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개그맨들에 의해 '시사풍자 코미디'가 화려하게 부활됐다. 80년대 '풍자 코미디'를 주름잡던 고 김형곤 씨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이후 이렇다 할 풍자 코미디 물을 내놓지 못했던 개그계는 최근 방송 3사가 앞다투어 직설적인 풍자와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MBC <개그야(夜)>의 ‘미인(美人)본색’ 코너는 단연 압권. 해당 코너에선 조선 시대 최고의 기녀 경월이(이영애 분)와 김엉애(김세아 분)가 정부의 실정을 신랄히 풍자하고 있다.
"FTA 폭탄주, 강대국 강압속에 허우적거리는 한국 떠올라"
지난 11일 밤 방송 내용.
주인공 '김응애'는 다가온 송년회에서 “나는 외교통상부 나리들을 위해서 ‘FTA 폭탄주’를 말아주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또 다른 주인공 '경월이'가 이유를 묻자 응애는 “그 맥주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소줏잔의 모습이 강대국의 강압속에 빠져가지고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한국의 모습과 같으니 그걸 섞어서 ‘FTA 폭탄주’를 만들어 주려한다”고 응수했다.
'응애'는 이어 “정말 이 나라를 생각하는 나으리들(외통부)이라면 정말 마음 아파서 이 술 못 먹을 거다”라고 한-미 FTA를 추진중인 외교통상부 등을 꼬집었다.
풍자 코미디 부활 분위기 속에, 가장 수위를 높이며 풍자 코디미의 새바람을 몰아가고 있는 MBC <개그야(夜)>의 ‘미인(美人)본색’ 코너. ⓒMBC
국민들의 원성이 대단한 부동산정책도 도마위에 올랐다.
'경월이'는 “나는 특별히 건설교통부 나리들을 위해서 노래를 준비했소”라며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온>을 개작해 불렀다. 아파트값을 폭등시킨 건교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경월이는 “챔피온~ 지갑 울리게 하는 니가 챔피온, 정책 바꾸는 니가 챔피온~”이라고 노래하며 “이 노래 듣고 좋다고 웃을 양반들(건교부)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고 비꼬았다.
경월이는 더 나아가 “진짜 뭘 잘했다고 송년회요? 양반님들! 양심이 있으면 국민들께 사죄하고 송년회 할 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도와보시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양 근처에 마을 짓는다니 집값 폭등... 백성이 무슨 노리개요?”
‘미인본색’의 촌철살인은 앞의 방송들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미인본색’은 지난 달 13일과 20일 방송에서도 연이어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신랄히 질타했다.
이들은 “집값을 내린다고 한양 근처에 새로 마을을 또 짓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집값이 올랐다”라며 “한양 집값 내린다고 신도시 발표해놓고 온동네 집값 죄다 올려놨다”고 추병직의 신도시 발표를 꼬집었다. 이들은 또 “무슨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더욱 오르고 서민은 죽을 맛”이라며 “백성이 무슨 노리개요? 똑바로 좀 하시오”라고 질타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요즘 ‘주둥이’를 잘못 놀려서 큰 낭패를 보고 있는 나랏님들이 있다고 한다”며 “온 나라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서는 반성하기는커녕 ‘지금 집 사면 낭패요’ 하고 앉았으니 열받는 일”이라고 청와대 전 이백만 홍보수석 등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미인본색’은 YS-DJ-JP 등 3김의 심상치 않은 행보에 대해서도 코미디 풍자 소재로 활용하는 등 매 주마다 전 주에 벌어진 이슈들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일부 문제점 지적 속 중론은 "속 시원하다"
‘미인본색’은 시청자 대다수로부터 “속 시원하다”는 호평을 받고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시청자 안기창씨는 MBC <개그夜>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미 FTA 풍자와 관련, “항상 삶에 지쳐있는 일상에 개그는 삶의 활역소가 아닐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매주 되풀이되는 ‘미인본색’의 소재가 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 사회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민감하고 여러가지 의견이 되립되고 있는 사안은 소재에서 제외시키시든가 아니면 공정하게 양쪽의 의견을 같이 반영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 이훈구 씨는 “개그맨들은 백성들이 아니오?”라고 반문하며 “할 말을 했다고 보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이 무슨 독재시절도 아니고 정부나 대통령이 실제로 잘 하고 있지도 않는 형편에 송년회가 웬말이냐는 말 정말 후련했소”라며 “개그맨들이 결코 특정 정당을 두둔했다고 생각 안하오”라고 지지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