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5년, 권력보다 국민을 더 두려워했나?”
인권단체, ‘5돌 맞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쓴소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오는 25일로 출범 5주년을 맞는다.
국가인권위원회 5년, ‘인권’ 가치 확산에는 소기 목적 달성
2001년 11월, 국민 인권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라는 소명을 안고 태어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년동안의 활동을 통해 ‘인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던 우리 사회에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등 성차별적 행태와 구금시설에서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인간의 기본권을 '인권위 권고안'을 통해 새삼 강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고취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인권위는 또 ‘살색’ 명칭 사용은 피부색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 ‘살구색’으로 정정해 쓸 것을 권고하는 등 그간 우리 사회가 관례처럼 넘겨왔던 비인권적, 차별적 행태에 대해 다시한번 사회 전체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등 크고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권위, 민감한 현안 관련해서는 '정치적 판단' 잦아
그러나 이같은 인권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를 비롯한 각 진영에서는 “인권위가 형식적인 인권을 강조하는 데에서 이제는 벗어나 실질적인 인권을 실현하는 쪽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이상수)와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 등 인권관련단체들은 인권위 출범 5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정동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5년, 무엇을 남겼나’라는 주제로 ‘인권위 5년’을 평가했다.
인권단체들이 이 날 토론회를 통해 가장 날선 비판을 쏟아낸 지점은 바로 인권위가 갈수록 ▲정치적 판단이 잦고 ▲사법부 등 권력 기관 진정에 대해서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의 참여 대신 소수 인권위원들의 법적권위에 의존하거나, 민중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정치권력의 통제를 받음으로써 결국 기득권층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는 경향이 우려할 지점에 와 있다”며 인권위의 그간의 행보를 비판했다.
실제로 인권위는 최근들어 평택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과잉진압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넘어 ‘기관 보신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5ㆍ4 평택 시위 당시 현장에 인권위 파견 조사관들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었으나 인권위는 현재까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직권조사권이 있음에도 단순히 5.4 당일 문제의 진정접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면피하고 있는 셈이다.
KTX 여승무원 고용에 따른 성차별 진정 사건과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조사결과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도 철도공사 직고용을 권고하는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입장표명은 꺼렸다. 되레 인권위는 “직고용을 의미하는 판단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어 찬반 양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인권위는 위원회 법령, 정책 또는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에 대해서는 ‘입법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조사권 없음’에 해당하는 각하 처분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들은 “제도에 있어서의 인권침해, 차별행위의 구제는 인권위로부터 기대할 수 없다”는 인권위의 한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인권위의 행태와 관련 이 대표는 “인권위 설립 5년의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인권이 정치도구화되고, 국가인권위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출신 들끓는 인권위, 과연 타 기관보다 인권감수성 높나?"
하지만 '인권위의 한계'는 애초 기관 탄생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11명의 인권위원에 대해 대통령 4인, 국회4인, 대법원장 4인 등으로 구성하게 함으로써 ‘정치기구적 성격’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입법ㆍ사법ㆍ행정 등 3부에서 인권위원들을 추천하는 구성방식 이외는 달리 위원들을 추천할 수 없다는 난점도 고려해야하지만, 출범 5년째를 맞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선출 방식을 고집하는 것에는 적지않은 회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야 등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양 진영에서 인권위원을 추천하다보니 정치ㆍ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권 현안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알아서 ‘정치적 절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이들 권력기관으로부터 추천된 인권위원들은 사법계ㆍ준관료 출신인사들이 주류를 이뤄 인권위원으로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항목인 ‘인권감수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기야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같은 인권단체에서는 인권위원들이 대폭 물갈이 대던 ‘2기 인권위 구성’을 앞두고 “인권위원회 2기 인선 기준 중 법률전문가의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할 정도로 법률전문가 출신이 인권위를 장악하다시피했다.
이 대표는 “과연 인권위원들이 정말 ‘인권감수성’이 뛰어난 인사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권을 떠받들어야 할 인권위에 정작 인권활동가, 인권단체 인사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계속 인권위 구성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채워질 경우, 인권위 또한 또 하나의 국가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될 경우 인권위는 인권단체를 비롯한 사회적 인권공동체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위가 기각한 사건, 법원에서 오히려 성희롱 인정해줘"
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그간의 활동에 있어, 인권침해나 차별 구제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날 토론회에서도 새사회연대 신수경 정책기획국장은 “경찰, 검찰에서의 인격권 침해나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기가 힘듬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관련 진정 사건에 대해 진정인의 진술을 토대로 한 정황적 조사보다는 수사기관과 같이 증거의 유무로 판정을 내림으로써, 실질적인 인권침해 구제를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형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까르푸 성희롱’ 진정사건이다.
인권위는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접수된 소위 '까르푸 성희롱' 진정 사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9월 이같은 인권위 기각 처분에 대해 '행정처분 취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충분한 정황증거만으로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원고측 주장을 들어준 것이다. 인권 최후 보루를 자임하는 인권위가 "법원보다도 더 보수적인 판단을 하고있다"는 안팎의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었다.
사법기관에 몸사리는 인권위, 5년간 인용률 '단 1건'
인권위에 대한 또다른 비판은 인권위가 사법기관과 관련한 진정 사건에 있어 과도할 정도로 사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도현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인권위 출범 후 지난 5년동안 사법기관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모두 2백33건에 이른다. 인권위법상 재판 자체에 대한 진정 사건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재판과정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인권위 조사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이같은 사법기관의 인권침해로 인해 접수된 진정 사건 중 이제껏 ‘단 1건’만을 인용 결정했다. 특히 인권위가 유일하게 인용 결정한 해당 진정 사건은, 법원의 착오로 타인의 재판에 출석한 수형자가 무려 7시간 동안 계구를 착용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누가봐도 명백한 인권침해’ 사건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인권위의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자연스레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김 교수는 “법원 재판중에 있는 사건이나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인권위법상 인권위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사법기관에 대한 권고 및 의견제시의 권한은 엄연히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를 사실상 행사하지 아니하고 동 조문들을 사문화시키고 있다”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인권위원 절반을 차지하는 법조계 및 법학계 출신 인사들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구시대적 습벽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권위의 사법부 눈치보기의 원인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인권위 해체론-무용론’ 공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이같은 냉소적인 ‘국가인권위원회 5년’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해체론’, ‘인권위 무용론’과 같은 반대진영의 극단적 주장을 경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인권위 5년을 평가하고 또 그동안 인권위 모니터링을 통해 인권위에 날선 비판을 해 온 것은, 어디까지나 인권위의 성공과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 확대를 위한 것이었지, 인권위 자체를 폄하하거나 정치적 의도로 인권위를 공격하는 집단에 편승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치권은 지난 5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지원하기 보다는 통제로 일관해 왔다”며 “국회의 감시기능이라는 명분으로 한 것은 각 정파들의 정략이나 유ㆍ불리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위를 훼손시키거나, 보수적인 판례들을 기준으로 인권을 왜곡하고 재단하고 제한하는 일이었다”고 인권위를 정치적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출범 5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 그동안 인권의식 저변확대라는 외형적 목표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인권위 스스로 적극적인 목소리와 능동적인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인권위 출범 5주년을 바라보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5년, ‘인권’ 가치 확산에는 소기 목적 달성
2001년 11월, 국민 인권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라는 소명을 안고 태어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년동안의 활동을 통해 ‘인권’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던 우리 사회에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등 성차별적 행태와 구금시설에서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인간의 기본권을 '인권위 권고안'을 통해 새삼 강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고취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인권위는 또 ‘살색’ 명칭 사용은 피부색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 ‘살구색’으로 정정해 쓸 것을 권고하는 등 그간 우리 사회가 관례처럼 넘겨왔던 비인권적, 차별적 행태에 대해 다시한번 사회 전체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등 크고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권위, 민감한 현안 관련해서는 '정치적 판단' 잦아
그러나 이같은 인권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를 비롯한 각 진영에서는 “인권위가 형식적인 인권을 강조하는 데에서 이제는 벗어나 실질적인 인권을 실현하는 쪽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이상수)와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 등 인권관련단체들은 인권위 출범 5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정동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국가인권위원회 5년, 무엇을 남겼나’라는 주제로 ‘인권위 5년’을 평가했다.
인권단체들이 이 날 토론회를 통해 가장 날선 비판을 쏟아낸 지점은 바로 인권위가 갈수록 ▲정치적 판단이 잦고 ▲사법부 등 권력 기관 진정에 대해서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의 참여 대신 소수 인권위원들의 법적권위에 의존하거나, 민중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정치권력의 통제를 받음으로써 결국 기득권층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는 경향이 우려할 지점에 와 있다”며 인권위의 그간의 행보를 비판했다.
실제로 인권위는 최근들어 평택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과잉진압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넘어 ‘기관 보신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5ㆍ4 평택 시위 당시 현장에 인권위 파견 조사관들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었으나 인권위는 현재까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직권조사권이 있음에도 단순히 5.4 당일 문제의 진정접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면피하고 있는 셈이다.
KTX 여승무원 고용에 따른 성차별 진정 사건과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조사결과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도 철도공사 직고용을 권고하는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입장표명은 꺼렸다. 되레 인권위는 “직고용을 의미하는 판단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어 찬반 양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인권위는 위원회 법령, 정책 또는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에 대해서는 ‘입법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조사권 없음’에 해당하는 각하 처분으로 일관해왔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들은 “제도에 있어서의 인권침해, 차별행위의 구제는 인권위로부터 기대할 수 없다”는 인권위의 한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인권위의 행태와 관련 이 대표는 “인권위 설립 5년의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인권이 정치도구화되고, 국가인권위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출신 들끓는 인권위, 과연 타 기관보다 인권감수성 높나?"
하지만 '인권위의 한계'는 애초 기관 탄생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등 11명의 인권위원에 대해 대통령 4인, 국회4인, 대법원장 4인 등으로 구성하게 함으로써 ‘정치기구적 성격’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입법ㆍ사법ㆍ행정 등 3부에서 인권위원들을 추천하는 구성방식 이외는 달리 위원들을 추천할 수 없다는 난점도 고려해야하지만, 출범 5년째를 맞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선출 방식을 고집하는 것에는 적지않은 회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야 등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양 진영에서 인권위원을 추천하다보니 정치ㆍ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권 현안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알아서 ‘정치적 절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이들 권력기관으로부터 추천된 인권위원들은 사법계ㆍ준관료 출신인사들이 주류를 이뤄 인권위원으로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항목인 ‘인권감수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기야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같은 인권단체에서는 인권위원들이 대폭 물갈이 대던 ‘2기 인권위 구성’을 앞두고 “인권위원회 2기 인선 기준 중 법률전문가의 비중이 1/4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할 정도로 법률전문가 출신이 인권위를 장악하다시피했다.
이 대표는 “과연 인권위원들이 정말 ‘인권감수성’이 뛰어난 인사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권을 떠받들어야 할 인권위에 정작 인권활동가, 인권단체 인사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계속 인권위 구성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채워질 경우, 인권위 또한 또 하나의 국가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될 경우 인권위는 인권단체를 비롯한 사회적 인권공동체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권위가 기각한 사건, 법원에서 오히려 성희롱 인정해줘"
또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그간의 활동에 있어, 인권침해나 차별 구제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날 토론회에서도 새사회연대 신수경 정책기획국장은 “경찰, 검찰에서의 인격권 침해나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기가 힘듬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관련 진정 사건에 대해 진정인의 진술을 토대로 한 정황적 조사보다는 수사기관과 같이 증거의 유무로 판정을 내림으로써, 실질적인 인권침해 구제를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형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까르푸 성희롱’ 진정사건이다.
인권위는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접수된 소위 '까르푸 성희롱' 진정 사건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9월 이같은 인권위 기각 처분에 대해 '행정처분 취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충분한 정황증거만으로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원고측 주장을 들어준 것이다. 인권 최후 보루를 자임하는 인권위가 "법원보다도 더 보수적인 판단을 하고있다"는 안팎의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꼴이었다.
사법기관에 몸사리는 인권위, 5년간 인용률 '단 1건'
인권위에 대한 또다른 비판은 인권위가 사법기관과 관련한 진정 사건에 있어 과도할 정도로 사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도현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인권위 출범 후 지난 5년동안 사법기관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은 모두 2백33건에 이른다. 인권위법상 재판 자체에 대한 진정 사건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재판과정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인권위 조사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이같은 사법기관의 인권침해로 인해 접수된 진정 사건 중 이제껏 ‘단 1건’만을 인용 결정했다. 특히 인권위가 유일하게 인용 결정한 해당 진정 사건은, 법원의 착오로 타인의 재판에 출석한 수형자가 무려 7시간 동안 계구를 착용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누가봐도 명백한 인권침해’ 사건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인권위의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자연스레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김 교수는 “법원 재판중에 있는 사건이나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인권위법상 인권위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더라도, 사법기관에 대한 권고 및 의견제시의 권한은 엄연히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를 사실상 행사하지 아니하고 동 조문들을 사문화시키고 있다”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인권위원 절반을 차지하는 법조계 및 법학계 출신 인사들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구시대적 습벽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권위의 사법부 눈치보기의 원인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인권위 해체론-무용론’ 공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이같은 냉소적인 ‘국가인권위원회 5년’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해체론’, ‘인권위 무용론’과 같은 반대진영의 극단적 주장을 경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인권위 5년을 평가하고 또 그동안 인권위 모니터링을 통해 인권위에 날선 비판을 해 온 것은, 어디까지나 인권위의 성공과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 확대를 위한 것이었지, 인권위 자체를 폄하하거나 정치적 의도로 인권위를 공격하는 집단에 편승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치권은 지난 5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지원하기 보다는 통제로 일관해 왔다”며 “국회의 감시기능이라는 명분으로 한 것은 각 정파들의 정략이나 유ㆍ불리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위를 훼손시키거나, 보수적인 판례들을 기준으로 인권을 왜곡하고 재단하고 제한하는 일이었다”고 인권위를 정치적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출범 5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 그동안 인권의식 저변확대라는 외형적 목표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인권위 스스로 적극적인 목소리와 능동적인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인권위 출범 5주년을 바라보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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