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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기 <한겨레> 사장 중도하차

곽병찬 편집국장 내정자 임명부결 후폭풍

정태기 <한겨레신문> 사장이 자신이 지명한 편집국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따라 13일 임기를 1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태기 사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며 사규에 따라 김효순 편집인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정태기 사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날 자신이 지명한 곽병찬 신임 편집국장 내정자(현 논설위원)에 대한 임명동의투표가 편집국 기자들에 의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한겨레>는 12일 저녁 곽병찬 편집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73표, 반대 72표로 곽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가 부결됐다. 곽 내정자는 이날 과반수인 76표에 3표가 모자라 임명동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겨레>가 신임 편집국장 투표를 하기에 이른 것은 오귀환 편집국장의 자진 사퇴에 따른 것. <한겨레>는 최근 편집국 보도방침과 달리 한미FTA찬성 정부홍보물 배포, 광고 파문 등 편집방침과 경영방침이 잇따라 충돌을 빚자, 지난달 말 간부들은 일괄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지난달말 사의를 밝혔던 정태기 사장은 지난 5일 사의를 번복한 뒤 자신이 7개월전 외부에서 영입한 오 국장의 사직서만 수리하고, 곽병찬 논설위원을 편집국장에 내정해 <한겨레> 기자협의회가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편집국 기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기자들은 오 국장이 한미FTA 홍보물 사태 등에 대해 편집국 기자들이 경영진을 질타할 때 기자들 편에 선 데 대해 정 사장이 보복인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는 단순히 곽병찬 내정자에 대한 투표의 성격을 넘어서, 정태기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짙었고, 그 결과 정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편집국장 임명 부결후 13일 사의를 표명한 정태기 <한겨레> 사장. ⓒ연합뉴스


한 언론계 중진은 이번 사태와 관련, "나날이 악화되는 광고 등 경영환경 속에서 경영실적을 내려는 경영진과, 창간초기의 편집 방침을 고수하려는 기자들간 갈등의 결과가 아니겠냐"며 "<한겨레>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마이너신문들이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고 탄식했다.

<한겨레>는 앞으로 사내 선거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후보를 선출하고 3월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곽병찬 내정자도 선거운동 기간 중 불신임될 경우 정태기 사장과 거취를 같이 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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