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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석현 복귀 부당하다"

"어떻게 탈세범 꾸짖고 불법정치공작 규탄할 수 있겠나"

홍석현씨의 지난 27일 <중앙일보> 회장 복귀에 대해 신문 가운데 유일하게 <경향신문>이 부당성을 지적하며 호된 쓴소리를 했다.

<경향> "어떻게 탈세범 꾸짖고 불법정치공작 규탄할 수 있겠나"

<경향신문>은 29일자 '부당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복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홍 회장 복귀 소식을 전한 뒤, "우리는 홍 전대사가 언론사 회장으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판단한다"며 "그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구체적 이유들을 적시했다.

사설은 "그는 지난해 2월 주미대사에 임명됐으나 같은 해 9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물러났다"며 "X파일 사건이란 1997년 대선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삼성을 대신해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배달꾼 역할을 했다는 안기부 도청 녹취록이 공개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홍전대사 등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의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언론인으로서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이에 앞서 보광그룹 대주주였던 그는 99년 보광 탈세 사건으로 중앙언론 사주로서 74일간 구속되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이 확정되기도 했다"고 과거 탈세 사실을 거론했다. 사설은 이밖에 "또 언론계에서는 95년부터 중앙일보 사장 겸 발행인을 맡아온 그가 경품과 무가지로 혼탁해진 신문시장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며 "결격사유는 이런 것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홍회장이 과거 함께 맡았던 발행인은 현재의 사장이 계속 맡기로 했다고 한다. 현행 신문법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발행인 자격을 내놓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만큼 신문 발행인의 자리는 존숭과 책임의 상징이다. 그것은 공인(公人) 중에서도 모범이 돼야 할 자리"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중앙일보의 지분 43.8%를 보유한 홍회장은 정신적·실질적 사주이자 사실상의 발행인과 다름 없다"며, 홍 회장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은 교묘한 수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고 정치 뇌물을 전달했던 사람이 어찌 언론인으로서 탈세범을 꾸짖고 불법 정치공작을 규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라고 호된 쓴소리를 했다.

사설은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홍씨를 태연히 대표이사 회장에 다시 선임하는 중앙일보의 후안무치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이번 결정이 중앙일보 배후에 있는 삼성그룹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제기했다"며 "홍회장은 신문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회장 복귀후 언론단체와 일부 언론계에서 눈총을 받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연합뉴스


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 비난 등 후유증 계속

<경향신문> 비판에 앞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도 홍 회장 복귀에 쓴소리를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홍 회장 복귀 당일인 지난 27일 ‘홍석현 회장은 언론계를 떠나라’라는 성명을 통해 “홍 회장은 X파일 사건의 당사자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전달한 혐의뿐 아니라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에서 1천71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조세를 포탈하고 배임한 혐의로 구속된 인물”이라며 홍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또 “홍 회장이 주미 대사로 재직시 위장전입 의혹을 시인했고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에도 연루됐다”며 언론인으로서의 결함을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홍 회장이 언론계와 시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언론계를 떠나는 것만이 언론인으로서 추락한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며 “그것이 저널리즘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도 이날 ‘조세포탈범, 뇌물전달꾼은 언론사 대표이사 자격이 없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홍석현 씨가 다시 중앙일보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조세포탈범과 뇌물전달꾼이 버젓이 언론사로 복귀하는 파렴치한 현실”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언론의 슬픈 현주소”라고 질타했다.

이같은 언론계 비판에 대해 당사자인 홍 회장은 아직 '복귀의 변'을 밝히지 않고 있어 신년사에서 어떤 입장 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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