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로 112명 죽었는데 정부 뭐하나"
피해자들 눈물의 기자회견 "경제적 고통과 가정 붕괴"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특위구성과 피해구제법안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 지난 2011년 8월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미상의 폐 손상 사건'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같은 해 11월엔 인체독성을 공식확인했다. 공정위는 이후 가습기 살균제를 '안전하다'고 허위 광고한 4개 업체에 과징금 총 5천20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재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피해 의심사례가 총357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사망자가 112명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나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내내 눈물로 정부의 피해자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구제책 마련을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돌이 갓 지난 아들과 함께 10년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권미애씨는 "아장아장 걸어 중환자실에서 1년 생활하고 퇴원해서 올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우리 아이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고 언제 뗄지도 모른다"며 "자기 가족이 이렇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해해주고 나라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신지숙씨는 "오늘 아침에 세수할 때 손을 비누로 씻고 설겆지할 때 주방세제, 빨래세제 넣은 것이 돌변해 피부암을 일으키고 질병을 낳는다면 그건 누구 잘못인가. 소비자 잘못인가"라며 "상식적 수준에서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2012년에 원인 불명의 폐질환이 걸린 이후 아무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가해 기업과 대한민국 정부가 이 고통에 책임을 다하도록, 구제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3년전 아이를 잃은 최승운씨는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9년간 근무하다 이 사건 이후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올해 2월에 퇴사했다"며 "그 사이 옥시레킷벤키저라는 기업은 사명을 바꾸고 '세이브드 칠드런' 같은 빈민 국가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 다시 사람 목숨을 빼앗는 살인제품을 못만들게끔 가해기업을 영원히 추방할 징벌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카페 운영자 강찬호씨도 "3년전 이맘때 임산부들이 원인 모를 폐손상으로 목숨을 잃고, 그 후로 공식집계로만 110명이 넘는 재앙적인 사건임에도 이번에야 특별법이 처음으로 나왔다"며 "국회에서 마련된다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잡는다. 반드시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피해자들은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을 끼고 있는 대기업들과 5년이고 10년이고 소송을 끌어가야하는데 폐이식 수술에는 2억원 가까운 수술비용이 들고 이후에도 보험적용이 안되는 약물 주사를 이용해 월 최소 35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 정부와 정치권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제 더 이상 책임을 외면하는 정부와 기업에만 이 문제를 맡길 수 없다"며 "지난 2일 의총에서 민주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안과 국회 특위 구성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도 이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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