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유시민의 '한나라 집권 99%' 발언 진심일까

[김행의 '여론 속으로']<34>그는 '반노반여권'표의 무서움 알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비보도’(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발언이 뒤늦게 보도되어 화제다. 특히 이 부분이다.

"분당으로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다. 사실 분당사태 이전만 해도 재집권 가능성 10%는 있었다. 하지만 분당으로 그것마저 날아갔다.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은 (현재로선) 99%다."

이를 두고 어느 친노 매체에서는 유장관이 그렇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표가 ‘부동층’이나 ‘제3의 인물’로 갈 것이라는 엉뚱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유장관의 발언은 비보도가 깨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명박-박근혜 사이의 ‘개싸움’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저속한 표현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유시민의 발언이 진심이었다고 본다. 똑똑한 정치인들도 비보도 전제에 많이 속는다. 아니면, 오히려 '탈당파에 대한 경고'를 계산한 것 아니었을까?

그의 말이 진심이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민심과 일치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빅 3’의 지지율은 70%를 넘는다. 이 표는 단순히 세 후보에 대한 지지표만이 아니다. ‘반노반여권'표다. 노 정권 쪽에 표를 주기 싫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창업동지'인 유 장관에 대해 김행씨는 "필자가 만났던 유시민은 술수에 능하기 보다는 솔직해서 오히려 손해 보는, 차라리 진정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연합뉴스


노 정권이 진보좌파정권인지 아닌지 정체성이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치고, 국민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진보좌파정권’을 퇴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99%여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부동층’이나 ‘손학규’로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은 노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읽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지지표가 ‘제3의 인물’인 손학규에게 갈 수 있을까? 그가 낙양지귀(洛陽紙貴)의 가능성을 가진 인물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 부분도 유장관이 정확히 봤다. “손학규도 (한나라당을) 나가는 순간에 망한다. 그 순간 역린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손학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제1후보’로 꼽히고 있어 마치 ‘꽃놀이 패’를 잡은 듯 보이지만, 그는 나가는 순간 죽는 운명이다.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서 흥행카드 중 한 카드 역할은 해낼 것이다. 그 뿐이다. 그는 후보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혹여 후보가 된다 해도 이명박, 박근혜의 상대가 안 된다.

작금의 이-박 간 ‘검증공방’이 둘의 분열 가능성을 더 높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박은 안다. 누구든 한나라당을 나가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이 법칙은 손 전 지사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장사꾼인 이 전 시장이 나갈 리 없고, 한번 나갔다가 쓴맛을 본 박 전 대표 또한 나갈 리 없다. 처절하게 피 흘리면서 죽일 듯 물어뜯다가도, ‘후보확정’이라는 찬물이 끼얹어지면 뜨거운 싸움을 그칠 수밖에 없다.

이-박 중 한쪽이 경선 전에 당을 뛰쳐나가는 정치적 ‘빅뱅’을 상상해 보자.

40%가 넘는 이명박 표의 절반은 한나라당 지지표다. 20% 정도 되는 박근혜표는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 표다. ‘한나라당 이명박’, ‘한나라당 박근혜’여서 그 정도 받는 것이다. ‘범여권후보 이명박’, ‘범 여권후보 박근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게 ‘반노반여권’표가 무서운 것이다.

장관이기 이전에 선출직인 유 의원은 “국민이 무섭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다. 스스로도 말하지 않았나. “국민들이 무섭다”고.

그는 열린우리당과 탈당파의 미래도 정확히 예견했다. 기간당원제 폐지 및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열린우리당은 곧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친노파와 전국구만 남을 것이다.

게다가 탈당파들에 대해서도 "최근 탈당하거나 탈당 움직임이 있는 사람들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겠지만,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념이라는 깃대를 꼽고 돈. 사람이라는 자재가 들어가야 완전한 집이 되는 만큼 새 당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김한길,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당을 새롭게 만든다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일단 김-정-김-천은 대권주자가 아니다. 그나마 정동영 정도만 2~3% 지지를 받는 정도다. 이래선 돈도 사람도 안 모인다. 정치를 해 본 사람이면 금방 안다.

유장관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현 여권엔 노무현 같은 인물이 없다고. 그래서 한나라당 집권이 99%라고. 이 역시 탁월하다. 노는 유장관의 말마따나 기본표 20%는 갖고 있는 ‘매력 있는’ 인물이었다.

또 상대가 이회창이라는 천운도 겹쳤다. 이회창은 지지율이 ‘마(魔)의 39%벽’을 못 넘는, 즉 ‘60%의 안티’를 갖고 있던 인물이다. 20%정도의 지지표를 갖고 있던 정몽준과의 극적인 단일화, ‘낡은 정치에 대항하는 새 정치’라는 천운도 잇달아 겹쳤다.

또 하나 노에게는 유장관 같은 ‘창업동지’도 있었다. 목숨은 함께 내걸었지만,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는. 그러나 현 여권주자들에겐 유장관 같은 ‘창업동지’도 없다. 정동영 전 의장이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밝혔듯, “열린우리당 내에서 서로 권력투쟁하다 망한 것”이다.

이런 당이 위장이혼하고 리모델링한다 해도 유력대권주자가 업히려들까? ‘제3의 인물’-정운찬, 박원순, 문국현 등은 사실 더 위험한 정치적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지지율 1%도 안 나온다.

필자가 만났던 유시민은 술수에 능하기보단, 솔직해서 오히려 손해 보는, 차라리 진정성이 있는 인물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엉겁결에 들킨 그의 진심이 열린우리당 탈당파에게는 경고로, 한나라당 주자들에게는 ‘당을 떠나봐야 죽는다’는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혹여 그랬다면 그는 진실했을지는 모르지만, 한나라당 교란엔 실패한 것이다. 분열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이-박에게도 오히려 경고음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경선에 참여한다면,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선 승리보다는 열린우리당을 일단 진보개혁적인 제1야당으로 살려내는 일이 될 것이다.
김행 여론조사전문가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34 46
    김횡설수설

    극비문건
    민주개혁진영은 참신한 후보원해요.
    아주 참신하고 깨끗한 정치인..
    정치 잘 모른 아마추어들 말구.
    정운찬 (0.9%)가 뭘 하겠어..문극현 박원순? 풋내기들이야..
    한겨레, 경향신문 최근 여론조사는 호남을 비롯 민주개혁진영에 참신한 정치인을 원한다가 70%야..
    또 이런 정치인이 훌쩍 튀어 나오길 바란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구라라라라..
    김횅씨 출마좀 해 보시죠/ 그러요

  • 46 29
    박행

    젤 궁금한건
    이번 대선에서 김행은 어느쪽에 줄을 설까다.
    글 곳곳에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가 있는데 이번엔 한나라당일까?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