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내년부터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서울에서 짓는 은평 뉴타운 등 모든 공공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58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낱낱이 공개하기로 한 것.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경-건교부 등의 반발에 부딪쳐 국민에게 약속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못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풍광으로, 오시장의 분양원가 전면공개 결단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더욱 거센 분양원가 공개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오세훈 "주거 안정 없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 아니다"
오시장은 29일 오후 미리 배포한 신년사에서 "주택가격 폭등이 국가경제와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비용의 안정 없이는 서울의 경쟁력과 시민 고객들의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될 수 없다면 그 사회를 결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는 자신의 부동산관(觀)을 밝혔다.
오시장은 이어 "서울시는 지난 해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의 후분양제 도입을 발표한 데 이어, 현재 분양가심의위원회와 제도 개선 TF팀을 구성해 불합리한 주택제도 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실제로 SH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50여개에 달하는 항목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기로 하였으며, 자치구의 분양승인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분양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토록 하였다"고 밝혔다.
오시장은 또한 "서울시는 앞으로도 장기 전세 공공주택 공급 등 주택 가격 안정과 수요자 중심의 주택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1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0만호를 신규로 건설하고, 저소득 세입자들을 위한 다가구주택 매입 공급과 전세자금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은평 뉴타운부터 적용, 개발관료들과의 전면전 불가피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현행 주택법에 따라 택지비와 택지매입원가, 간접공사비, 직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등 7개 항목의 분양원가만 공개하고 있다. 이를 내년부터 58개 세분화된 항목으로 나눠 분양시점에 상세히 공개한다는 것. 예컨대 직접송사비의 경우 앞으로는 마감공사비, 조경경사비 등으로 구체적 세목을 낱낱이 공개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서울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분양가심의위원회까지 구성해, 공개된 분양원가 세목의 진실성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그동안 은폐돼온 분양가 폭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켜온 은평구 뉴타운을 비롯해 향후 진행될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급될 아파트의 분양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아파트값 폭등을 견제하는 동시에 민간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폭리도 차단하는 일파만파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오시장이 이같은 분양원가 공개방침을 정함에 따라 노대통령 지시에도 불구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강력 거부하고 있는 재경-건교부 등과의 일대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경제부처는 앞서 오시장이 '후분양제 도입'을 발표했을 때도 강력반발한 바 있으며, 앞서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3년 12월 이 시장이 상암지구 7단지 고분양 논란이 일자 분양원가 공개 결단을 내리고 40%의 폭리 사실을 밝혔을 때에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각적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취임 반년간 일부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결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오시장이 내린 분양원가 공개는 개발관료들과 보수언론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주택정책사의 일획을 긋는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될 게 확실하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양원가 전면공개 특단을 내린 오세훈 서울시장. 노무현 대통령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연합뉴스
다음은 오세훈 시장의 신년사 가운데 주택 및 복지정책 관련 전문
오세훈 서울시장 2007년 신년사
존경하는 서울 시민 고객 여러분, 그리고 서울시 가족 여러분!
2007년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아침 가족과 이웃들과 어떤 덕담을 나누셨는지요? 우리 모두 어렵고 힘든 지난 한해를 보냈기에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해에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성장세의 둔화와 환율 불안,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 증가의 한계와 주택시장 불안 등 대내외적인 위험 요소로 인해 4%대의 성장률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과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서민들의 체감경기 역시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서울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여 서민 생활을 안정화하는 것입니다.
우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해 각각 전년 대비 500억원이 증가된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국내외 판로 개척과 마케팅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실업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 고객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근로사업, 청년일자리 사업 등 사회적 일자리 제공과 함께 여성 ․ 노인 ․ 장애인 ․ 노숙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주거비용과 교육비용 등을 절감해 나감으로써 시민 고객들의 고통을 분담하겠습니다.
주택가격 폭등이 국가경제와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비용의 안정 없이는 서울의 경쟁력과 시민 고객들의 행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될 수 없다면 그 사회를 결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해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의 후분양제 도입을 발표한 데 이어, 현재 분양가심의위원회와 제도 개선 TF팀을 구성해 불합리한 주택제도 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H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50여개에 달하는 항목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기로 하였으며, 자치구의 분양승인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분양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토록 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장기 전세 공공주택 공급 등 주택 가격 안정과 수요자 중심의 주택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1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0만호를 신규로 건설하고, 저소득 세입자들을 위한 다가구주택 매입 공급과 전세자금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
이러한 주거안정 대책과 함께 서울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 격차 해소를 통한 강남북 균형발전과 교육비용 절감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7월 제정된 <교육 격차 해소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지원조례>로 재원이 확보된 만큼 강북지역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과 강북지역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에 매년 5백억씩, 앞으로 4년간 2천억원이 투입될 것입니다.
또하나 경기 침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대상별로 맞춤형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서울시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복지부문 예산입니다.
우선 고령화 사회를 맞아 증가하고 있는 치매문제만큼은 서울시가 책임지겠습니다. 치매노인을 둔 가족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얼마 전 문을 연 서울시광역치매센터를 중심으로 예방과 치료, 보호까지 체계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겠습니다. 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치매전문 의료시설을 대폭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저출산문제 해결과 여성의 사회참여 증대를 위해서 1동 1공공보육시설 확충과 함께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대상과 단가를 확대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서울 시민 고객 여러분, 서울시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은 시민 고객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10년 뒤, 100년 뒤 과연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하나씩 그 토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2007년을 ‘서울 브랜드 마케팅의 원년’으로 명명하고자 합니다.서울이라는 브랜드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미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문화와 관광, 금융, 디자인, R&D 등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략)
올 한해 우리 사회는 북한 핵문제로 인한 국제적 긴장과 한미 FTA, 다가올 대통령 선거 정국 등 안팎으로 많은 변화와 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는 중심을 잡고 시민 고객들의 생활을 살피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저와 서울시 직원들은 뚝심을 가지고 흔들림없이 세계 10위권의 경쟁력 있는 서울, 관광객 1,200만 시대라는 목표를 향해서 정진하겠습니다.
丁亥年 새해, 여러분 모두 복 많이 받으시고, 천만 서울 시민들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