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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원 의원 "盧, 외로움과 분노 혼자 삭혀라“

“대통령의 유일한 친구는 인터넷일뿐"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이 29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통곡에 가까운 호소를 하고 투정하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을 하면서 불신과 증오가 늘고 있다”며 “동지들을 위해 더이상 욕먹지 말고 할말 다하지 말고 외로움과 분노를 삭혀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자제를 부탁했다.

“대통령의 유일한 친구는 인터넷뿐일 것”

한 의원은 글에서 “대통령은 외로우신 분으로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지역주의를 타파해 보겠다고 모두가 만류하는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었지만,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갔고 대통령직에 정을 붙이지 못하시는 것 같다”면서 “더욱이 언론계, 법조계, 보수단체 등의 득세로 기를 필수 없으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오직 유일한 친구는 인터넷뿐일 것”이라고 노 대통령의 최근 심경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그러다보니 항상 인터넷을 통해 편지를 쓰고, 그것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소일한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며 통곡에 가까운 호소를 한다”며 “뜬금없이 한나라당에게 연정을 하자고 제안하고, 대통령 못해 먹겠다며 투정을 부린다”고 노 대통령의 일련의 행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코드인사’라는 여론을 무시하며 자신이 발탁해 기용했던 전 국무위원들에게 ‘실패한 인사였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래선 안 된다’, ‘꿀리지 않는다’, ‘썩는다’ 등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을 사용한다”며 “대통령 또한 이 땅의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의 참패에도, 국정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도,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지고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도, 모든 일이 잘되고 있는데 매사에 발목을 잡는 야당이 문제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전국정당의 재창출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며 “난 그런 대통령이 밉다”고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전국정당 자랑은 지방선거의 참패로 공염불이 되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동네북으로 전락한 대통령이 창피하다”며 “각종 행사장에 나갈 때마다 주민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끔거리고, 지역행사에 참여하기가 두려울 때도 많다”고 말했다.

“묵묵히 외로움 견디며 분노와 격정 삭혀나가야”

그는 “처음엔 나도 ‘우리 대통령 그런 사람 아니다. 대통령이 말실수한 것 빼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는 것이냐? 깨끗한 정치를 이루어냈고, 권력기관을 제자리에 갖다놓았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일정 수준의 성과를 올린 측면이 있지 않은가’라고 설득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눈덩이처럼 커진 불신과 증오뿐이었다”며 “결국 모든 화살은 대통령과 우리당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당이 뒷받침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꼴도 보기 싫다.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이 아니다. 들어올 생각 하지마라’라고 한다. 또 다른 쪽은 ‘그래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대통령도 잘못했지만 당도 책임이 있다’라고 한다. 단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는 요즈음”이라고 작금의 어지러운 당내 상황을 탄식한 뒤, “ 그래도 우리는 한 동지들”이라며 대통령에게 '동지'로서 할 일을 주문했다.

그는 “동지들의 평화를 위해 내가 대통령께 드릴 수 있는 말은 ‘대통령님 제발 욕먹지 마세요’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마시고 묵묵히 외로움을 견뎌 내십시오’ ‘마음에 거슬리는 말 들어도 다 내 잘못이다 하십시오’다”라며 “대통령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는 분노와 격정을 천천히 삭혀나갔으면 좋겠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난 대통령의 외로움을 잘 모른다. 그 외로움을 견뎌내는 방법은 더욱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대통령의 그늘에 있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과연 격정 상태에 있는 노 대통령이 한 의원의 글을 받아들일 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은 한 의원의 글 전문

아버지의 그늘
- 대통령님 욕먹지 마세요-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장수도 있었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오히려 장하다 했고
나는 기고만장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엽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겨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취한 색시를 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호기있게 광산에서 돈을 뿌리던 아버지 대신,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아버지 욕먹지 마세요.” 어릴 때 아버지에게 하던 말이다.
아버지는 외로운 분이셨다. 황해도에서 피붙이 하나 없는 남한으로 혈혈단신 오셨으니 정을 붙이지 못하셨던 것 같다. 더욱이 이모, 외삼촌 등 처가 쪽의 득세로 기를 피지 못하셨으니 그런 아버지에게 유일한 친구는 술이었고, 그러다보니 아버지는 항상 술에 젖어 계셨다.

퇴근길에는 꼭 건수를 만드셨다. 아들 1등 했다고 즐거워서 한잔, 황해도 고향 생각나서 한잔, 외롭다고 한잔,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잔, 아버지는 남한에서 이방인이셨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술병을 감춰도, 동네 슈퍼에 아버지에게는 술을 팔지 못하도록 해도 어디서 구하셨는지 항상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길바닥을 당신 집처럼 여기기도 하셨고, 때론 구르마로 실어 와야 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고향자랑 만큼은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사고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어린 시절 난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의 고향자랑은 한낱 넋두리로 들렸으며 동네북이 되는 아버지가 창피했다. 거리에 다닐 때에는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 같았으며 동네사람들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들은 더욱 미웠다. 처음엔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설득도 해보고 싸우기도 해보았지만, 결국엔 술에 취하신 아버지에게로 화살이 돌아갔다. 어머니는 “꼴도 보기 싫다 집에 들어오지 마라”하시고, 나와 동생은 “우리 아버진 아버지도 아니다. 이제부터 아버지라고 하지 않을 거다.”라고 했지만, 장남인 형은 “아버지는 아버지다. 얼마나 외로우면 그러시겠냐.”며 우리를 설득하곤 했다. 단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던 그때 그 시절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한 가족이었다.

아버지가 정신이 드셨을 때 가족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항상 “아버지 제발 욕 좀 먹지 마세요.”였다. 아버진 그렇게 사시다 환갑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술로 돌아가셨다. 장조카 첫돌이라고 기분 좋게 마신 한 잔이 평소 고혈압이신 분에게 독이 되었던 것이다. 술과 함께 외로움의 세월을 견뎌내신 아버지의 사망원인은 ‘뇌출혈’이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외로움은 인간의 정서를 메마르게 하고 갉아먹어 매사에 짜증을 내고 남에게 공격적이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에게 한 번도 주먹질을 하거나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거나 하지 않으셨다. 당신의 외로움으로 가족의 평화가 깨질까봐 마음에 거슬리는 말을 들어도 우리들에게 한 번도 싫은 내색 못하시고, 형제들이 당신문제 놓고 티격태격하면 그저 다 내 잘못이다라며 묵묵히 시련을 이겨 내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조금씩 아버지의 외로움이 이해된다. 자신에게 대드는 아들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며, 가족을 위해서는 할 말도 다 못하고, 그저 ‘다 내 잘못이다.’ 라고 하신 아버지의 그 묵묵함이 무겁게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그늘에 있다.

“대통령님 욕먹지 마세요. 할 말 다하지 마시고요.”

아버지가 된 지금 대통령님께 하고 싶은 말이다.

대통령은 외로우신 분이다. 그동안 그 분의 삶이 그랬다. 소수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으며, 지역주의를 타파해보겠다고 모두가 만류하는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었지만,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갔고 대통령직에 정을 붙이지 못하시는 것 같다. 더욱이 언론계, 법조계, 보수단체 등의 득세로 기를 필수 없으니 마음을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오직 유일한 친구는 인터넷뿐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인터넷을 통해 편지를 쓰고, 그것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소일한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달라며 통곡에 가까운 호소를 한다. 뜬금없이 한나라당에게 연정을 하자고 제안하고, 대통령 못해먹겠다며 투정을 부린다.

‘코드인사’라는 여론을 무시하며 자신이 발탁해 기용했던 전 국무위원들에게 “실패한 인사였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래선 안 된다.”, “꿀리지 않는다.”, “썩는다” 등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을 사용하신다. 대통령 또한 이 땅의 이방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각종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의 참패에도, 국정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가도,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서민들의 삶이 궁핍해지고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도, 모든 일이 잘되고 있는데 매사에 발목을 잡는 야당이 문제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언론이 문제라고 생각하신다. 오로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전국정당의 재창출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통령의 사고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난 그런 대통령이 밉다. 대통령의 전국정당 자랑은 지방선거의 참패로 공염불이 되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동네북으로 전락한 대통령이 창피하다. 각종 행사장에 나갈 때마다 주민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끔거리고, 지역행사에 참여하기가 두려울 때도 많다.

처음엔 나도 “우리 대통령 그런 사람 아니다. 대통령이 말실수 한 것 빼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는 것이냐? 깨끗한 정치를 이루어 냈고, 권력기관을 제자리에 갖다놓았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일정 수준의 성과를 올린 측면이 있지 않은가?”라며 설득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눈덩이처럼 커진 불신과 증오뿐이었다. 결국 모든 화살은 대통령과 우리당에게 돌아왔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당이 뒷받침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꼴도 보기 싫다.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이 아니다. 들어올 생각 하지마라.”라고 한다. 또 다른 쪽은 “그래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대통령도 잘못했지만 당도 책임이 있다.”라고 한다. 단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우리는 한 동지들이다.

동지들의 평화를 위해 내가 대통령께 드릴 수 있는 말은,

“대통령님 제발 욕먹지 마세요.”
“하고 싶은 말 다하지 마시고 묵묵히 외로움을 견뎌 내십시오.”
“마음에 거슬리는 말 들어도 다 내 잘못이다 하십시오.”이다.

대통령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는 분노와 격정을 천천히 삭혀나갔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얼마나 외로울까?

난 대통령의 외로움을 잘 모른다. 그 외로움을 견뎌내는 방법은 더욱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대통령의 그늘에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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