 타당을 기웃거린다는 비아냥이 전달된다. 말하자면 노 대통령의 야당 대선주자 평가가 품평 수준을 넘어 전방위 저격의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야당주자에 대해서만 평가 절하한 것이 아니다. 그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서도 심한 얘기를 했다. "두 사람을 각각 통일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욕만 실컷 먹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대선주자로서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에 대한 견제와 험담이 "선거는 공정관리하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는 말과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말이 견제 대상인 이들에게 ‘중립을 지키지 않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노를 잘 아는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도 얘기하지 않았나. 노는 누구를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어도 못되게는 할 수 있다고.
이쯤이면 노의 의중이 비교적 선명하게 읽힌다. 수면위에 드러난 여야 후보들은 한결같이 마음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점찍어 둔 누군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누굴까.
노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회상하며 "내가 이맘때 지지율이 3% 정도였지만 치고 올라가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아마도 노 대통령 마음속에는 지금의 지지도가 형편없지만 '치고 올라갈' 후계자가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주자들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폄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방북한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대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해찬-안희정 라인이 가동되었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어제 오후엔 DJ도 만났다고 한다. 그의 오늘 방북은 정상회담 타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김정일과 노무현의 정상회담 가능성, DJ의 은근한 정치적 복귀, 이해찬과 안희정의 역할 대두, 현재 거론된 대권주자들을 향한 현직 대통령의 이어지는 독설…. ‘신북풍(新北風)’인가?…. 뭔가 일이 꾸며지고 있다. 누군가 희미하게 그려지는 인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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