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 지도부가 마련한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손학규, 이재오 비판 통해 이명박에 직격탄

손 전 지사는 29일 저녁 강재섭 당대표 주재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강재섭, 박근혜, 이명박에 이어 자신의 발언 순서가 돌아오자 작심한 듯 사전에 준비한 메모를 꺼내들고 "이 자리에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최고위원이 줄세우기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줄 서지 말라는 말을 할 위치인지 의문"이라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면서 노무현 정권에 의해 좌절된 국민들의 눈물과 한숨을 달래주기는커녕 당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국회의원, 지구당 위원장 심지어는 광역 기초의원까지 노골적으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재차 줄세우기 행태를 질타한 뒤, "이런 구태정치가 반복되면 한나라당이 두 번이나 겪은 대선 실패 전철을 다시 밟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태정치로 의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의원들과 위원장들이 괴롭다고 하소연한다"고 극심한 줄세우기 행태의 실상을 재차 폭로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특정 캠프의 특정 최고위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데, 문제의 최고위원은 당원과 국민 앞에 사과하고 특정주자 참모장 역할을 하든지 최고위원을 하든지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손 전 지사의 핵심 측근은 이와 관련, "특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을 거론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해, 문제의 최고위원이 이명박계인 이재오 최고위원임을 분명히 했다.

손 전지사로부터 비판의 대상으로 거론된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간담회에 특강을 이유로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이명박 "겁나네", 원희룡도 우회적으로 이명박 공격

손 전지사의 비판에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직격탄을 맞은 이명박 전 시장은 머쓱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손학규 전 지사의 비난 발언 직후 작은 목소리로 "또 한 마디 할까"라며 억지로 참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전시장은 이어 다음 발언 순서에 나선 원희룡 의원도 메모지를 꺼내들자 "적어온 사람들 겁나네"라며 농반진반으로 우회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시장의 예상대로 원희룡 의원도 "필요하다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후보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전시장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원 의원은 또 "열린우리당은 없는 일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후보를 미리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철저한 당내 후보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시장은 "정말 인터넷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많다. 내 이름이 명치(메이지)시대의 '명'자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박'을 땄다고 한다. 내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란 허위 사실이 돌아다닌다"며 인터넷의 유언비어를 예로 들며 예봉을 피했다.

강재섭 '경선 승복' 촉구

한편 이날 최초로 당내 대선주자들 모임을 마련한 강재섭 대표는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기회에 당에서 요구할 것이 있다"며 "우리 온 국민들이 과연 당이 깨지지 않을지, 갈라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의심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당이 깨지지 않도록 승부해 달라"고 대선주자들에게 경선결과에 승복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시장은 자그마한 목소리로 "밥 한끼 사주면서 무슨..."이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1시간 40분가량의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전시장은 강 대표의 경선승복 요구에 대해 "그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인데..."라고 수용입장을 밝혔고, 박 전대표는 "당연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전시장은 이날 간담회 분위기에 대해 "화기애애했다"고 평가한 반면 손 전지사는 "화기열렬했다"고 말해, 이날 미묘했던 간담회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