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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민간기관들, "한미 FTA 경제효과 의문"

정태인 전비서에 이은 KIEP.LG경제硏 반대에 청와대 당혹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강행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LG경제연구원 등 국책 및 민간 싱크탱크들은 10일 “한-칠레 FTA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한미 FTA 역시 결코 한국경제의 수출경쟁력을 개선시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연구결과를 발표해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의 노골적 비난에 이은 이같은 국책-민간연구소들의 문제제기로 한미 FTA 체결을 잔여임기 최대과제로 설정한 노무현 대통령은 더욱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다.

KIEP "한미 FTA, 수출 경쟁력 제고 장담할 수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10일 발표한 '최근 미국시장에서 한.중.일 3국과 FTA 체결국의 관세율 및 수출성과'라는 보고서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도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 품목이 줄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관세인하가 수출 상품의 시장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IEP는 이 보고서에서 표준국제무역분류(SITC) 기준 전체 1천3백66개 품목 중 캐나다의 점유율 1위 품목은 1986년 2백22개에서 NAFTA가 체결된 1994년 3백53개로 증가한 뒤 1996년 3백93개까지 늘었다가 2000년 3백75개, 2004년 3백25개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도 1986년 45개에서 1990년 70개, 1994년 78개, 2000년 1백15개로 늘었다가 2004년에는 1백1개로 줄어들었다.

2004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는 1990년 1위 품목이 4개에서 1996년 0개로 줄었다가 2000년에는 3개를 기록했으며 2004년에도 3개를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986년 31개에서 1990년 20개로 줄어든 뒤 2000년 24개로 증가했다가 2004년에는 다시 19개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1986년 2백13개에서 2004년 1백4개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KIEP는 "중국은 FTA를 맺지 않았지만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FTA 체결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며 "캐나다 등은 낮은 관세에 의한 비교우위에도 불구하고 수출 성과 개선 측면에서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KIEP는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한미 FTA 체결이 관세인하를 통해 한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게 사실이지만, 관세인하가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며 “FTA를 맺을 경우 엄격한 원산지 규정 등이 산업보호 장치로 작용돼야 하며, 품목별 원산지 인정기준을 전략적으로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LG경제硏 “한-칠레 FTA, 대부분 영역에서 성과 지지부진”

LG경제연구원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성공적인 사례로 들고 있는 한-칠레 FTA도 양국 간 교역 확대라는 성과는 있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며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는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를 통해 얻는 이익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칠레 FTA는 수출 외에 대부분의 영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가 칠레에 주로 수출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은 가격이 내려가 칠레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준 반면, 우리가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구리, 펄프 등은 FTA 없이도 관세 환급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원자재 품목이기 때문에 관세철폐로 우리나라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소비자 후생 개선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특히 칠레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농업, 수산업 제품의 상당 부분을 한국측이 개방 예외 품목으로 규제한 결과 관련 상품의 수입이 제한되었고 결국 한국의 소비자들은 이 부분의 후생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며 “양국간 직접 투자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2005년 말 현재 한국의 대 칠레 투자는 총투자 기준으로 29건, 7천3백87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0.12%에 불과했고, 칠레의 대 한국 투자 역시 매우 부진해 칠레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0.07%에 그치는 등 매우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는 칠레 기업들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농수산업 제품의 한국시장 진입을 최소화 함에 따라 지난 2년 간 우리나라에 대한 칠레의 신규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물론 FTA의 성공은 그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를 예상보다 줄이는 등의 방어적인 관점에서는 한-칠레 FTA를 성공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실적의 이면에는 우리정부가 취약 부문인 농업 부문에 대해 설정한 5~10년에 걸친 장기간의 관세 인하 일정과 칠레산 과일에 대한 철저한 검역 등의 보호조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한-칠레 FTA가 결코 성공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따라서 “FTA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 것 ▲해외투자를 고려한 협상 전략을 수립해할 것 ▲취약부문에 대한 효율적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 ▲무역수지보다는 성장잠재력 제고에 우선순위를 둘 것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객관적이면서도 믿을만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어 “지난해 9월 미국이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선정했던 4개국 중 스위스는 이미 FTA 거부 의사를 표명했으며, 회교권으로 분류되는 말레이시아와 이집트 역시 미국이 농업시장 개방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불리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한국은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일본이나 중국 등 FT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후보군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는 점이 장점”이라며 “한미 FTA는 분명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이지만 한-미 FTA를 우리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이 향후 진행될 협상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FTA 주례회의 정례화 등 박차

반면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야할 2대 과제 중 하나로 한미 FTA를 들면서 한미 FTA를 위해 매주 점검회의를 여는 한편 대외경제장관회의의 격주 개최도 정례화하는 등 밀어부치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특히 한미 FTA 점검회의를 재정경제부 차관을 좌장으로 외교통상부ㆍ산업자원부ㆍ농림부 등 한미 FTA와 관련이 있는 전 부처의 1급 간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개최하며 매주 화요일 오전 강남ㆍ북을 오가며 열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한-칠레 FTA 발효 후 우리나라의 대칠레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지난달 발효된 한-싱가폴 FTA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여 FTA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최근 정례브리핑을 통해 “2004년 4월 한·칠레 FTA 발효 후 2년간 교역실적을 보면 대칠레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농산물 피해도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지난 3월2일 발효된 한-싱가폴 FTA 역시 싱가폴의 관세가 대부분 무관세였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3월 관세청 통계에서 수입은 1.4% 증가, 수출은 2% 증가하는 등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는 등 FTA의 장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해 3백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4일부터 지역별로 ‘한미FTA 저지를 위한 지역 순회 문화제’를 여는 등 FTA 체결 저지에 나서고 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한미FTA저지 1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는 등 한미 FTA를 막기위한 집회와 문화행사 등 범국민운동을 지속해나갈 계획이어서 향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간의 갈등과 대결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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