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케리 트레이드'가 차이나 쇼크, 미국경기 침체와 함께 국제금융 불안의 핵심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금융 불안의 주범 '엔케리'
뉴욕 증시는 2일(현지시간) 엔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20.24포인트(0.98%) 하락한 12,114.10, 나스닥 종합지수는 36.21포인트(1.51%) 내린 2,368.00,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6.00포인트(1.14%) 떨어진 1,387.17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번 주에 4.3%가 빠져 지난 2003년 3월 이후 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와 S&P 500 지수도 각각 5.8%와 4.4% 하락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주가하락 원인을 '엔케리 트레이드'에서 찾았다. 시장관계자들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엔케리 트레이트 청산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면서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환시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엔케리 트리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어 달러화 등 고금리통화로 바꿔 주식, 채권, 선물 등에 투자하는 금융거래방식을 가리킨다. 그동안 엔화가 일본경제 회복과 정반대로 약세를 보여, 우리나라 수출기업 등에게 큰 타격을 입힌 근원적 원인도 바로 엔케리 트레이드였다.
엔케리 규모 40조엔, 헤지펀드가 투기에 애용
일본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엔케리 트레이드' 규모는 약 40조엔(우리돈 3백20조원)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거액의 자금을 투기적으로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엔케리 트레이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케리'가 바로 지난 몇년간 주식, 부동산, 석유, 원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자산거품이 발생한 근원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몇년간 시중은행등이 앞다퉈 저리의 엔차관을 들여와 주택담보대출을 해줘, 부동산값 급등에 큰 작용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엔케리가 국제적 투기상황을 가중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동안 애써 이를 외면해왔다. 엔케리로 '엔저(低)'가 발생, 일본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일본과 '신보수동맹'을 추진해온 조지 W. 부시 미대통령도 자신의 정책에 대한 일본의 맹종에 따른 반대급부로 이를 묵인해왔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세계적 자선가인 동시에,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세계금융 불안의 주범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엔케리 위험성에 대한 인식 급확산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엔케리의 부작용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은 마침내 지난 2월 금리인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 정도 금리인상을 갖고 엔케리가 해소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로 세계주요 기축통화의 정책금리는 미국 5.25%, 유럽 3.5%에 반해 일본은 0.5%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사회에서 엔케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엔케리 청산 움직임이 가속화돼 주목된다.
엔케리의 위험성을 극명히 보여준 것이 바로 최근의 세계적 주가 동반폭락사태다. '차이나 쇼크'와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의장의 '미국경제 침체 경고'가 맞물리면서 시작된 주가급락은 달러화에 대한 불안감을 확대시키면서 급격한 엔고(高)를 초래했다. 달러당 엔화환율은 3일 1백16엔까지 급등했고, 엔화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환율도 8백원선을 회복해 기업들을 안도케 했다.
가파른 엔고(高)의 이면에는 2.13합의를 계기로 극우 일본을 걸림돌로 여기기 시작한 부시 미정부의 인식 전환도 일정한 역할을 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 미국은 가파른 엔고에 따른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엔케리 청산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는 더없는 다행이나, 우리나라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는 향후 엔케리 청산이 초래할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시장, 유럽-미국 금융시장의 적잖은 투자자금이 바로 엔케리로, 이들 자금이 일시에 철수할 경우 주가 폭락 등의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엔화 대출로 아파트 등을 구매한 이들도 향후 원리금 부담이 급증하는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경제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엔케리 트레이드가 세계경제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게 현 세계경제의 위태로운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